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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Jul 24. 2024

기흥사업장 가는 길

삼성전자 노동자 파업 현장으로

역사적 인식의 주체는 투쟁하는, 억압받는 계급 자신이다.
-발터 벤야민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 위기에 모든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불경기와 이윤 감소를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동결하며 노동자의 이윤을 위협한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임금은 제자리를 멤돌거나 삭감되기에 실질 임금은 2년 간 감소했다. 앞으로도 사용자들은 잦은 핑계로 노동 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노동자가 단결해 사용자들과 맞서야 한다. 그렇지만 윤석열 정부 이후 화물연대 파업과 서이초 교사 집회 외에는 이렇다 할 경제투쟁이 없었고, 민주노총 역시 거리의 투쟁보다 선거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다. 그러나 희망은 선거와 의회가 아닌 거리에 성난 대중의 함성으로부터 온다. 대자적 계급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투쟁만이 다중 위기에서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다.

 민주노총이라는 거대노조가 이렇다할 투쟁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희망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피어났다. 바로 초일류 기업인 '삼성전자'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것이다. 삼성은  세계적인 기업이고, 한국 대기업 중에서도 가장 높이 위치한 기업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처우가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삼았고, 정치권에는 꾸준히 더러운 로비를 했음에도 노동자의 처우는 열악했다. 삼성의 천문학적인 이윤의 근원은 노동자의 노동에서부터 나오나,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은 너무나 열악하다. 고 황유미씨의 사망으로 알 수 있듯 너무나 위험한 조건에서 수많은 산재가 있었고, 삼성은 이를 은폐하려고 할 뿐 여전히 노동 환경은 열악했다. 비슷한 시기에 고 노회찬 의원이 폭로한 삼성X파일을 들어보면 알 수 있듯이, 검사에게 떡값줄 돈은 있어도 노동 조건을 개선할 의지는 없어보인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여론을 통해 귀족노조 몰이할 역량은 있어도, 노동자들 처우개선과 성과금 인상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물론,  골프나 치고 다니는 경영자들은 배당금을 받았지만 노동자들의 성과금을 삭감했다. 이들이 분노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번 파업 집회가 열린 기흥사업장은 고 황유미씨가 일하다가
돌아가신 곳이기도 하다. 의미있는 곳에서 열린 역사적 행동이다. 파주에서 경기 남부에 위치한 용인까지 3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역사의 현장에 연대하는 마음으로 나섰다.

 노동조합 노동자하면 형성되는 선입견이 있다. 빨간띠를 두르며, 쉰 목소리로 팔뚝질 하는 40대 이상의 남성 노동자...그렇지만 삼성노동자들은 다양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젊은 나이의 청년 노동자부터 엄마, 아빠 뻘 정도되는 노동자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데모'라는 것을 처음 해본 듯, 현장을 낯설어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처음 투쟁에 나선 것이라 파업을 지지하는 우리를 낯설어하기도 했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물을 전해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 몇몇은 "투쟁"을 외치며 "와주셔서 감사하다", "꼭 승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본 행사가 시작되자 '단결투쟁가', '파업가'같은 민중가요에 맞춰 팔뚝질하는 노동자의 풍경이 인상깊었다. 노동자들의 열기에는 두 가지 감정만 느껴졌다. 경영진에 대한 분노감과 동료들과의 연대의식, 이 둘 사이에 제3자가 낄 틈은 없어보였다.

 현장 노동자의 자유 발언에는 다듬지 않은 칼날 같은 분노가 느껴졌다. 아마도 처음 발언일 테고, 사측의 불법 감시를 의식해서인지 마스크를 쓰고 나왔지만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떨린 숨결의 발언을 듣고 있으니, 그들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생생한 폭로, 지치는 몸과 마음 때문에 맺힌 한의 정서, 사측과 경영진에 대한 분노 등 일하면서 피부로 느낀 소외를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구호 역시 깊게 찔러왔다.

"동료야 함께 하자"
"우리가 지켜줄게"

 
본행사가 끝나고 행진을 가는 노동자들에게 연대구호를 외치며 이들의 투쟁을 지지했다. 이들의 느끼는 소외를 내가 느낄 수 없기에 느낌의 공동체에 속하긴 어렵겠지만 집회를 통해 연대의 공동체에 하나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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