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 카나파니의 작품은 비극적 역사와 민족적 고난 속에서 피어난 문학이다. 그의 소설은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난과 저항을 정교하게 풀어내며, 민족적 정체성과 상실, 그리고 회복을 조망한다. 이러한 그의 문학은 게오르그 루카치의 이론적 틀을 통해 더욱 깊이 있게 이해될 수 있다. 루카치의 문학 이론에서 다루는 총체성, 문제적 개인, 선험적 고향 상실 등의 개념은 카나파니의 작품을 통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루카치의 총체성 개념은 문학이 목표로 삼아야 할 궁극적 목적을 지칭한다. 이는 작품이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가 되어, 다양한 인간적 경험과 사회적 맥락을 포괄함으로써 보다 넓은 현실을 비추는 것을 의미한다. 카나파니의 대표작 중 하나인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나크바라는 민족적 재난으로 난민이 된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상실과 회복 과정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의 총체성을 독자에게 전달하며, 그들의 아픔과 희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독자는 팔레스타인 민족의 고난과 그들이 마주한 절박한 현실을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다.
『하이파에 돌아와서』에서는 문제적 개인으로서의 주인공이 민족적 투쟁과 얽혀 그려진다. 루카치의 이론에서 '문제적 개인'은 복잡한 내적 갈등과 사회 구조 속에서 투쟁하는 인물이다. 이 작품의 사이드는 잃어버린 고향 하이파로 돌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을 펼친다. 그는 전쟁으로 인해 잃어버린 가족과 땅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며, 팔레스타인 현실 속에서 억압과 저항 사이에 놓여 있다. 이들은 개인적 갈등을 넘어 민족 공동체의 미래와 맞닿아 있으며, 개인의 고뇌가 민족의 운명에 대한 심오한 질문으로 확장됨을 느끼게 한다.
조금 더 깊게 『하이파에 돌아와서』를 읽어보면, 팔레스타인인 주인공이 마주하는 상실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상징적으로 강하게 드러난다. 사이드와 그의 아내가 하이파로 돌아가면서, 과거의 기억과 현실의 격차를 대면하는 순간은 선험적 고향 상실로 인한 고독과 절망을 보여주면서도, 새로운 희망과 회복 가능성을 탐색한다. 상실된 가정을 재건하려는 이들의 열망은 고향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카나파니의 문학은 초기 루카치의 시선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사회적 현실의 억압 속에서도 회복의 힘을 찾으려는 노력을 그려낸다. 그의 작품들은 팔레스타인 역사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 개인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녹여내며, 독자에게 민족 서사시의 진수를 보여준다. 민중의 목소리와 그들의 투쟁, 고난 속에 피어난 희망은 강력한 감동과 깊이를 안겨준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은 이러한 총체성을 구현한 대표적인 예시이다. 작품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경험하는 절망, 실망, 그리고 희망을 한데 엮어낸다.카나파니는 난민들이 고통스러운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복합성을 드러낸다. 이 소설은 단지 팔레스타인의 소설만이 아닌 방황하는 인류의 초상으로 읽힌다. 고향을 떠나 방황하는 세 인물의 죽음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곧 인류의 실존적 방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황에서, 모든 방황하는 개인은 팔레스타인의 비극에 공감하게 되며,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인류의 문제로 생각하는 문학적 다리가 된다.
이 작품은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총체성 안에서 보여주며, 전 세계 독자에게 그 비극적 현실을 진실하게 전달한다.
카나파니의 작품은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난을 넘어, 보편적 인간 조건과 연결되는 여정을 제시한다. 그의 이야기는 특정 시대와 공간을 넘어, 인간의 근원적 질문, 즉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묵직한 고찰이다. 이러한 작품들이 루카치의 개념들을 통해 새롭게 조명될 때, 독자들은 단순히 문학 작품을 넘어서는 힘을 느끼게 된다.
고통 속에서도 해방을 찾으려는 공통된 카나파니의 서사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을 넘어 억압 받는 중동의 민중들, 전세계의 민중들에게- 공명하는 메시지이다. 끊임없는 상실감과 그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끈질긴 의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미묘한 아름다움이 그의 작품의 핵심이다. 루카치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의 문학은 민족의 아픔과 회복을 담아내는 동시에, 인간 존재의 보편적 진실을 탐구하는 강력한 서사로 자리매김한다.
카나파니의 작품은 단지 팔레스타인의 고난만이 아닌 억압받는 인간과 실존적 문제를 던진다. 제3세계 문학으로서 카뮈가 던진 실존적 질문을 던지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수행한다.
가산 카나파니의 소설은 소설로서의 가치를 초월한다. 팔레스타인 민족 서사시로, 잃어린 고향에 대해 문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난과 저항, 상실감과 회복의 서사를 통해 전체적인 인간 경험을 아우르는 문학적 도정이다. 이런 점에서, 가산 카나파니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불멸의 서사시인이자 투사이다. 이스라엘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하늘의 별이 된 그의 길이 해방의 선험적 좌표가 되어 팔레스타인인들과 그 대의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계속 읽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