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구직러는 결심했다.
속는 셈 치고 한 회사만 더 다녀보기로.
'언젠간 나만의 일을 하긴 할 건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라는 교묘한 말로 회사 생활이 주는 월급 등의 베네핏을 포기할 용기가 없는 스스로를 정당화하면서 말이다.
그 당시 나의 상황 및 프로필은 이러했다.
-30대 초반.
-총 5년 정도의 회사 커리어 보유.
-패션 업계 이커머스 및 영업 경력 위주.
-권고사직을 당해 전 회사 퇴사 사유가 명확함.
-권고 사직을 당하면서 받은 위로금 + 퇴직금 + 5개월 간의 실업급여로 경제적인 상황 매우 괜찮음.
+오랫동안 가고 싶었던 영화사는 영화 산업이 아작난 관계로 단념한 상태.
구직 사이트에 이직 적극적으로 검토 중으로 세팅하니 헤드헌터들의 제안이 많이 왔다.
너무 경력이 좋으셔서 연락드려요~
제가 매력적인 포지션 많이 가지고 있어서요~
그들은 진정한 영업의 고수다, 배울 점이 많다.
제안들은 주로 패션 쪽이 많았으나, 어차피 한 번만 더 회사에 다니고 내 일을 시작할 거라 웬만하면 안 해본 산업군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진짜 딱 한 번만 진득하게 더 해본다!
오랜만에 공백기였지만 느낌이 많이 달랐다.
쌩신입도 아니고, 무엇보다 진작에 경제적 독립을 한 나의 마음을 위로금, 퇴직금, 실업 급여 3종 세트가 따뜻하게 했기에 급할 것도 없었다.
돈과 시간 모두 많은 백수는 무서울 게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모임을 알게 됐다.
비트윈 잡스 - 말 그대로 job 사이에 공백기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
모 대기업 출신으로서, 책도 쓰고 방송도 나오는 분이 호스팅한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 브랜딩 잘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한 번 가보려고 신청 완료.
공백기에 관해서 난 또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쉬는 걸 거의 중범죄로 생각한다.
커리어 공백기에는 설명을 요구하면서, 이상할 만큼 음주가무와 같은 자기 소모에는 매우 관대하다.
욜로족처럼 당장 일을 때려치우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놀아도 좋다는 게 아니다, 그냥 '저 그냥 좀 쉬었어요'라고 말하는 그 자체를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볼드모트를 언급하는 것과 동급으로 보는 그런 시선을 이야기하는 거다.
멈추지 않고 달려만 한다는 분위기가 쌓여 강박이 되고, OECD 회원국 중 손꼽히는 정신 건강 약소국이라는 결과를 낳았지 않았을까.
제발 한 사람을 그 사람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만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을까.
이건 물론 아무것도 아닌 내가 가진 한 가지 의견일 뿐이다.
반박해도 님 말이 다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