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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Sep 03. 2023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주의 테제

 

 들어가며

벤야민의 마지막 글이자 벤야민을 완성된 사상가로 만들어준 <역사철학 테제>의 9번에서는 <새로운 천사>라는 그림을 다룬다. 날개를 펼치고 입이 열린 이 그림에서 무언가가 천사를 향해 닥쳐오고 있다. 벤야민은 이 그림을 역사의 천사로 규정했다. 무수히 많은 역사의 잔해들이 천사 앞에 쌓인다. 천사는 이 파편을 재구성하려고 하나, 천국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천사가 등을 돌리고 있는 미래를 향해 폭풍은 거세게 몰아쳐 날개를 접을 수 없다. 이 폭풍이 바로 진보이다. 그리고 벤야민은 마르크스가 혁명이 세계의 기관차라고 말한 그의 역사에 대한 사유를 물구나무 세운다. 혁명은 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잡아당기는 브레이크일 것이라고 한다. 벤야민의 <역사철학테제>를 통해 당시 도래한 파시즘이 인류를 야만의 시대로 인도할 수 있다는 생각하에 무조건 미래를 향해 진보한다는 헤겔식의 역사주의를 비판했다. 그리고 마르크스 이후 숙명론에 빠진 사회민주당과 기계적 유물론에 빠진 소련 스탈린주의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 글은 냉전 이후 기후 위기에 직면한 이 21세기, 기후 위기의 시대에도 잘 들어맞다 못해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  이정표를 새긴 사람은 혁명을 통해 멈춰해야만 한다. 인류를 태운 체 공멸의 늪으로 향하는 야만의 기차를 멈춰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구절을 따 아포리즘으로 정리하자면


자본주의라는 역사의 기차는 굉음을 내뿜으며 달린다. 기차는 노동 계급을 태우고, 이들에 의해 굴러간다. 자본주의는 세계다. 노동 계급은 자본주의를 깨기 위해 투쟁한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노동 계급은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혁명이다.  

 


1. 인류 공멸이 멀지 않아 보인다. 기후 위기의 시대 다시 살펴봐야 할 질문이 있다. 기후 위기의 임계점이 이미 넘었거나, 곧 임계점을 넘을 것이라고 평가되는 이 시점에서, 과연 인류의 역사가 진보했냐는 것이다. 인류는 인류 역사는 생산력이 발전하면서 그만큼 많은 공멸의 위협 역시 증가했다. 과거 냉전에서 핵무기가 공멸의 위기라면, 지금은 심각한 기후 위기가 닥쳐왔다. 이 모든 원인의 시작점은 자본주의이다. 서방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의 대결이 낳은 핵 위기, 무분별한 환경 파괴적 발전이 야기한 기후 위기를 보면 자본주의는 무엇이라고 정의내려야 할


2. 자본주의는 분명히 전자본주의 시대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해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그것은 마르크스도 인정한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발전은 물질적 진보의 일면에 불과하다. 물질적 진보의 어두운 저편에는 환경 파괴와 무기 발전이 있다. 인류는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류의 과학 기술의 어두운 저편을 실감했다. 그리고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기에, 그리고 탈냉전이라고 지칭되는 시대에 비로소 기후 위기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 기후 위기가 실존적 위기로 나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어쩌면 기후 위기는 실존에 있어 가장 큰 위협 요소이다. 자본주의는 계급이 생긴 이후, 최초로 증명된 과학적으로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는 체제이다. 역사상 인류 전체를 체제가 실존적 차원에서 위협한 사례는 전무하다. 이런 점을 미뤄봤을 때, 자본주의는 생산력 증대의 반대급부로 인류 전체의 생존을 걸었다. 생산력의 질적 변화를 담보로 인류 전체의 생존을 맡겼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첫 번째 야만성을 볼 수 있다.     


3. 자본주의는 광범위한 매춘의 체제이다. 모든 것을 상품화시키기에, 결국 사랑과 성이라는 최후의 인간적 가치 마저 상품화한다. 물론 인류 최초의 직업 중 하나가 매춘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을 주고 파는 행위는 계급 분열 이후 늘 존재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거대한 윤락가체제이고, 자본주의 도시는 너무나도 관음적으로 설계되었다.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이 번화가에 앉아 마음에 드는 처음보는 이성을 관찰할 때의 성격과 곧 사창가에서 매춘부를 고르는 성격은 유사하다. 즉, 도시를 통해 대표되는 자본주의 사회는 거대한 윤락가이다. 오늘날에는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굳이 사창가에 갈 필요 없이 포르노를 고른다. 이런 외모를 보고 처음 보는 타인을 고르는 행위의 극단은 결혼에서도 볼 수 있다. 오늘날 결혼에 있어 남자는 능력, 여자는 나이와 외모가 무기라고 한다. 얼마나 성차별적이고, 야만적인가? 전자본주의 사회에서 결혼이 가문과 신분에 의해 좌우되었다면, 오늘날에는 계급을 초월한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 그런 점에서 분명 진보성은 있지만 외모, 나이, 재산, 성격 등 모든 것을 가치를 매겨 타인을 평가하고 결혼한다. 낭만주의는 이런 자본주의에게 밀렸다. 이 말이 곧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하느 의미의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때로 자본주의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조건들을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한 낭만적 사례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본주의가 사랑의 가치를 자꾸만 변질시켜 매춘으로 변모시킨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자본주의 속 모든 인간은 양적으로 차이를 보일 지라도 모두 가치가 매겨지는 '조건'을 본다는 점에서,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성매수자 혹은 성구매자이다. 모든 것을 물화시키는 체제에서, 사랑이라는 마지막 위대한 비물질적 가치를 가치를 매기는 점에서, 무엇보다 그것이 핵심적이라는 점에서 두 번째 야만성을 볼 수 있다.       


4. 자본주의는 인간을 소유 상태로 만든다. 휴머니스트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실존 방식을 존재적 방식과 소유적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소유와 존재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 체험의 두 가지 형태로서, 그 각 양식의 강도가 개인의 성격 및 여러 유형의 사회의 차이를 결정한다. 자본주의는 당연히 소유적 실존 양식으로 굴러간다. 자본주의에서 소비는 소유적 실존 방식이 잘 드러난다. 소비는 생리적 욕구와 무관한 욕망이면서도 무한해 온 세계를 삼키려고 한다. 자본주의는 일상생활에서 소비를 강박적으로 만들며, 특히 여가와 상관된 것들이 그런 경향을 보인다. 소비는 소유의 한 형태이자, 써버린 것은 빼앗길 염려가 없으므로 불안을 감소시키는 한편, 점점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긴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소유적 실존 방식으로, 사랑마저 소유하려고 만들어 인간다움을 상실하게 만든다. 이런 소유적 실존 양식의 근원은 사유재산에 있다. 엥겔스의 명저 <가족, 사유 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나왔듯이, 사유재산이 생기면서 계급이 생겨났다. 전자본주의 시대에도 물론 사유재산이 있었다. 그러나 전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은 나의 것이지만 궁긍적으로 왕이나 영주의 것들-혹은 교회나 신의 것이라고 인식되었지만 자본주의에서는 개인의 불가침한 재산으로 인식된다. 그런 점에서 가장 '사적 소유'적인 재산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고, 특히 개인이 모두 소유적 실존 양식을 갖게 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불교의 가르침대로, 인간은 끊임 없이 욕망하기 때문에 소유하기 시작하면 계속 소유하려고 하며, 얻지 못한 것에 대해 좌절할 때 불행을 느낀다. 즉, 모든 것을 소유하려고 함을 통해 인간을 정신적으로 불행하게 만들며 물질적으로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자본주의의 세 번째 야만성을 볼 수 있다.      

5.자본주의는 영화 <매트릭스>처럼 체제 자체가 거대한 메트릭스이다. 자본주의는 스스로 누구나 근면성실하게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줄곧 한다. 매트릭스에서 인간을 건전지처럼 사용하듯이, 노동자를 건전지처럼 사용한다. 그리고 극소수의 ‘개천에서 용이 난 사례’를 보여준다. 자본주의가 말하지 않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노동자의 잉여가치를 착취하거나 착취하는 이들의 권력의 사냥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오라클-모피어스처럼 매트릭스에 맞선 인물이 있는 것처럼 마르크스와 레닌처럼 소수의 선구자들과 저항자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혁명이 되면, 이 사회를 유일하게 운영할 수 있는 세력인 노동자들이 잠재성을 인식하고 하나, 둘 스스로 네오처럼 빨간 알약을 먹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기후 위기를 겪지 않는 매트릭스와 달리 인간은 기후 위기를 맞았다. 얼마 시간이 없다. 소수의 저항자들이 혁명을 준비해 수 많은 노동자들이 빨간 약을 먹도로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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