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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Jul 27. 2024

한국 사회 평론의 경전,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

한국 사회 평론의 경전,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


 우스갯소리로 한국 문학의 세 명의 끝판왕이 있다고 한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의 김현, 국어국문학과의 김윤식 그리고 영어영문학과의 백낙청이 있다. 이들의 사상을 읽는다는 것은 문학계의 히말라야 산맥에 오르는 것과 같다. 내가 코끼리보단 작을 지라도, 이들의 사상 위에 서있는한 보다 넓은 문학적 시야를 누릴 수 있다. 이번에 세례받은 등산은 백낙청의 산맥이다. 두 번째 평론집이자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해방의 논리를 찾아서》는 문학 평론보다는 사회 평론에 가깝다. 1979년 4월에 발간된 부모 세대뻘 책일지라도 울림은 낯설되 전혀 녹슬지는 않은 것 같다.
1부는 가벼운 강연집과 조선 일보에 실린 몇 편의 기고문으로 이뤄졌다. 2부는 인류 해방 운동을 위해 민족문화 운동을 주장하는 세편의 평론이다.
당시의 민중운동이 민족해방운동과 여성해방운동 등이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 해방 운동을 주장한다. 아쉬운 점은 인간해방 운동이 국제주의 운동이 아닌 반드시 민족문화운동의 성격을 띠어야 한다는 주장한다. 특히 과학정신과 결부된 민족문화운동이 곧 ‘동시대 최고의 세계관’에 입각한 해방의 길이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백낙청 선생의 정치론이라고 할 수 있는 개벽론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당시 금기시되는 인간 해방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뜻 깊은 책이지만, 그의 정치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당시 고전적 제국주의의 망령이 강력했기 때문에 고려할 만한 점은 있더라도, 인간 해방은 계급 해방을 통해서 이뤄지지 민족문화 운동이 그것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해방된 하늘을 위해 백낙청 교수의 진심은 느껴진다. 당대 문학, 종교, 철학을 집대성한 평론은 여전히 그 빛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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