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나아지고 있는 걸까.
에스벤 서방정 50mg과 노르작 캡슐 20mg에 정착한 지 좀 되었다. 괜찮은 기분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 괜찮은 기분을 유지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스트레스같은 여러가지들에의해 우울감이 밀물처럼 몰려오면 가라앉고 가라앉아 숨쉬기가 버거웠다. 꼬르륵 입만 뻐끔거리다가 다시 썰물의 때가 되면 축축한 몸을 이끌고 뭍으로 나와 괜찮은 기분이 되는데 이게 조증과 울증을 오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도 저도 아닌 0의 기분(=괜찮은 기분)과 얕은 울증의 상태를 오가니 점점 버거워지고 있었다.
괜찮은 기분을 알게 되니 현 상태가 얕은 울증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대학교 친구들이었다. 사실 가기 전부터 고민을 하긴 했다. 얼굴을 오랜만에 보고싶기는 하지만 아직 사람이 많은 곳은 버거운 것이 좀 사실이라 한참을 고민했다. 가서 축하해주는 게 당연한데 느낌상 다음날까지 뻗어있을 것 같아서. 그래도 이 날이 아니면 또 친구들을 보기 힘들 것 같아서 눅눅하고 더운 날 커다란 우산을 챙겨 들고 지하철을 탔다. 비가 많이 온다고 했는데 부디 내리지 않길 바라며. 사람은 많고 날은 습했다. 불쾌지수가 올라가니 마음 한편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결혼식장에 도착을 했고 호텔 예식은 처음이라 살랑거리는 마음이 몰려왔다. 친구도 어여뻤고 식장도 참 단정했다. 식사를 마치니 살짝 이상한 신호가 왔다. 과호흡을 겪어본 적은 없은데 이상스럽게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이러다가 몰아서 숨을 쉴 것 같아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했다.
시댁에서 아이 둘을 보며 있는 신랑이 걱정할까 봐 일단은 친구들과 함께 있다고 이야기는 했다. 그리곤 근처 카페에 들어가 혼자 한 시간은 넋을 때렸다. 심박동은 요동치고 숨은 지속적으로 쉬기가 어려웠다. 심호흡을 하며 괜찮다고 되뇌었다. 나아질 거라고. 몸을일으켜 시댁으로 가는 길까지 사실 얼마 걸리지 않지만 심적으로 굉장히 긴 여정이었다.
후폭풍은 생각보다 더 길었다. 하루 정도만 넋 놓고 누워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엔 3-4일 정도가 힘들었고 , 지속적으로 숨쉬기가 어려웠다. 병원에 전화를 해볼까 싶었지만, 곧 병원에 가는 날이라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며칠 뒤, 병원에 갔다.
선생님께 괜찮은 기분을 유지하는 건 썩 어려운 일이었고 , 감정이 자주 흔들리며 기복이 심하다고 했다. 지금 노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약 용량 자체는 괜찮은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괜찮은 기분이 될 수 있는 거라고. 다만 이 괜찮은 기분이 요동 치치 않도록 도파민 계열의 약을 좀 추가해준다고 하셨다.
요동치지 않는 기분.
그 기분은 또 어떤 걸까. 궁금하다.
36년을 살았는데도 모르는 기분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다.
이렇게 약을 변경하고 약을 추가하는 지금 나의 우울증 치료는 순항 중인 게 맞는 것일까? 모르겠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다시는 예전과 같은 나락으로 빠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 전기자전거를 타고 글쓰기를 하며 기분전환을 할 수 있어 어느 정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도 어렵다. 삶은 원래 어렵고 , 삶은 원래 힘들며, 삶은 원래 스트레스의 연속이라지만 나의 마음밭이 유약하니 매번 깨지고 또 깨진다.
그럼에도 , 이번 기회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 나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있으니 아마도 조금은 단단한 마음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어서 오빠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고. 내가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 같다고. 멘탈바사삭인 순간에는 냉장고가 금세 엉망이 되어 쉬고 곰팡이 나는 것들이 생겨서 버려야 하는 식재료들이 자주 나온다. 어머님 반찬이 맛있어서 가지고 오기는 하지만 그게 내심 늘 오빠에게 미안하고 어머님껜 죄송스럽다. 역시 주부로써 내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오빠는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충분히 역할을 해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해주었으나.. 마음 한편은 여전히 불편하다.
난 정말 단단해질 수 있을까.
에스벤 50mg , 폭세틴 캡슐 , 아리피졸정 1mg 아침 1번.
추가된 약 :
1. 폭세틴 캡슐
우울증, 신경성 식욕과 항진증, 강박반응성 질환, 월경전 불쾌장애 등에 쓰임.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 반응은 두통, 구역, 불면증, 피로 및 설사이다. 이른 아침에 깨거나 초기 및 중도 불면증 포함. 악몽 포함. 성욕 상실 포함. 성 불감증 포함. 과다수면. 진정 포함.
2. 아리피졸정
조현병 , 양극성 장애와 관련된 급성 조증 및 혼재 삽화의 치료, 우울장애치료의 부가요법제. 자폐장애와 관련된 과민증
주의사항
임신 , 임신을 했거나 임신을 계획한 경우(임산부 금기 2등급)
수유금지
알코올을 금하도록 조언해야 함.
의사는 환자에게 과열 및 탈수를 막는 적절한 방법에 대해 조언합니다.
부작용도 어마어마하게 이것저것 써있던데 .. 불안, 초조, 공황발작, 불면증 , 과민성, 적개심, 공격성, 충동, 정좌불능증(정신운동성안절부절), 경조증 및 조증과 같은 증상 등
출처 : https://www.health.kr/main.asp (약학정보원)
역시 , 약 정보를 찾아보면 약 먹기가 무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