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격이 더럽게 급하고, 하필 그 급함을 뒷받침할 체력까지 있는 사람이다.
2019년 여름,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취업을 하는 나는 나답게 취준을 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면 부지런하지만 조급하게.
초, 중, 고, 대학교, 심지어 군대까지, 항상 어딘가에 적을 두고 살던 삶에서 처음으로 아침에 눈 뜨면 할 게 없는 백수가 된 게 그렇게 불안했다.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영어 과외를 하며 미친 듯이 회사들을 지원했다 (솔직히 난사 했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쪽이 분명하게 있었기에 해당 분야의 모든 공고를 지원했고, 가물에 콩 나듯 구인하는 분야라 그 비슷한 분야까지 슬슬 넓히며 서류 넣고, 면접 보고 하고 있었다.
변태 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구직 과정이 마냥 괴롭지는 않았다, 원하던 곳에 바로 탈락이 되면 실망감이 컸을 뿐 - 이게 내가 지금까지 프로 구직러로 살 수 있는 나의 성향 구조 인듯하다, 아무튼 그렇게 나의 5개월이 스쳐지나갔다.
그때나 지금이나 쌩신입을 뽑는 공고는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나며 '뭐라도 되면 다니자'라는 생각으로 옵션을 넓혔다 - 빨리 다시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되겠다는, 회사원으로 돈벌이하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경제 활동이라는 생각을 했던 만 26세의 나는 조급함이 극에 달했다.
9월의 날씨 좋은 어느 날, 나는 나의 첫 회사였던 프랑스의 모회사 면접을 보고, 다소 사람을 급하게 뽑던 그들에 의해 간택이 됐다.
나는 항상 영화, 뮤지컬, 콘텐츠 산업군을 가고 싶었지만, 6개월 가까이 알바만 하고 살던 조급이는 그냥 그들의 오퍼를 덥석 물었다.
그게 진정한 프로 구직러의 길로 가는 문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뭐 사람, 일, 연봉을 다 떠나서 - 더럽게 재미없었다.
첫 3개월은 몸이 자주 아팠던 걸로 기억한다, 달라진 생활 루틴, 실망감 등이 합쳐져 나는 퇴근하면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기만 했다.
1년 계약직이었던 나는 워라밸이 좋았던 그곳을 다니며 계속 다른 데를 지원해 보자는 생각으로 밥 먹듯 하던 구직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전 세계를 집어삼켰던, 그리고 구직 시장을 마치 쓰나미처럼 리셋 시켜버린 코로나가 시작됐다.
나는 X됐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