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슬픈 프레카리아트의 초상, <미안해요 리키>

by 꿈꾸는 곰돌이

캔 로치 감독의 영화 <미안해요 리키>는 프레카리아트라는 은어로 불리는 불안정한 노동계급의 슬픈 초상이다. 캔 로치의 영화가 그렇듯, 화려함 없이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영화는 전통적 리얼리즘의 전형으로, 관객을 잔혹한 일상 속에 던져놓으며 삶의 이면을 투명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영화는 리키와 그의 가족이 겪는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의 삶은 마치 사막의 모래알처럼 흩어지기 쉬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수많은 가정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리키는 택배 기사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 그의 차량은 꿈을 실어 나르는 수단이자 동시에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의 감시탑이기도 하다. 한병철의 표현을 덧대자면, 리키의 밴은 성과사회의 슬픈 기표이다.


영화의 가장 큰 힘은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을 포착하는 데 있다. 리얼리즘의 진면모는 빛나는 순간과 힘든 여정을 예외 없이 드러내며, 우리가 눈감아 왔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로치는 관객이 리키의 고된 노동 뒤에 숨겨진 피로감과 그의 부인 아비의 헌신적인 사랑 속에 묻혀 있는 희망을 바라보도록 안내한다.

인간적 유대의 끈이 어떻게 단절되고 다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순간들은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아비와 리키의 다정한 속삭임은 소리 없는 슬픔 속에서 어쩌면 가장 강렬한 반향을 일으킨다. 그들의 사랑은 대리석처럼 단단하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금이 간다.

<미안해요 리키>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편지다. 프레카리아트로 불리는 불안정한 노동 계급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노동계급 모두를 초대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 대한 미안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남은 희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캔 로치의 진솔한 카메라는 어쩌면 우리 삶의 커다란 질곡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는 리얼리즘이 선사하는 진정한 강렬함이며, 영화는 우리가 느껴야 할 감정에서 결코 도망치지 않도록 우리를 붙잡는다. 리얼리즘은 단지 특수한 반영이 아닌 선험적 좌표임을 되새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팔레스타인 문학 읽기: 가자 전쟁의 불꽃 속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