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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Aug 24. 2024

소설가란 수도승과도 같아서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소설가가 아닌 에세이스트로서 하루키의 세계를 보여주는 에세이 대표작이다. 단순히 달리기라는 행위를 넘어서, 작가로서의 삶과 창작 과정, 그리고 정신적 여정을 깊이 있고 솔직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책은 하루키가 왜 달리기를 시작했고, 어떻게 그것이 그의 삶과 창작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낸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작가로서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시킨다. 그는 창작이란 고독하고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하며, 이러한 작가로서의 고독과 지속적인 노력을 달리기를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매일 규칙적으로 달리는 습관이 그에게는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집중력과 체력을 길러주었고, 나아가 정신적인 안정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달리기는 그에게 단순한 신체 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삶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즉, 달리기는 술과 재즈와 더불어 하루키에 삶 속에 나타난 하루키를 상징하는 징표이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통해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달리기를 "마라톤"과 비교하며, 인생 역시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내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작가로서 마주하는 슬럼프나 어려움, 그리고 노화와 같은 문제들을 달리기를 통해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서술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작가로서의 하루키가 느꼈던 고민과 그의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분에서 작가 하루키의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가지는 하루키의 달리기 수행능력이다. 마라톤 대회와 철인 3종 경기까지 나갈 정도로 단지 취미라고 하기에는 굉장한 정도의 운동 수행 능력을 보유한 작가이다. 덕분에 이런 강인한 신체에서 나오는 단련된 정신이야말로 그의 작품을 온몸으로 밀고 나가게 하는 원동력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정제된 생활 루틴, 마치 도시의 수도승 같은 생활양식이다. 소설 주인공들의 방탕한 연애편력과 달리, 적어도 작가로서 하루키는 매우 규칙적인, 아니 재미없는 삶을 산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집필하고, 달리기를 하고 오후를 즐기다 9시쯤 잠드는 그의 생활은 소설가가 아닌 수도승과도 같다.

한편 이 책은 소설가가 아닌 에세이스트로서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로 글을 쓰는 그의 능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성적인 요소와 오컬트적인 요소가 가득한 그의 소설은 취향을 타기 쉬우나, 에세이는 전혀 그런 요소가 없다. 타고난 산문가로서 차분하게 스토리텔링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루키의 내면과 창작 과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에세이이다.  이 책은 하루키 개인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삶의 인내와 성취에 대한 수행 방식은 하여금 건전한 자기 계발서로도 읽을만하다. 정제된 생활양식으로 풍요로운 세계를 구축한 하루키에게 경외심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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