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게임?
패션회사에 다니는 친한 동생이 옷을 선물해 줬다.
3월이지만 아직 추운 요즈음, 마음에 봄기운을 불러일으키는 하늘하늘한 꽃무늬 랩 스커트다.
언니 요즘 캐주얼하게 입네.
예전에는 늘 하이웨이스트 스커트에 힐 신고 다녔쟈너~
어머~ 그치!
나 하이웨이스트 스커트 좋아했지!
한 2년 전까진 그랬던 거 같은데… 이제 아득하네…
나는 내 체형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지도…?
그래서 언제부턴가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부각하는 옷차림을 아주 충실하게 지켜왔다. 그 핵심은 가느다란 허리를 더 조여서 허리에서 힙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강조하는 거였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 바로 하이웨이스트 스커트!
하이웨이스트 스커트에 스틸레토 힐은 나의 시그니처 이이템이‘었’다.
그렇다. 과거형이다.
매력적이지만 불편한 나의 패션 필수템들!
예전에 사무실 내 책상 밑에는 다섯 켤레에서 일곱 켤레 정도의 신발이 있었다. 기분이나 컨디션, 미팅의 성격에 따라 바꿔 신을 요량이었다.
항상 사무실의 청결을 강조하시던 우리 본부의 헤드 C 상무님이 어느 날 내 사무실 책상 밑을 보시고 어이없다는 듯 웃으시며 큰 소리로 한마디 하셨다.
아이고
이멜다(Imelda)네, 이멜다!!!
*이멜다 마르코스 Imelda Marcos
전 필리핀 영부인
구두를 3000여 켤레 소장한 사치로 유명하다.
하이웨이스트를 벗어 던지고 편안함에 빠진 지 꽤 되었다…
요즘 주로 입는 옷은 청바지에 니트와 셔츠. 그리고 신발은 스니커즈나 러닝화를 주로 신는다. 가끔 힐도 신지만 예전보다 앞코가 덜 날렵하고 굽도 훨씬 낮은 구두를 신는다.
물론 지금도 몇 벌 의 하이웨이스트 스커트와 니하이 부츠와 십 센티 굽의 스틸레토 힐과 샌들들이 신발장과 옷장에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손이 안 가는 그 아이템들을 여전히 없애지도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건 하나하나 사 모은 그때의 열정과 이 아이템들을 장착했을 때의 자신감에 대한 미련인가…
선물 받은 리버서블 플로럴 맥시 스커트, 얼른 입고 싶다!
#밸런스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