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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수봉 Jun 18. 2022

낙관성 테스트와 스트레스 해소

우울증 치료 82일, 긍정적이라 믿고 싶은 나에게.

병원에 다녀왔다.


노르작 캡슐을 10mg에서 20mg으로 약을 증량하고 나서는 어떤가 물으셨고 “아침에 굿모닝 했어요” 라 답하니 놀라셨다. 아 효과가 그렇게 좋으셨나요? 라며. 판타지 소설 두꺼운 4권을 4일 만에 독파하였고(=집중력이 좋아짐) , 아침에 전기자전거를 탔으며(=아침 컨디션이 좋아짐), 저녁에는 10-20분 정도의 타바타를 했다.(=운동을 할 의지가 생김) 그러나 운동을 해서 피곤한 건지 약간 무력한 건지 구분은 안되지만 그런 느낌은 남았다고 했다. 약은 이대로 지속하면 좋을 것 같고 2-3달에 이런 정도로 괜찮아지고 있다면 좋은 신호인 것 같다고 하셨다. 지금의 약간 남은 무력감 또한 없어질 수 있으며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지금 복용하고 있는 약을 조금 바꾸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 하셨다.




나는 최근까지 긍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 낙관성 테스트에서 비관적이고 꽤나 절망적인 사람이라는 게 나왔다고 말씀드렸다. (=나의 마음은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것에 가깝지만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을 하는 상태)


https://blog.naver.com/sutrs/222778539984


선생님은 내게 결과가 그렇다는 것은 맹수봉 씨가 정신적으로 힘을 많이 주는 긴장상태로 있다는 것이라 하셨다. 아마도 그 긴장감을 풀고 싶어 혼자 있고 싶은 생각이 들 가능성이 있다 하셨고, 은연중에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흐트러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며. 이런 생각들이 나쁜 건 아니지만 늘 정신적으로 힘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나도 모르게 날 지치게 만들 것이라고.

바른 자세가 좋으니 바르게 자세를 유지해야지!
이렇게 늘 생각하고 유지하고자 한다면 앉아만 있어도 얼마나 다리가 아플까요.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다리에 쥐가 나게 되고.. 이런 마음의 자세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나쁜 건 아니다. 그래야 상황들이 잘 돌아가니까요. 다만 , 내가 거기서 지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아줘야 해요. 그래야 어딘가에서 풀 것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만들어진 ‘내’가 후드득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내겐 육아관이 굳건히 자리 잡혀있고 그 때문에 크게 아이들 양육에 있어 이 사람 저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았다. 이 부분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정신건강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던 것 같다. 나는 살아가면서 출산을 하기 전까지는 어린아이들과 어울리는걸 늘 부담스럽게 생각했고 , 아가들을 만나기만 하면 큰 일을 하지 않아도 모든 기를 쭉쭉 빨려왔다. 그러나 내 아이들에겐 상냥하지만 단호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이 엄마가 최고라며 졸졸 따라다니는 어린 시기까지는 아이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유년시절을 생각하면 따듯하고 다정했던 날들을 기억했음 했다. 6살인 첫째는 이제 친구를 찾기 시작했다. 무리에 소속되기를 원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기준은 하나였다. 36개월이 지난 시점에 내가 필요해서가 아닌 , 아이가 스스로 원할 때 보낼 것. 그게 엄마 된 나의 도리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이니 타인을 비방하거나 그럴 의도는 전혀 없다. 다들 살아가는 방법이 다를 뿐이니까. 여하튼 나의 치료시기와 잘 맞물려 첫째는 곧 유치원에 간다. (그럼에도 둘째는 36개월까지 가정보육 예정) 


일주일에 한 번은 라면을 먹는다. 보통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가족이 오붓하게 앉아서 호로록 짭짭 먹는다. 잘못된 습관들로 인해 환경호르몬의 축적으로 인한 생리통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던 나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내 기준 좋지 않은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환경호르몬 회피 실험으로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의 생리통이 없어졌다)

https://blog.naver.com/sutrs/222775242341


내 사랑의 방식이었다. 내 품에 있을 때 지켜주고 싶은 욕구가 컸다. 그러나 타협을 시도했다. 이렇게 살아가다간 커버린 내 아이와 나의 사이가 틀어질 것은 분명하고 그전에 스트레스가 더 극에 달할 것 같았다. 사탕이라면 진절머리 쳤던 나는 태권도를 다니기 시작한 아이에게 “용기 사탕”도 건네준다. (물론 유기농으로.. 지겹다 정말) 가정양육 만 4년 반째 , 나는 만들고자 했던 엄마의 모습과 실제의 '나'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한다.



집을 살뜰히 챙기고 가급적이면 큰 소란 없이 일상을 유지시키고 싶어서 좋은 게 좋은 거라 가급적이면 넘기고 살아갔다. 타인에겐 친절하고자 했고 , 신랑에겐 적당한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신랑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ㅋㅋ) 성실하며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 이루어 내려고 노력했다. 눈치껏 타인의 필요를 맞춰주는 나름의 센스(?)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이제 내가 나를 알아간다. 생각보다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나’와 내가 일구어 가고 싶어 부단히 노력하는 ‘나’ 사이에서 적당한 밀당을 해야겠다. 너무 잘 해내고 싶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지쳐가는 날 알아차려줘야겠다. 수고했노라고. 그러니 적당히 힘 빼고 와인도 한잔 마시고 , 라이딩도 다녀오고 , 코인 노래방도 좀 다녀오라고.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늘어지거나 시간을 헛 보내는 것에 굉장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교회를 가도 열심히 살아라 , 책을 봐도 열심히 살아라 ,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날들을 보내라. 이런 것들이 얽혀 쉬면서도 묘한 죄책감을 만들어냈다. 시간을 헛되이 보냈군. 오늘은 글렀어. 하면서.



늘어져 있는 나를.. 조금만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줘야지. 고생했노라고.




마지막으로 , 스트레스로 인한 나쁜 감정을 어떻게 해소하시느냐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은 앞에 있는 두꺼운 책을 탕탕 치시더니

“이런 물리학 책을 읽거나 클래식을 듣거나 클래식 관련해서 오디오를 바꾸거나 하는 식으로 풉니다. 더불어 동기들 모임에서 웃고 떠들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마이너스되었던 것들을 채워 넣고요. 실은 스트레스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으며 남편의 외도 같은 거야 이혼으로 제거할 수 있다지만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받아 마이너스된 부분을 다른 방법들로 해소하여 플러스해서 채워 넣는 거예요.”



물리학 책을 보신다 했을 때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는데 , 생각보다 물리학은 대단한 거라며 웃으며 이야기하셨다. 집에 가서 내 인생 책 목록에 있는 다윗 책을 다시 꺼내봐야겠다. 좋아했던 미드를 한편 봐야겠다. 아직은 사람들을 만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대비해서 , 에너지 소모가 더 커서 정신 피로도가 쌓이니 그건 조금만 뒤로 미루어봐야겠다.


한평남짓한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산이 보이고 바람이 선선히 불고. 이만하면 스트레스풀기에 제격이라 생각한다.



내가 나에게 조금만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줘야겠다.

내편이 되어줘야지.



복용 중인 약 : 에스벤 50mg 노르작 캡슐 20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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