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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수봉 Jun 08. 2022

PMS, 생리 전 증후군과 우울증

우울증 치료 2달 , 호르몬에 농락당했다.


우울증 치료 2달이 되어간다.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아니다. 난 지금 생리전 증후군이라는 빌런을 만나서 고전을 치르는 중이기 때문에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중이었다'는 과거형이 맞을 것 같다. 생리하기 일주일 전 무렵 급속하게 기분이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무척이나 초조해졌다. 초조해질 땐 역시 왜 초조해졌는지 알아야 후련할 것 같아 구글링을 했다. 그냥 당하는 것 보다야 알고 당하는게 조금 덜 아프니까?




PMS의 원인

1.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월경 주기 동안 변동합니다. 이런 변동에 더 민감한 여성들도 있습니다.

2.PMS에 더욱 취약한 유전자 구성을 지닌 여성들도 있습니다.

3.PMS가 있는 여성의 세로토닌 수치는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로토닌은 신경 세포의 전달을 도와주는 물질이며 기분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 마그네슘이나 칼슘 결핍도 일부 원인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3번 인 것 같다. 세로토닌 합성을 증가시키는 약을 먹었을 때 기분이 나아진 것을 보면 , PMS로 인해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진 것이 아닌가 싶다.



가장 흔한 증상

성마름, 불안, 초조, 불면증, 집중 곤란, 무기력, 우울증, 심한 피로입니다.


PMS증상이 발생하면 다른 질환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발작 장애, 호흡장애 (코, 기도의 알레르기 및 충혈) , 편두통, 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 기분장애, 과도한 수면이나 충분하지 못한 수면 등 수면 장애

: 그래서 순항 중이던 나의 우울증이 악화된 것 같다.


PMS 증상 완화를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방법

1. 충분한 휴식과 수면 (매일 밤 7시간 이상)

2. 꾸준한 운동 이는 배부품, 성마름, 불안감, 불면증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요가와 태극권이 일부 여성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3. 스트레스 감소 기법 사용 (명상 또는 이완운동)

4. 스트레스가 심한 활동 자제

5.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당과 카페인(초콜릿에 포함된 카페인 포함) 줄이기

6. 과일, 야채, 우유 복합 탄수화물(빵, 파스타, 콩, 뿌리야채의 탄수화물), 섬유소가 많은 음식, 저지방 육류, 칼슘과 비타민D가 많이 함유된 음식 섭취

7. 수액 정체를 줄이고 배부품이 완화되도록 저염

8. 특정 음식과 음료 피하기 (콜라, 핫도그, 감자칩, 통조림 등)


: 11시 이전에 자기 , 매일 10-20분 운동하기, 통밀빵에 야채를 좀 잔뜩 넣고 샌드위치 만들어 먹기, 한살림 비건 단백질 챙겨 먹기 , 커피 줄이기. 생리 일주일 전에는 이 정도를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출처 : https://www.msdmanuals.com/




2022년 5월 21일 생리 7일 전

생리할 때가 다가와서 그런지 자꾸만 가라앉는다. 약을 더 추가해야 하나? 아니면 받아들여야 하나? 잘 모르겠다. 약에 무조건 의존하여 용량을 늘리고 장기 복용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치료를 시작하면서 우울감이 없던 괜찮은 기분을 알기 때문에 이 상황이 더 견딜 수가 없다. 스트레스로 인한 이명과 귀의 먹먹함이 보통 생리 전 증후군과 함께 이맘때부터 시작되었는데 희한하게도 이번엔 둘 다 없다. 귀가 찌릿 - 하고 아프고 불편한 정도만 있다. 이명에 대해선 이만하면 괜찮은 정도. 아침 컨디션이 개똥망은 아니지만 , 계속해서 나쁜 생각이 들었다. 아침 약을 좀 일찍 챙겨 먹었다.


2022년 5월 22일 생리 6일 전

몸이 축축해진 기분이다. 숨을 몰아쉬게 된다. 의욕과 식욕이 다시 사라지고 모든 것이 천천히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에 답답하다. 충동성? 이 증가하는 건지 , 괜찮았을 때와 비교해서 지금의 우울감이 답답해서 그런지 머리도 시원하게 확 잘라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생리가 시작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있다. 아니다 막연한 희망은 되려 지향해야 한다고 죽음의 수용소 저자 빅터 플랭클 선생님이 이야기하셨다.


내가 이 경우를 통해 관찰하고 도출해낸 결론은 후에 수용소 주치의에게서 들었던 말과도 일치했다. 그에 말에 의하면 1944년 성탄절부터 1945년 새해에 이르기까지 일주일간의 사망률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추세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주치의는 이 기간 동안 사망률이 증가한 원인은 더욱 가혹해진 노동조건이나 식량 사정의 악화, 기후의 변화, 새로운 전염병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대부분의 수감자가 성탄절에는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희망적인 뉴스가 들리지 않자 용기를 잃었으며, 절망감이 그들을 덮쳤다. 이것이 그들의 저항력에 위험한 영향을 끼쳤고, 그중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기에 이른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136p

생각이 뒤엉키는 하루다.



2022.05.23 생리 5일 전

오늘의 키워드는 도루묵. 도루묵이 된 것 같은 하루였다. 우울증의 극으로 치달을 때의 상태를 0 , 우울감이 없는 그저 그런 상태를 100이라고 하면 90점까지 나아졌던 상태였는데 (그러나 100점 이상으로 올라가버리게 되면 기분이 방방 뜨는 상태가 되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 오늘은 다시 40점 정도로 내려온 것 같다. 혼자 있고 싶어 졌고 , 식욕이 사라졌으나 폭식이 이어졌다. 이게 다 생리호르몬 때문이라고? 참나 기만당하는 거 같다. 어떤 호르몬 자식이 내 머릿속에서 이렇게 장난질을 치고 있는 걸까. 오늘은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소리를 대여섯 번은 지른 것 같다.


자기 전에 입을 삐죽 내민 아이가 "엄마 나는 엄마가 너무 좋은데 엄마가 '왜 그래!'라고 소리 질러서 속상했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 아가야 엄마도 네게 소리를 질러서 속상했단다. 미안해.



2022.05.24 화요일 생리 4일 전

계속 방에 누워만 있고 싶었다. 엉망이다. 내가 엄청 별로인 사람으로 느껴진다. 아니다 아니야. 나는 아프다. 아픈 사람이다.라고 생각도 해봤는데 그것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사지가 멀쩡한데 아픈 사람이 라니. 아니지.. 아프긴 아프지. 나의 뇌 호르몬이 아프고 있지..'PMS 무렵에는 약을 증량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게 바로 약 의존증 일까.


요 며칠 또 밤에 아이들이 나를 발로 차고 구르고 해서 잠을 못 잤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 수면이 얕아져서 아이들의 움직임이 다 느껴진 것 같다. 우울증 치료를 시작하며 확실히 수면이 깊어졌고 아이들의 움직임 여부에 상관없이 잘 잤는데 , 다시 수면이 엉망이 되어간다.


낮시간. 우리집 큰친구가 아빠와 나갔고 낮잠 자는 작은친구만 있어 고요한 시간에 글을 좀 쓰려고 하는데 잘 안 써진다.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되고 집중이 잘 되지를 않는다. 다시 시작인 걸까.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괜찮아. 나는 괜찮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나아질 거야. 더 나아질 거야.


에이씨 안 되겠다.

결국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불편해요. 우울해요. 괜찮을 때를 아니까 지금 더 못 견디겠어요”라고 하자 선생님이 그러셨다. 본인은 욕심? 이 좀 난다며 약을 증량하는 것보다는 정말 호르몬 때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과 후를 비교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조금만 더 견뎌달라고 했다. 힘드시겠지만.. 을 강조하시며. 하하 그럼 힘드시겠지만 견뎌봐야지 뭐..


불안도가 높아진 것 같다. 불안? 아니다 불안이라기보다는 초조함이라는 단어 선택이 좋을 것 같다. 무얼 해야 이 초조함을 떨쳐낼 수 있을까. 결국 신발정리를 했다. 오랜 시간 정리를 해서 아름다운 가게로 보내고 가구 하나도 쓸고 닦고 해서 버렸다. 얼른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싶다. 무언가 정리가 되면 이 초조한 마음이 진정이 될 것 같다. 결국 이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은 피자를 폭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평소라면 2조각만 먹어도 배가 가득 차는데 거의 6-7조각을 먹고는 정신을 차렸다. 이 우울감과 초조함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피자 폭식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나만의 세계! 우울함의 세계에 빠지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다가도 무의욕의 상태에 무너져버린다.' 화이팅힘내! 엄마가 힘내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고 잘 크지! '라고 해도 힘이 안 나는 걸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일단 엄마로의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약 때려 넣고 아이들과 뛰어논다.

 

2022년 5월 25일 생리 3일 전.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다. '제발 누가 좀 날 도와주었음. 날 여기서 끌어내어주었음.' 사고가 뒤엉켜 엉망진창이다. 얼마 전 깨진 유리에 손목을 베어 5 바늘을 꿰매었는데 오늘은 실밥을 푸는 날이다. 원래 가던 병원은 영 못 미더워서 경력이 좀 진득하게 있으신 원장님의 병원으로 옮겼다. 실밥을 푸시며 '상처부위에 흉터 적게 남긴다고 좁게 꿰매버리는 것은 흉이 덜 지는 게 아니고 종종 살을 덜 붙게 만들 수 있다'라고 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살이 덜 붙었다. 처음부터 여기로 올걸 그랬나 보다. 여하튼 너덜너덜 겨우겨우 붙으려는 상처가 내 마음과 비슷해 보여 괜스레 동지애를 느꼈다. 약 잘 바르고 시간이 좀 흐르면 새살이 돋아 잘 붙겠지. 너도 나도.




2022년 5월 26일 생리 2일 전

어라? 곧 생리를 하려나? 우울감이 좀 나아졌다. 아마 내일쯤 생리를 하지 않을까? 집중도가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책을 좀 읽었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춤을 췄다. 글을 쪼개어 쓸 수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 몸이 단단해지면서 마음도 단단해진다는데 정말일까. 일단 해볼까. 다시금 '무언가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다시 나아지려나 보다.

운동, 햇빛, 특정한 수면 패턴, 근육의 움직임 심지어 감사하는 마음까지 모두 특정신경 회로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변화시키고 우울증의 진행 경로를 되돌린다. 겨우 15분 동안 자전거를 탔을 뿐인데도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 회로의 활동량과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수치가 높아졌다.
[우울할 땐 뇌과학] 중에


2022년 5월 27일 생리 1일 전

볕을 쬐고 걷는 활동은 뇌의 세로토닌을 활성화시켜주고 이는 밤의 숙면과 기분이 나아짐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아침에 산에 다녀왔다. 아이들은 산에 가서 잘 놀았고 살랑거리는 바람과 따듯한 볕은 내 기분을 나아지게 하기에 충분히 좋았다. 생리가 곧 시작하려는지 둠칫 둠칫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정도로 흥이 돌아왔다. 오늘은 약간 가라앉지만 괜찮은 80점 정도 될 것 같다. 다행이다. 아침엔 약을 먹고 나가는 걸 잊어서 집에 돌아와 급하게 약을 먹었다. 이것저것 챙겨서  아이들 점심 먹이다가 그만 버럭 해버렸다. 여전히 화가 금세 나기는 하지만 , 금방 사그라든다. 분노에 갇히지 않았다. 다행이다.


우리집 작은친구가 낮잠을 자고 큰친구가 디비디를 보던 시간. 나는 책을 읽다가 글을 적는 이 시간이 잠시나마 '상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쾌라니. 며칠 전까지는 구렁텅이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 나는 호르몬의 농락에 빠져버린 것일까.



2022년 5월 28일 드디어 생리 시작했다. 하아 정말 피 말리는 기나긴 일주일이었다. 극심한 우울감에서 벗어났다. 호르몬에 농락당했던 게 속상하지만 그럼에도 생리 전 증후군에 대한 나의 반응을 볼 수 있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성적인 생각으로만) 더불어 최근에 안 좋은 기억들이 너무 많이 났었다.



그밖에도 해마가 하는 일은 아주 많은데, 맥락 의존적 기억 context-dependent memory의 중심 역할을 한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과 긴밀히 관련된 일을 더 쉽게 기억하는 것이 바로 맥락의존적 기억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 다녔던 대학 캠퍼스에 가면 학부 시절의 기억이 쉽게 떠오르는 이유는 맥락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울증 상태에서는 맥락의존적 기억이 커다란 단점이 된다. 우울증이 ‘맥락’이므로 기분이 좋을 때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행복한 기억들이 갑자기 싹 자취를 감춰버리는 것이다. 반면 삶에서 일어났던 모든 비극은 너무나 쉽게 떠오른다. 우울증에 걸린 해마는 비정상적으로 활동할 뿐 아니라 크기도 더 작아진다. 해마가 작아지는 이유는 뉴런을 손상시키거나 죽일 수 있는 만성 스트레스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은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이므로 해마가 온전하게 기능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
[우울할 땐 뇌과학] 중에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내 뇌에 있는 해마가 아픈 거라고 생각하니 기억 속에 스쳐 지나가는 안 좋은 기억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 과거의 내가 쌓여 오늘의 우울한 내가 된 거겠지만 , 우울로부터 자유롭도록 노력하는 오늘이 쌓인다면 미래의 나는 썩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결론 :

병원에 가던 날이었다. 선생님께 최근 생리 전 증후군으로 생리 전 일주일의 기분이 개똥이었던 것과 더불어 좀 괜찮아진 것 같아 사람들을 만났더니 온몸이 녹초가 되었고 다음날까지 (정신적인) 회복이 되지 않았으며 , 그 뒤로 매일 아침 정오까지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고전 중임을 말씀드렸다.


오전의 기분이 좋지 않고 차츰 활동을 하게 되면서 기분이 올라오는 것이 전형적인 우울증의 증상이라 하시며 아직 이런 우울증의 증상들이 남아있으니 PMS 때문에 약을 늘릴 것이 아니라 , 전반적으로 저번에 추가했던 약의 용량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 용량을 더 늘리자 하셨다.


다음 달의 생리 전 증후군은 어떨지 벌써 기대가 된다.


복용 중인 약 : 에스벤 50mg, 노르작 캡슐 10mg + 10mg = 노르작 캡슐 20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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