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타의적 퇴사의 마무리

약 5년간의 회사 생활에서 배운 설득의 기술로 임한 위로금 협상의 결과가 4월 초에 나왔다.

소폭 상승 - 나의 퇴사로 인 잠재적으로 몇억의 비용을 절감한 회사의 씀씀이치고는 맘에 들지 않았지만 받아들였다.

여기에 더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사일은 그들이 제시하는 옵션 중에 제일 늦게, 이번 달 월급까지 받고 갈 수 있게 5월쯤으로 합의했다.


그렇게 권고사직의 모든 행정 처리가 끝났다.


남은 몇 주간은 이제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처럼 있다가 가면 된다.

근데, 그 시간이 뭔가 불편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난 이 회사에서 인간관계가 좋았다. 이쪽으로는 좋았던 기억뿐이고 지금도 연락하면서 지낸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불편한 얘기를 하기가 짜쳤다.


2.모든 회사엔 인수인계가 있다.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내가 하던 일 정도는 깔끔하게 알려주고 나가는 그런 느낌.

해당 구조조정으로, 싱가포르 본사 쪽 사람들이 대거 우리 팀의 업무를 맡게 됐다.

원래 친한 사이였다면 회사엔 감정이 안 좋아도 성심성의껏 알려줬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100퍼센트의 친절을 베풀기는 솔직히 어려웠다.


나의 자리를 차지한 그 사람도 당혹스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미안한데, 이것 좀 알려 줄 수 있을까? 연락해서 미안해.



정상적인 퇴사였으면 말이 안 되는 거다, 후임자 교육은 당연한 거니까.

그냥 이런 서로 불편한 상황 자체가 짜증 났다 (그래도 그 사람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3.앞으로 뭐할지에 대한 고민을 여유 없이 바로 해야 하는 게 짜증났다.

나는 프리랜서, 인턴, 파견 계약직, 직접 계약직 등 모든 고용 형태 경험이 있다.

이것들보다 정규직이 좋은 건, 끝이 정해져 있는 형태가 아니기에 긴 호흡으로 내 인생을 설계할 기회가 생긴다는 거다.

하지만 인생에 100퍼센트 확실한 건 없었다, 난 다시 타의로 광야에 던져졌다.

원래 군대에서도 전역을 앞둔 말년들이 가장 생각이 많아지지 않나.


아, 그런데 하나 장점도 있었다.

이따금 연락을 주던 헤드헌터들에게 따로 퇴사의 이유를 말할 필요 없이 한마디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권고사직 당했습니다.



어째됐든, 여기와는 끝이고 한달 후면 공식적인 FA (free agency)가 된다.

앞으로 어떤일을 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건 여유를 가지고 찾을 계획이었다.


조급해서 잘될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적어도 내 인생에선 그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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