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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수봉 Jul 28. 2022

우울한 동지들이여, 전기자전거를 탑시다.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 : 그냥 움직이기 혹은 운동하기.

 

나는 늘 기분전환이 하고 싶었다. 툭하면 기분전환이 하고 싶었다. 신랑도 종종 내게 물어왔다. “뭐하고 싶어? 기분 전환하러 드라이브 갈까?” 우울증이 깊어지고 깊어져 모든 의욕이 사라지는 그 와중에도 기분전환만큼은 하고 싶었다. 무의욕 상태의 내게 남겨진 몇 개 되지 않는 욕구 중에 하나였다.


기분전환.

[불쾌하게 느껴지는 감정 상태를 바꿈]


정말 묘한단어다. 내 기분이 전환되어 좋아질 것 같은 ‘희망’을 가득 주는 단어. 그러나 왜때문인지 기분전환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왜 그런 걸까? 콧바람도 쐬었는데 어째서 이 거지 같은 기분이 지속되는 것일까? 정말 알 길이 없었다.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땐 그게 우울증 때문인지 몰랐었다. 지금에서야 아하 , 우울증때문에 기분전환이 어려웠구나! 아픈거였군! 이라는 정신승리를 하게 되었다)  서촌이나 망원동 걷는 걸 좋아한다. 근처에 맛있는 카페를 찾아두곤 구불거리는 도시를 나박나박 걸어 다니면 순간의 슬픔도 , 순간의 걱정도 사라진다.


시간이 찬찬히 흘러갔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거나 글을 적는다. 그 찬라의 순간은 안정적이고 숨이 쉬어지는 것 같지만 , 카페를 나서고 집으로 돌아오는 걸음걸음마다 현실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셋이나 살고 있는 집을 가는 중인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너무 싫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삶.


그리곤 밤마다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먹었다. (아, 물론 치료를 잘 받고 있는 지금은 횟수가 줄었다.) 단거를 먹으면 기분이 나아진다는 경험을 통한 학습이 나를 단거의 노예로 만들었으나 결론적으론 크게 기분을 나아지게는 해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단거를 놓을 수 없던건 그 무엇이라도 내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었음하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달까?



우울증 치료 4달.

이제는 제법 기분전환을 하기가 수월하다. 카페에 나가서 근사한 커피 한잔을  스스로에게 대접해 주고 있자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콧노래가 나온다. 집에 서 날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셋이나 있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한결 더 가볍다. 서점에 가서 책 냄새를 맡는 것도 좋고 , 문구점에 가서 문구류를 구경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근본적인 기분의 기본 세팅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우울증관련 책을 보니 ‘운동’을 하면 도움이 더욱 된다고 하였다.

운동.. 너무 좋지 운동..

나도 알지 운동 좋은 거..  



리듬 운동과 명상하기 낮 시간에 30분 정도 햇빛 아래서 이러한 운동(워킹, 조깅)을 하는 것이 세로토닌 형성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 그뿐 아니라 음식을 먹을 때 의식적으로 오랫동안 꼭꼭 씹는 것도 일종의 리듬 운동 역할을 한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서 세로토닌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우울한 감정이 든다면 몸을 먼저 움직여보자. 그러면 분명히 우울한 감정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울증상이 지속되거나 운동조차 못할 정도로 의욕이 떨어진다면, 그때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나의 슬기로운 감정 생활>


다수의 연구 결과 운동이 우울증 개선에 전반적으로 효과적일 뿐 아니라, 여러 특정 증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습니다. 운동은 기분과 집중력, 에너지 수준을 개선하고,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이지요. 운동이 이처럼 다양한 효과를 내는 이유는 아주 다양한 뇌 영역과 신경전달 물질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에요. 때때로, 특히 당신의 상태가 썩 좋지 않을 때는 운동하기가 너무 싫어질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의 뇌를 생각하세요. 그리고 운동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확실히 기분이 좋아질 때가 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세요. 지금 당장 운동을 어떻게 느끼든 상관없이 일단 몸을 움직이고 있다면 당신은 뇌에 중요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가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울할 땐 뇌과학 - 워크북>


우울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간 강도의 운동을 회당 45-60분씩 매주 3-5회 실시해야 합니다. 이를 적어도 10주 동안 계속해야 최대치의 항우울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어떤 유형의 운동이든 상관없이 규칙적으로만 하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활기차게 걷기나 달리기, 자전거 타기, 스포츠 활동 등의 유산소 운동이든, 역도나 필라테스, 요가 같은 근력 운동이든 상관없이 말이에요.
<우울할 땐 뇌과학 - 워크북>



무엇을 하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변화를 느낄 수도 있지만, 운동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적어도 몇 주 정도 걸립니다. 여기서 핵심은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죠. 그것이 당신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줄 거예요. 당신이 일주일 동안 마음먹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운동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하루에 팔 굽혀 펴기 한 번? 30초 동안 걷기? 지금 당신이 무엇을 얼마나 하고 있든 , 거기서 한 단계만이라도 더 나아가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우울할 땐 뇌과학 - 워크북>



우리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포들은 단단한 고리를 형성한다. 그래서 한번 형성된 생각의 회로는 그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다그치는 나'가 쌓아놓은 성벽은 뇌에 실제로 존재한다. 부정적인 생각의 회로가 강화된 채 우리를 괴롭힌다. 마치 생각의 회로에 벽이 쌓인 것과 같다. 이를 허물기 위해서는 뇌의 양쪽을 번갈아가면서 자극해야 한다.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움직이게 하는 '양측성 자극'을 주면 뇌 회로가 말랑말랑해진다. 대표적 양측성 자극은'걷기'다. 걸을 때마다 왼쪽 뇌와 오른쪽 뇌가 번갈아가면서 활동한다. 이때 우리를 옥죈 방어벽은 조금씩 헐렁해진다. 대부분의 운동이 뇌를 자극한다. 하지만 모든 운동이 양측성 자극은 아니다. 수영에서 자유형과 배영은 양측성이지만 접영이나 평영은 아니다. 복싱처럼 양손을 다 쓰는 운동은 양측성 자극 운동이지만 골프나 공 던지기 같은 운동은 양측성이 아니다. 왼쪽과 오른쪽이 하는 일이 균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존감 수업>


하하.. 이제는 살을 빼기 위한 미용목적의 운동(?)이 아닌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그러나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도저히 할만한 컨디션과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선생님께 이야기를 전하니 , 이 상태도 괜찮은 거라고 했다. 치료가 더 진행되면 ‘뭐 좀 해볼까?’라는 생각에서 ‘그래 그럼 이제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 때 열심을 내어하면 된다고 하셨다. 에이 설마..라는 약간 의심 아닌 의심을 했지만 (내가 나를 잘 알기 때문에 ㅋㅋ) 정말 놀랍게도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이 찾아왔다. 요즘에는 유튜브에 좋은 운동 선생님들이 많이 활동하고 계셔서 10분에서 15분짜리 고강도 운동을 찾아서 단기간에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클로이팅 선생님, 빅씨스 선생님, 권혁 선생님 이 자리를 빌러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오늘은 복근을 조지겠어!라고 다짐했다가도 10분이 지나면 언제나 조져지는 건 나였기 때문에 , 힘든 몸을 질질 끌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기분이 상쾌방쾌해진다. 거기에 선풍기 앞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넣어주면 이곳은 천국.


그런데 문제가 좀 생겼다. 컨디션이 안 좋고 두통이 좀 있는 날은 운동하기가 어려웠다. 난 지금 당장 기분이 나아졌음 하는데 집에서 하는 운동은 그게 어려웠다. 산책이나 러닝을 하고 싶어도 아이를 데리고 나가야 하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느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아침을 차려놓고 신랑에게 아이들을 부탁한다며 집 밖으로 뛰쳐나온 적이 있었다. 그냥 마냥 걷고 싶어서. 아침이라 선선하긴 하지만 장마철이라 그런지 공기는 눅눅했다. 최근 동네에 ‘일레클’이라는 전기자전거가 들어왔다. 어플을 통해 큐알코드를 찍으면 탈 수 있고, 타는 시간만큼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이런 건 또 궁금해서 못 참지. 와 이런 신세계는 무엇일까. 내리막은 내리막이라 신나고 , 오르막은 전혀 어렵지 않게 슝슝슝 오를 수 있었다. 땀도 안 났다. 사실 집에 로드자전거가 있는데 , 라이딩을 참 좋아하면서도 진입장벽이 높았던 이유는 안그래도 살아가는 것이 언덕을 오르듯 힘들고 숨쉬기 벅찬 날들인데 구태여 자전거까지 타며 언덕을 오르며 힘들어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였다.


몇 달 전부터 신랑이 전기자전거를 너무 사주고 싶다고 했었으나 내가 계속해서 고사했다. 그러나 한번 겪어본 전기자전거는 너무나 황홀한 신세계였기 때문에 집에 있는 로드자전거를 처분하고 전기자전거를 구입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구입하던 날, 집 근처에 있는 자전거 샵에 가서 앉아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물어보며 아이를 뒤에 태워야 하기 때문에 튼튼한 놈을 하나 구매했다.


전기자전거 구매를 위해 내가 세웠던 기준은
1. 배터리는 LG 혹은 삼성 셀 일 것.
2. 아이도 태워야 하니 튼튼하고 견고할 것.
3. 배터리는 이왕 사는 거 넉넉한 용량일 것.
4. 앞 바구니가 넉넉할 것.
5. 수리가 용이할 수 있도록 집 근처 샵에서 살 것.
6. 뒤에 아이를 태워야 하니 자전거에서 내릴 때 다리를 앞쪽으로 해서 내려야 한다.  가운데 자전거 프레임이 낮아서 다리 내리가 쉬울 것! 내 다리는 짧으니까....
7. 너무 어마어마하게 비싸지 않을 것. = 100만 원 언저리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력감이 더해지는 날, 아이를 태워 나왔다. 페달을 구르는 순간 내 주위를 감싸는 공기가 달라진다. 주위의 눅눅했던 공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상쾌해진다. 짜증 날 정도로 눈이 부셨던 볕은 , 나뭇잎에 부서져 반짝거린다. 싱그럽다. 세상이 더없이 밝아진다. 더불어 우리 집 고객님들도 만족해하신다.

흔들림없는 편안함이 있었는지 ? 고객님이 편히 잠이드셨음..


사실 전기자전거가 한두 푼 하는 건 아니지만 , 그럼에도 지금 내가 들고 있는 핸드폰보다 저렴할 수도 있고 운동을 다짐하고 1년 정기권을 끊는 헬스나 PT 혹은 필라테스와 비슷한 가격일 수 있으며 일시불이 정 힘들다면 12개월 할부의 도움을 받아 한 달에 6만 원에서 10만 원 ..그렇게 12개월동안의 우울증 치료비라고 생각한다면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자기합리화라고해도 어쩔 수 없다. ㅋㅋ)


내 기분이 나아질 수 있다면 , 이번 투자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추신 :

너무 재밌고 신나서 저처럼 하루 4번씩 타고 ,

앞뒤 안가리고 막타고 그러면 열사병걸립니다.

저처럼..

기분전환도 적당히 하기로 약속.

울렁거림, 구토, 38도 이상의 열, 두통, 맥없이 잠만 잠.

이렇게 4일째 고생중입니다. 하하

심하면 병원가세요.



우울증에 걸린 뇌는 아마 포기하라고 말할 것이다. 운동을 하면 온몸이 너무 아프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의견은 고맙게 잘 들었다고 대답하고 이제 걸으러 나가자.
<우울할 땐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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