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번외편, 나는 시간을 판다

다소 쪽팔린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겠다.

회사원 시절, 나는 시간이랑 원수진 사이였다. 무슨 소리냐고? 나는 그 소중한 게 빨리 없어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afcd4be72cd4a04528c7da3325dc41db.jpg


첫 번째. 점심시간 끝나기 전까지 컴퓨터를 돌보듯이 했다.

직장인들이면 공감할 거다, 1시까지가 점심시간이라면 12시 59분 59초까지 쉬고 절대 먼저 일 시작 안 하는 거.

그러다가 갑자기 현타가 왔다 - 10년, 15년 후에도 여기서 똑같이 이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두 번째, 어떻게 하면 꿀 빨지 고민했다.

나는 잦은 외근 아니면, 재택근무가 있는 회사에 다녔다.

외부 미팅이 있는 날엔 어떻게 하면 시간을 잘 분배해서 바로 집으로 직퇴 할지를 고민했다.

또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더 재택 할지를 고민했다.

어느 순간, 중학교 때 학원을 째고 더 놀지 고민했던 내가 떠오르면서 30대에도 이러는 내가 한심했다.


세 번째, 회사돈 쓰는 것에 중독됐다.

솔직해지자, 평소에 내가 혼밥 할 때 먹는 그 메뉴를 회삿돈으로 먹는 사람은 많이 없지 않나.

평소와 다른 과감함으로 비싼 밥을 먹고 뿌듯한 거도 한두 번이지, 현타가 왔다.


지금의 나는 뭔가 엄청 달라진 것처럼 말하지만 정확하게 똑같은 바로 그 인간이다.

근데 시간과 원수진 건 다 풀었다.

내 이름 걸고, 하는 만큼 버는데 계속 시간 빨리 가기만을 바라는 건 X 친 놈이다.


최근 같은 회사 다녔던 친구들이랑 술을 마셨다.

그들은 위의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배짱이 같았는데, 형이 진짜 그렇다고?



역시 자리가, 아니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

작가의 이전글2026년 2월 번외편, 미생으로 사회생활을 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