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곰돌이 May 06. 2024

거인이 관조한 시인들의 상상세계 -김현문학전집 6

거인이 관조한 시인들의 상상세계
-김현문학전집 6

거인의 비평은 잠언으로 읽힌다.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이 담아내고 있는 무게는 너무 무거워 그 의미를 헤아리는데, 지칠 때도 있다. 그러나 읽어야 한다. 시에는 세게가 담겨있고, 그 세계와 맞서는 시인들의 전략과 전술이 각자의 방식으로, 무한화서처럼 피어있다. 그런 시인들의 상상세계로 향하게 해주는 한국 문단 최대의 거인 김현 선생의 《젊은 시인들의 상상세계/말들의 풍경》을 읽었다. 이제는 절판이 된 책이라고 하지만, 진지한 문학도에게 김현의 비평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러니 읽어야했다.

아는 시인이 반, 처음 듣는 시인이 반이었다. 80년대 당시 젊은 시인들을 다룬 평론선집으로, 이제는 점차 전설로 자리 잡은 시인들이 많았다.  황지우의 대한 두편의 글(다만 초기시를 많이 다뤄 내가 아는 황지우와는 괴리가 있었다), 불순문을 제거한 긍정적인 비관주의, 즉 따뜻한 비관주의의 이성복에 대한 글, 키치 비핀의 유하의 글, 그리고 김현이 발굴해 이미 전설이 된 원석 '기형도' 등 이제는 역사의 한편에 사는 시인들에 대한 비평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외에도 김광규, 김명인, 이하석 등 제대로 들어보거나 읽은 적 없는 시인들의 시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비평이 많았고, 그 글에는 모두 김현의 따뜻한 시선이 흐르고 있었다. 특유의 날카로움을 가졌으면서도 결코 시인들을 함부로 베지 않는 그의 글에는 형용하기 버거운 품격이 느껴진다. 이론적,학술적 용어의 남용 없이, 엘리트주의적 태도가 아닌 비평적 독자의 관점에서 차분하되, 모든 것을 꿰뚫는 비평이 깊게 와닿는다. 서문부터 각주까지 버린 건 없이 마음을 휘잡는 명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최고의 산문 《풍경과 상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