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미생이 나왔을 때 나는 새파란 22살 대학생이었다.
그러므로, 그때 기준으로 늙다리들인 신입 사원들의 얘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나도 그들의 나이가 됐을 때 보니 세상에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직장인이 보면 PTSD가 올 만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지만,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바로 계약직 장그래에 관한 거였다.
동기 중에 나 홀로 고졸이며, 보잘것없던 장그레는 혼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그런 그에게 회사는 철저한 신분 차별을 해준다 - 이름표에 계약직이라고 명시하거나, 많이 빈약한 명절 선물을 주는 등의 다소 짜치는 방식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냥 드라마 구나 싶었다.
그러다, 프로 구직러의 기간을 거쳐 모 회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하고 난 단박에 안그래가 됐다.
첫 번째. 내 이메일 앞에는 뭔가가 있었다.
드라마 추노를 도면 도망친 노예를 잡아서 이놈은 도주 노비라는 표식을 찍는다.
나의 이메일 도메인 앞에는 계약직이라는 표식이 있었다, 즉 나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모든 사람은 나의 신분(?)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사원증 색깔이 달랐다.
입사해서 어리바리하고 있는데, 사원증 업데이트를 했으니 전 직원 새로 받으라고 공지가 내려왔다
우리 팀 다 같이 받으러 갔는데, 나의 이름을 말하자 인사팀은 이렇게 말했다.
아 저기 가서 검은색으로 찾아보세요.
정규직들은 흰색이었다, 그걸 본 팀장님은 '뭘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라고 한마디 거들어줬다.
세 번째. 정규직들은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내가 가면 이야기를 멈추었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 신분에 따른 차등을 주는 건 너무 이해되는 일이다, 그리고 운 좋게도 그 회사의 사람들은 정말이지 대부분 수준이 높아서 그 사실을 뽐내거나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단지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런 호의가 뭔가 씁쓸했다.
그 이후 정규직도 해보고, 지금은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갑자기 이 생각이 났다.
오늘 수업 주제가 '전 세계 취업 불안' 이였던 것과 관련이 쬐금은 있을 수도 있다.
진짜 미생은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