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통보 후 약 18시간이 지난 다음 날, 인사팀과 줌 미팅을 했다.
나는 카메라까지 켜고 기다렸다, 나의 분노를 비주얼적으로도 표출하고 싶었다
인사팀이 미팅에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해드려서 죄송해요...
화면에 뜬 그녀의 첫마디.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의 원인에 그녀는 단 1%도 연관이 이 없다는걸. 이 사람도 그냥 회사원일 뿐이고 자신의 일을 하는 중이다.
그래도 나는 총대를 멘 이 사람에게 어떻게라도 내 분노의 심경을 전해 주고 싶었다.
좀 더 유치한 표현을 쓰자면, 타격을 주고 싶었다.
뭐 할 말 있으면 해보세요.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이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 이후, 그녀는 준비한 스크립트 티가 팍팍 나는 말을 줄줄이 읊어댔다.
-회사의 결정이라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이커머스 팀은 두 번 연달아 구조조정이 생긴 점 유감이다.
-회사에서는 정규직 직원이 회사 사정으로 퇴사하는 형식으로 처리를 할 것이다.
-추가로 법적인 공증을 거쳐, 퇴직금과 별도로 위로금을 지급하겠다.
1년 반 전의 일이라 정확히 생각은 안 나지만,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고, 마지막엔 "성민 님은 한 번도 저 성과자로 분류된 적이 없어요."라는 문맥에도 안 맞는 X 같은 쓸데없는 말을 위로랍시고 했다.
나는 감정적으로 올라오는 것을 참지 않고 다 쏟아 냈다.
-이럴 거면 정규직 왜 하냐?
-최근 몇 달간 일이 아니라, 회사 내에서 구직만 했다, 이게 맞냐?
-맨날 사람 중심 이런 얘기는 왜 한 거냐?
-더 나아가, 인사팀이 이런 거를 회사랑 직원 사이에서 조율하라고 있는 거 아니냐?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지만, 하루아침에 잘 다니던 회사에서 나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나가게 된 나, 아니 우리만큼 빡치진 않을 거다.
어차피 나가게 된 마당에, 제시한 위로금이라도 올려 달라고 했다.
물론 무턱대고 더 달라고 할 순 없으니, 나름 논리적인 이유를 몇 가지 대면서 말이다.
회사 생활하면서 배운 설득의 스킬을 이렇게 쓸 줄은 몰랐다.
그녀는 위에 보고 하고 의논해 보겠다고 했다.
나는 최대한 빨리 답 달라고 하고 미팅을 끝냈다.
몇 년간의 프로 구직러 생활을 청산하고 H사를 들어올 때, 하나 짜증 났던 점은 총채용 기간이 2달 가까이 걸렸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약 3년이 지난 후 나를 내보낼 때는 2달이 아닌 2일이 걸린다는 사실이 재밌었다.
나는 항상 '내 일'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다.
내 성향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고,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상황이 새로운 도전을 위한 좋은 기회야!' 따위의 말을 할 정도의 기분은 아니었다.
해고는 정말 짜증 나고 화나는 경험이다.
그렇게 2024년 4월에 접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