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그냥 개인 사업자 내봄

생각보다 많이 못 놀고 다시 회사 다니나 했는데, 무례한 대표이사와 헤드헌터 콤비가 나를 더 쉬게 만들어줬다.

2024년 6~7월 정말 원 없이 놀았다, 아니다 나름 직업이 있었다.


스포츠 리서처 (sport researcher),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스포츠 소식 찾아보고, 온갖 종목 경기 싹 다 챙겨보는 포지션.

그해 여름은 스포츠 리서처의 일복이 터진 시기였다.

유로 2024와 파리 올림픽까지, 나는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바빴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었다.

좋아하는 러닝은 도가니가 나가도록 뛰었다.


그렇게 한 달 반 정도 지나니 슬슬 심심했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일할 필요가 없는 건물주가 굳이 자기 건물에서 파리 날리는 카페라도 열어서 일을 하는지 이해가 갔다.


회사 밖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나에겐 한 가지가 있다.

2018년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했던 영어 과외.

주로 일반 회화, 오픽을 가르쳤었고, 이제 회사 생활도 해봤으니 비즈니스 영어라는 타이틀도 달고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사에 다니면서 영어에 대한 한국 회사원의 수요는 평생 가겠다는 걸 느꼈다).


12e9230fd23ba8dc0068b73d1082c960.jpg


사람마다 탤런트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언어를 좋아한다. 좋아하니까 잘해졌고, 가르쳐도 보니 그것 또한 나랑 잘 맞았다.

한 달에 몇십만 원이라도 좋으니, 나의 마지막 회사를 정하기 전까지만 다시 해보자.


갑자기 숨고라는 앱이 생각났다.

주변의 누군가가 거기서 과외 선생님을 찾았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바로 가입했고, 내 프로필을 올려서 나름 강사스러운(?) 페이지를 만들었다.


와, 그런데 진짜 거짓말 안 하고 10분 만에 연락이 왔다.

영어를 배워야 하는, 또 배우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몇 분 만에 직업이 스포츠 리서처에서 영어 강사로 다시 바뀌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에자일 하다.


학생들에게 현금 영수증도 떼주겠다고 했다.

물론 이 바닥에서는 현금만 주고받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난 왠지 그렇게 사업가 흉내를 내고 싶었다 - 언젠간 반드시 내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이니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했다.

홈택스에 가서 교육 사업자로 개인 사업자를 냈다, 상호명도 그냥 생각나는 것 아무거나 즉흥적으로 넣고 말이다.


그렇게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역시 너무 재밌었다.

이 일이 생업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생각보다 막 사는 사람이 아니다, 대충 계산을 때려보니 20명 정도는 개인 과외를 해야 직전에 받던 회사 월급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그러다, 3번째인가?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날이 왔다.

어, 국가에 신고한 소득이 있어 금액이 대폭 하락했다. 젠장 이 생각까지는 정말 못했다.


그래도 달달한 불로소득을 이런 기회로 끊어냈으니 더 열심히 살게 되지 않을까.

물론, 구직은 계속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내가 지원도 하고 헤드헌터의 연락도 받으면서 말이다.


유독 더웠던 그해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다.

작가의 이전글2024년 6월 두번 째, 여러분 자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