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성으로 논지도 4개월이 넘어갔다.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볼 스포츠 게임도 없어졌고, 무엇보다 돈이 떨어져 가는 게 느껴졌다.
불과 몇 달 전, 태어나서 본 적 없는 목돈을 받아본 나는 신나게 펑펑 썼다.
카지노 같은 데를 간 것도 아닌데, 가볍게(?) 여행 몇 번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서 먹고 싶은 것 좀 먹었다고 이렇게 되는지 - 역시 돈 쓰는 게 제일 쉽다.
최후의 보루였던, 실업급여도 딱 한 달 남았다고 연락이 왔다.
수입이라고는 곧 매달 귀엽다고 말할 수준의 영어 과외비 정도만 남게 생겼다.
내 인생 많은 구직의 시간을 가져봤지만, 5달 정도 되면 슬슬 X줄이 타기 시작한다 -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다음 스텝을 고르는데 콧대 높은 자세로 일관했던 나는 난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달에만 무려 6개 회사의 면접을 봤다. 비로소 닥쳐야 하는 게 바로 사람이다.
콘텐츠 회사, 패션 회사, 대행사, 소비재 회사, 컨설팅 비스름한 아직도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정확히 이해가 안 되는 회사 등등.
면접도 모두 수월하게 봤다.
이게 구직을 오래 하다 보면 면접 고인 물이 된다.
머릿속에서, 마치 퍼즐처럼 '이럴 때 이렇게 이야기하면 보통 잘 먹힌다'하는 생각들이 서랍마다 잘 정리 되어있는 느낌이랄까 - 물론 이게 딱히 자랑할 만할 건 아니다.
그중에서 미국의 U사는 붙으려면 가려고 했다.
산업군도 내가 많이 해본 패션 쪽이고, 직무는 내가 직접적으로 해보진 않았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 정도는 이쁘게 포장해서 말할 수 있는 정도였다.
1,2차 면접이 끝났고, 심지어 2차에서는 나 한 명 vs 5명 정도의 실무진 + 인사팀이라는 다소 가혹한 환경에서 다 같이 웃으면서 끝내는 기적을 일궈냈다 - 나오면서 생각했다 '아 여기는 진짜 붙었다, 이 정도면 내 마지막 회사로 나쁘지 않겠다'
근데, 구직의 가장 힘든 점이 뭔 줄 아나?
이력서 다듬기, 자소서 쓰기, 면접 준비하기, 면접 보기…. 이런 건 솔직히 하다 보면 껌이고.
찐은 바로 - 기대감을 가진 회사 면접 결과 기다리기. 이거다.
X줄 타기 시작한 쪽이 이미 을이다.
나는 그 해 8~9월 그들의 연락을 기다리느라고 메일함, 문자, 전화가 울리면 벌떡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했다.
마치, 군대에서 신병 때 선임이 불침번 교대를 위해 깨우면 감전된 것처럼 벌떡벌떡 일어나는 것처럼.
근데 왜 진짜 연락이 안오지...
회사도 면접 후 적어도 몇일 안에는 꼭 결과를 알려줘야 한다~ 뭐 이런 노동법을 만들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