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좋이었던 헤드헌터가 추천해 준 회사의 1차 면접이 1주일 만에 잡혔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이익 때문에만이 아닌 내 커리어 패스도 생각해 주는 사람이구나 싶었고 연락이 빨라서 좋았다 (난 기다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회사를 한 번 더 다녀 보기로 결심했으니 요번 구직이 본격적인 재취업의 시작이다.
6월 초에 국내 여행을 갔었는데, 마침 그때 1차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다.
비대면 면접이니 문제없다고 했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매주 밥 먹듯이 보던 면접이었는데, 오랜만이니 떨렸다 -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이 타이밍에 내 면접의 역사를 잠깐 설명하자면, 그 당시 기준으로 못해도 50개 회사 이사의 면접을 경험한 베테랑이었다.
모든 건 하면 는다고 하지 않나, 면접도 보니까 늘더라.
내가 생각하는 잘 된 면접의 공통점은 이랬다.
1.'물어본 것'에 충실하게 답했다 - 은근히 내가 준비한 말만 기계적으로 하는 지원자가 많다. 면접은 대화다.
2. 첫 질문이 모든 걸 좌우한다 - 초장부터 삐걱거리면 남은 30~60분은 높은 확률로 망친다.
3.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데, 그날 나온 면접관과 나의 성향이 맞아야 한다 - 다 사람이 하는 거다, 회사를 대표해서 나온 그들이 나랑 잘 맞으면 뭐 사실 전략이랄 것도 필요 없다, 일사천리랄까.
일본 A사와 1차 비대면 미팅이 시작됐다.
실무진 한 명, 인사팀 한명 - 아주 전형적인 인터뷰어의 구성.
가벼운 자기소개 후, 그들은 경력직 면접의 핵심인 전 회사 퇴사 사유를 물었다.
나는 여기에 아주 당당하다.
회사 구조조정으로 잘 다니던 회사에서 갑자기 위로금 받고 나오게 됐습니다.
그들의 표정이 '젊은 나이에 어찌 그런일이...'라는 표정이었다 - 면접에서 약간의 동정을 받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 술술 풀렸다.
그들의 마지막 질문은 이거였다 - "어쩌다가 영국까지 유학을 가게 됐어요?"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도 항상 가지고 있다.
서울 8학군에서 자랐는데요, 맨날 누가 시키는 공부, 진로만 쫓다 보면 제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매우 진취적이시네요~"라는 말을 하는 그들의 얼굴은 거의 감동해 울기 직전이었다.
나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 정도면 1차는 통과한 거다.
그들은 그다음은 대표이사의 1:1 면접일 것이며, 그것이 최종 면접이 될 거라고 했다.
다 끝나고 나는 생각했다 - 나의 마지막 회사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사람들도 느낌이 나쁘지 않았고, 나랑 성향도 맞아 보였다.
일본 A사면 패션계에서 알아주는 곳이기 때문에 가오도 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속물적인 생각도 순간적으로 스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여기에 붙으면 입사 하려고 했다.
그다음 스텝이 내 인생에서 최악의 경험 중의 하나가 될 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