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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에 Mar 09. 2024

모태솔로 어때요?


모태솔로 어때요?


여자 모태솔로 어때요?

남자 모태솔로는요?


음..

솔직히 예전에는 모태솔로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다. ‘계속 혼자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그 생각이 바뀐 건 절친이 모태솔로라는 걸 고백한 날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오랜 친구인 우리 셋.

절친 여자 셋이 모이면 별의별 얘기를 다 한다.

근황토크, 연애 (또는) 썸, 구남친 근황, 요즘 화장품 뭐 쓰는지, 요즘 꽂혀있는 드라마/콘텐츠, 빠질 수 없는 회사의 ‘그 인간’, 커리어 고민, 여행 가고싶다, 등등…


A는 아는 게 많다. 다방면으로.

그래서 우린 그녀를 ‘지식인’이라 부른다.

A는 눈에 띄게 키가 크고 (170cm 이상) 화려한 이목구비의 매력적인 얼굴에 배려심도 많고 사려 깊다. 장점이 많은 친구고, 유일한 단점이라면 약속시간에 자주 늦는 거?


우리 셋은 십대 때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한번도 싸우거나 갈라서지 않았다. 서로 다른 성향과 캐릭터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나는 연애-공백-연애-공백의 평범한 연애를 해왔고, 그중에 매우 특별한 연애사가 하나 있어서 이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그때’ 이야기를 우려먹는다.

B는 100% 사내연애를 했다. 나태주 시인의 표현을 빌자면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친구다. 소개팅보다는 자만추 스타일!


셋이 만나면 연애 또는 썸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열정적으로 떠든다.

주로 B와 내가 현재 진행 중인 연애나 썸에 대해 업데이트를 하고 나서 동시에 A를 쳐다본다.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


A는 늘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대답했다.

가끔 부모님이 주선해주시는 선을 보거나 소개팅을 하지만 삼귀거나 사귀거나 썸을 타는 사람은 없단다.


생각해 보니 좀 이상했다.

A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종종 소개를 받기도 하는데 진지하게 만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사귄 거 말고 ‘썸 타는‘ 얘기를 할 때도 A는 늘 20대 초, 중반의 썸에 머물러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새로운 썸에 대해 업데이트를 할 때도 A는 언제나 20대 때 지나간 두 번의 썸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 두 남자 얘기는 우리도 여러 번 들어서 알고 있는 터라 이젠 좀 지겹기도 하고, 혹시 A가 우리에게 다 공유하지 않나 하는 서운함도 살짝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B의 집에 모여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얘기를 털어놓았다. 서로 오래 알고 지냈지만 저 깊은 곳에 간직해왔던 저마다의 이야기…

아마도 그날 하루종일 B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맛있는 안주를 곁들인 술기운에 봉인이 해제된 것 같다.


A는 모태솔로였다!!!


사실 그동안 조금 짐작을 하긴 했지만 막상 A로부터 모태솔로라는 고백을 듣고 나니… 많이 놀라웠다…


신기한 건, 그동안 A가 아주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우리 둘에게 연애에 관한 조언을 해줬다는 거다.

그것은 책과 인터넷으로 배운 연애였다…..


A의 연애조언을 한참 들어온 우리는 A에게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좋아, 너의 조언 새겨들을게.

근데 일단 너 연애부터 하고 와. 그리고 다시 얘기해보자!“

(친구에게 상처 주려고 한 말이 아니다. 늘 이상적인 연애론만 펼치는 A가 좀 답답했다..)


“그래서 너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이야?

이제 속 시원하게 얘기 좀 해보자고.

우리가 소개해 줄 수도 있잖아~“


A는 정우성이 이상형이라고 했다.

(아 C… 쫌!!!)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정우성 같은 남자 아니면 만나고 싶지 않단다.


“야…..‘

나는 짜증이 밀려왔고, 성격 좋은 B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이상형은 알겠는데.. 정우성은 쉽지 않자네…“


그리고 우리 둘은 힘주어 A에게 말했다.

우선 현실의 연애를 좀 하자고!!!



모태솔로인 A는 인기 없는 애가 아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의 썸을 돌아보면, 아주 싱겁지도 않았다.

A는 유명인과 데이트를 한 적도 있다. 그는 꽤 유명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요즘도 방송에 전문가 패널로 종종 나오고 연애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있다. A가 그와 만날 당시에 우리는 ”저 남자랑 너랑 나이 차이가 좀 많긴 하지만 멋있네.. 왜 안 만나? “라고 물었었다.

한 번은 A와 함께 길을 걷는데 웬 남자가 A의 이름을 부르며 따라왔다. 잘 생긴 편이고 깔끔했다. 누구길래 이렇게 쫓아오냐고 물으니 A는 피하고 싶은 남자라며 황급히 그곳을 벗어나려 했다.


둘 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그 사람들이 A와 인연이 아닐 수도 있고,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A가 연애에 뛰어들기를 응원한다.

현실의 연애를 하고, 그 안에서 천만 가지의 감정을 느끼며 연인 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쁨과 깨달음과 성숙을 경험하기를…

그 느낌을 우리 셋이 더 깊이 나눌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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