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피디아: 영화 평론의 신성 해체

by 꿈꾸는 곰돌이


왓챠피디아: 영화 평론의 신성 해체

영화는 고전적으로 평론의 주된 대상이었던 문학을 비롯한 예술과 비교하면 대중적인 장르다. 그러나 영화 평론은 과연 대중적일까? 분명 의도적으로 대중과 거리를 두는 평론가들이 있다. 극소수만 알 법한 이론의 렌즈를 이용해, 현학적이고 장식적인 수사로 영화를 재단한다.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라면 최신 사상 담론이 필요하며, 일상어와는 다른 날카로운 비평적 언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쁜 영화 비평의 태도는 권위 의식에 차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장은 언제나 근엄했고, 분석은 날카로웠으며, 한마디 평가는 때론 영화의 운명을 좌우하는 냉혹한 심판처럼 받아들여졌다. 어떤 평론가의 짤막한 한 줄 평이 영화 포스터 맨 위를 차지하거나, 관객들에게 감상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안티테제로 네이버 영화 별점 창을 꼽을 수 있지만, 이곳은 수차례 댓글 부대로 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왓챠피디아가 등장하면서, 그 견고하던 비평의 벽 곳곳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평의 신성'이라 불렸던 오래된 권위는, 어느새 해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왓챠피디아는 디지털 민주주의가 실험되고 구현되는 작은 광장이다.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 점수를 매기고, 각자의 언어로 감상을 남기면서, 비평이라는 영역은 소수의 전문가를 넘어 다수의 대중으로 확장되었다. 0.5점씩 세밀하게 나뉜 평점 체계와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코멘트들은, 각자가 경험한 영화의 면면들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나누는 무대를 만들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이동진과 같은 이름 있는 평론가들의 해석이 정답처럼 통용되던 권위주의적 구도가 흔들렸고, 이제 집단의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 흥행과 평가에까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절대적인 힘을 가졌던 평론가의 권좌는 그렇게 조용히 해체되고, 예전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대중의 목소리와 피드백이 새로운 비평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갔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언제나 빛만 있는 건 아니다. 왓챠피디아 속에서 자라난 그림자 또한 생각해볼 지점이다. 기존 평론에 반기를 드는 이용자들이 스스로 기성 평론가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일부 헤비 유저들의 비평 태도를 관찰해보면, '선민의식'과 '홍대병'이라 부를 법한 성향을 보인다. 대중적 취향과는 거리를 두려 애쓰는 태도, 굳이 '나는 다르다'고 강조하려는 조급함은 결국 비평의 진정성을 해친다. 유명 평론가의 의견에 무작정 반기를 드는 일, 혹은 자기 취향을 근사하게 과시하며 타인의 감상을 깎아내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오만과 우월감을 읽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어느새 건전한 토론마저 방해하고, 비평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의 혈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기득권에 대한 반감이 결국 또 다른 대중을 향한 날 선 찌름으로 이어지는 부작용 역시 조심스럽게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왓챠피디아가 몰고 온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개인적으로 총체적 장르인 영화를 수치화하는 별점에 반감을 갖고 있어, 별점을 기반으로 영화를 재단한다는 점은 아쉽다. 다만 별점을 넘어서서, 대중이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경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데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만들었다. 그동안 높은 담장 너머에서 소수만 주무르던 비평의 장을 활짝 열어젖히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 안에는 인간의 어두운 속내와 디지털 사회만의 특유의 병폐도 숨겨져 있지만, 대중 각자가 더는 타인의 거울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사유로 문화 현상을 해석하는 움직임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크다. 왓챠피디아는 비평의 권위를 해체하는 작업만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영화 평론의 담론장을 넓힌다는 점에 주목해볼 만하다. 관객을 영화를 단지 시청하는 관람객에서, 영화를 직접 평론해보고 다른 이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영화에 대해 직접 사유하는 경험을 익힐 수 있는 유용한 대중적 공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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