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중순, 내 인생 처음으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일전의 글에서 쓴 것처럼 H사에서 나의 가장 큰 불만은 너무 잦은 구조조정이었다.
많은 외국계 기업의 종특이라고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23년 말에 회사는 기습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전 포지션을 오픈으로 전환하고 전 직원은 빠짐없이 다시 면접을 봐야 한다는 충격적인 소식.
심지어 내가 몸담았던 이커머스 팀은 불과 4개월 전에 비슷한 일이 있어서 몇명이 퇴사를 한 상태였다.
24년이 되자마자, 인터뷰 프로세스가 시작되었고, 나는 나대로 밖에서 다른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꽤 많은 사람이 이랬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3월 중순의 금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부서의 가장 높은 매니저가 1:1 면담을 하자고했다.
내 기억에는 두 개 포지션에 지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결과를 알려줄 게 뻔해서 살짝 긴장됐다.
형식적인 인사를 후, 그녀는 아주 무미건조하고 기계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너는 두 가지 포지션 모두 합격하지 못했어, 인사팀이랑 퇴사 위로금 얘기해 봐. 그동안 수고 했어.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잘릴 줄은 몰랐다.
내가 회사를 위해 한 게 얼만데~ 하는 꼰대스러운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내가 원하는 자리가 안되면, 전혀 상관없는 직무라도 제시하면서 거기라도 갈래? 이럴 줄 알았다, 좌천 느낌으로 말이다.
그 말을 듣은 나 첫 반응은 분노였고, 그녀에게 그대로 표현했다 (뭐라고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미팅이 끝났고, 나는 대충 짐을 싸서 밖으로 나왔다.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화하고, 카톡을 했다. 왠지 빨리 이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야 나 잘렸다 ㅋㅋㅋㅋ.
그날이 불금이었음으로, 친구와 약속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열심히 오늘 하루의 썰을 풀어줬다.
몇 시간 전 이야기니 얼마나 생생하게 했겠나.
어이가 없었고 기분이 더러웠다.
그래도 언제라도 잘릴지도 모른다는 분위기에서 오는 텐션이 끝남으로써 후련함도 있었다.
이 모든 게 50대 말년 부장의 이야기가 아니고, 30대 초반 한창 일할 나이의 내가 겪은 일이다.
다음 날, 인사팀과 퇴사 관련 면담 1:1 미팅이 잡혔다, 물론 zoom으로 말이다.
회사도 갓 잘린 사람의 화를 대면으로 받아내고 싶진 않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