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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진 총성, 길 잃은 서사, 불타오르는 사랑

서극, <영웅본색3>

by 꿈꾸는 곰돌이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던 영화계의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반은 맞고, 나머지는 틀린 말이라고 생각한다. 1편의 연장선에서 작품을 볼 때는 수 있더라도, 속편을 별개로 볼 때 연출의 층위, 혹은 작품의 취향면에서 더 높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웅본색3은 분명 영웅본색 시리즈에게 기대하는 요소를 미치지 못 했다. (다소 진부하지만 홍콩 느와르 특유의 마력인) 남자들간의 의리나 화려한 갱스터 액션에는 부합하지 못 했다. 람보와 홍콩 영화 전성기 때 보인 기사도 정신의 로맨스가 반반 섞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흥행에서도, 관객의 평가에서도 홍콩 느와르의 대명사가 된 1편이나, 많은 액션 영화에서 오마주되고 전설로 남은 2편에 비해 아쉽거나 영웅본색과는 별개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물론, 아쉬움은 많다. 오우삼 없는 영웅본색은 영웅은 있더라도, 본색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본색에는 남성들간의 의리(긍정이든 부정이든 마초이즘)과 화려한 쌍권총 액션을 동반하는데, 주제의 변경과 액션 연출이 아쉽게 다가온다. 물론, 영웅본색3라는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핀오프로 별 개의 제목을 달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름 값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철저히 몰락했지만, 별개의 로맨스와 액션 영화로는 그럭저럭 괜찮은 영웅본색3에 대한 조금 더 깊게 파혜쳐 보자. 비전공자 입장에서 형식, 연출, 장르의 측면에서 쓴 글이라 다소 어색할 수 있지만, 21세기 이후 태어난 그 누구보다 영웅본색에 대한 애정은 깊다고 단언할 수 있다.


형식의 진부함과 방향성을 잃은 시도

<영웅본색 3>은 시리즈의 전통을 계승하려는 시도로 시작된다.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의리, 배신, 복수라는 클리셰를 중심에 두고, 전쟁의 혼란 속에서 형제애를 강조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재탕된 서사가 새로운 매력을 전혀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1, 2편이 홍콩을 배경으로 하여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담아냈다면, 3편은 배경을 베트남 전쟁기로 옮기면서 단순한 외형적 변화를 추구한다. 전쟁의 참혹함과 이념 갈등이라는 복잡한 요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서사의 중심은 단순히 낡은 복수극으로 귀결된다.

게다가, 영화는 플래시백과 반복적인 회상 장면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를 보충하려 하지만, 내러티브의 흐름을 방해하는 산만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캐릭터들 간의 감정선 또한 느슨하고 단편적이라, 관객이 그들의 관계에 깊이 몰입하기 어렵다. 결국 형식적인 야심은 돋보이지만, 서사적 연계성이 부족하여 피상적인 관조에 그치고 만다.


연출의 퇴보와 정서를 담지 못한 폭력

오우삼 감독은 전작들에서 슬로우 모션과 과장된 연출을 통해 폭력에 서정적인 미학을 덧입혔다. 하지만 제적작자였던 서극이 오우삼과의 불화로 직접 연출을 맡은 3편에서는 그 연출이 의도를 상실하고 단순히 시각적 장식에 머물고 만다. 람보에 가까운 말도 안되게 난사되는 총알로 이뤄진 허무맹랑한 액션신, 비장한 배경음악이 반복되지만, 이는 더 이상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장면들은 감정적 울림 없이 공허한 폭력의 나열로 전락한다.

특히, 주요 액션 시퀀스들이 전쟁의 참혹함과 캐릭터의 감정을 충분히 연결하지 못하면서 단순히 총격과 폭발의 스펙터클로만 소비되고 만다. 이는 "의리와 고뇌"라는 시리즈의 핵심 정서를 희석시킨다. 1, 2편에서의 총격전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비극적 선택과 연결되어 있었다. 반면 3편에서는 액션이 독립된 볼거리로만 작용하여 감정적인 깊이를 전달하지 못한다.


캐릭터의 희미함과 중심의 부재

본작의 가장 치명적인 실패는 캐릭터 조형에 있다. 주인공 마크(주윤발 분)는 전작에서 강렬하고 상징적인 인물로 군림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는 전쟁 속 혼돈에 휘말린 수동적인 존재일 뿐이다. 마크의 스핀오프격 영화이자 본작 이전의 서사라고 해도 폭력과 고뇌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은 단순히 표면적으로 그려질 뿐, 관객에게 심리적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또한, 영걸(양가휘 분)와 여주인공 지민(매염방 분)과의 관계 역시 단선적으로 묘사되어, 이들이 영화의 중심 서사로 기능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특히 매염방이 연기한 지민의 이야기의 비극성을 상징하려 하면서도, 내면적 동기가 충분히 탐구되지 않는다. 그녀는 오히려 장식적인 존재로 활용되며, 주제 의식에 어떤 역할도 크게 부여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스토리 전반의 주제는 결국 중심을 잃고 흩어지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실패한 영광과 반복의 그림자

<영웅본색 3>는 전설적인 시리즈를 잇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형식과 연출 모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작품이다. 오우삼 감독 특유의 미학적 연출은 더 이상 신선하지 않으며, 서사는 방향성을 잃고 클리셰에 의존한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는 그 존재감과 설득력을 잃어, 비극적 정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물론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전쟁의 혼돈과 인간의 의리라는 큰 주제를 시도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깊이 있는 내러티브와 정서적 연결고리를 갖추지 못한 채, 단지 외형적인 실험으로 그치고 말았다. <영웅본색 3>는 한때 빛났던 시리즈의 영광을 희미하게 만들고, 반복과 진부함이라는 그림자 속에 갇혀 영광을 팔아먹은 아쉬운 평작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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