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베프가 와서 오랜만에 대학교 때 친구 넷이서 완전체로 모였다. 애정하는 나의 절친들!
우리가 만날 때마다 약속 장소를 정하고 예약하는 건 늘 내 몫이었다. 트렌디하고 분위기 좋은 장소들을 많이 알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 내가 최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채팅방에서 소극적으로 있었더니 친구 S가 나서서 저녁 먹을 장소를 예약했다. S가 사는 동네의 무난한 베트남 음식점이었다.
S는 시원시원한 남자 같은 성격이랄까?
장소를 고르거나 무슨 결정을 할 때, 주차가 되면 오케이다! 맛이나 분위기에 연연하지 않고 빠르게 결정하고 예약한다. 그리고 트렌디한 ‘핫플’보단 집 근처를 선호한다.
저녁을 먹고 2차로 술을 한 잔 하자며 식당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시원시원한 S가 바로 근처의 맥주가게로 우리를 인도했다.
으음….. 가까운 건 좋은데 그 술집의 분위기가 쪼끔 많이 아쉬웠다. 어딜 고르던 늘 좋다고 하던 H도 한마디 했다. “음악이 좋았음 했는데…..“
내가 나서야겠네!
얘들아~ 음악 좋은데 있어. 갈래??!
모두 입꼬리가 올라가며
“역시 너 아는 데 있네에~!!!” 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맥주가게에서 나왔다.
택시를 타고 내가 가끔 가는 라운지 바로 갔다.
친구들은 바의 분위기를 맘에 들어했고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찍느라 입장이 지체될 정도였다. (뿌듯)
뉴욕에서 온 W는 나를 따라 화장실로 오더니 한껏 달뜬 목소리로 “OO아 여기 내 취향저격이야!!” 했다.
“진짜?? 여길 오길 잘했네!!”
“너의 제안은 언제나 좋았어! 넌 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어!”
(그 옛날 뉴욕에서, 미드에서나 볼법한 트렌디한 바와 레스토랑에 날 데리고 다니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경험을 하게 해 준 W의 칭찬!!! 오예에~ )
친구들이 신나니까 나도 신났다.
너희들이 좋으면 나도 좋아!
각자의 주량에 맞춰 하드 칵테일, 소프트 칵테일, 논알코올 칵테일을 주문하고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인다. 음악 사이로 대화하느라 목소리는 한껏 커지고… 이 행복한 기분에 취해 복잡한 일들은 다 잊고 싶었다.
한참 신나게 놀고 있는데 카카오톡 메시지로 부고가 왔다.
DJ의 경쾌한 음악을 배경으로 부고를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집에서 차분히 쉬고 있거나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부고를 받았다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 텐데….
멀리 뉴욕에서 온 친구와 이 시간을 좀 더 누리고 싶은데……
짱짱한 음악 소리와 동그란 테이블에 둘러앉은 친구들의 대화 속에 묵직한 생각이 몰려오며 귀가 멍해졌다.
‘왜 인생에는 기쁨과 슬픔이 순서 없이 찾아드는 걸까?’
그날 새벽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새찬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빈소는 강원도 춘천.
오랜만에 장례식에 가려니 멀쩡한 검정 양말이 없네...
‘진회색 양말을 신어도 되려나?‘
일찍 나가서 검은색 양말을 샀다.
처음으로 혼자서 춘천에 가본다.
삶의 기쁨과 슬픔의 순간에, 패션과 메이크업을 달리 하고 각각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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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또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 일일초, 호시노 도미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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