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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수봉 Aug 02. 2022

우울한 그리스도인에게.

우울증은 절대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모태신앙이고, 우울증 환자이며 , 간호사입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우울증이었어요. 아이 둘을 낳고 열심히 살아낸 것뿐인데 어느 날 돌아보니 그렇게 됐어요. 우울증의 원인을 찾고 싶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탓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 우울한 감정이 드는 건 당신 탓이 아닌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뇌가 우울함에 취약하게 태어났을 수도 있고 , 잘 살아내고 싶은 욕심에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꽁꽁 감춰서 그럴 수 있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 내가 기도를 덜해서 혹은 내 믿음이 연약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 내가 신앙생활을 덜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가 주님과의 관계가 소홀해서 그런 것도 아니에요. 설교시간에 졸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가 최근 들어 주님을 등한시하고 세상에 발을 푹 담가서 생겨버린 일이 아니에요. (아, 물론 영향이 아주 없진 않겠지만 ‘주된’ 원인이 아닌 걸 말하고 싶어요)


그저 당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너무 당신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그냥 어쩌다 보니 아이를 낳고 호르몬에 휩싸여서 ,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해묵은 감정들 때문에 혹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서 그냥 어쩌다 보니 그런 것뿐이에요. 자살하고 싶고 자해하고 싶고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은 그 마음 알아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러나 사탄 마귀에게 틈을 줬다며 자책하고 '나'를 탓하지 말았음 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살아가는게 힘이들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티가 나기 시작한 거니 얼마나 가여워요. 우울함에 갇혀있는 우리의 뇌는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요. 우울증에 갇힌 뇌는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만을 하고 과거에 좋지 않았던 일들만 떠올리게 만드니까요. 그러니 정말로 당신 탓이 아니에요. 우울 멈춰! 자해 멈춰!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멈춰지는 게 아니란 걸 알아요. 우린 다만 도움이 필요할 뿐이에요. 이상한 거 아니에요.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왜 나는 그리 살아내지 못하는 걸까 , 나는 나는 나는.. 왜 그게 안되지?라는 생각 들 수 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또다시 내 탓을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건 당신 탓이 아니에요. 뇌 호르몬은 의지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나를 위해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할 뿐이에요.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데 사실 우울한 마음은 감기가 아닌 것 같아요. 감기로 죽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아 물론 있을 수 있죠 , 면역력에 취약한 층이 폐렴으로 가서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우울증은 그대로 두면 죽음으로 이어져요. 10-20대의 자살률이 높은 것만 봐도 그렇죠.


그러니 , 이상함이 느껴지면 병원에 가보도록 해요. 도움을 요청하세요. 생각보다 멀쩡한(?) 사람이 대기실에 많이 앉아있어요. 저도 그중 한 명이고요. 치료를 받으면서 점차 뇌 호르몬이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다시금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분명한 건 ,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당신 곁에서 같이 눈물 흘리며 주님이 함께 계신다는 사실이에요. 다만 지금 당신의 머릿속엔 우울의 안개 때문에 그 주님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에요. 주님과 함께 치료의 여정을 이어간다면 당신은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서 큐티도 할 수 있고 기쁨으로 찬양할 수 있어요. 기쁘지 않더라도 무수한 나쁜 생각이 들 때 '아 찬양해야지' 하고 찬송을 부르며 부정적 생각의 끈을 끊어낼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말씀이 눈에 보이고 집중력이 돌아와요.



부디 좋은 병원 (혹은 좋은 사람들) 잘 만나서 , 잘 맞는 약을 처방받고 치료가 무사히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저도 그렇고요. 약 먹으면 바보 된다(?) 부작용이 너무 심하다. 일단 믿음을 회복해라. 약부터 먹는 건 좀 그렇다. 수많은 말들이 당신이 치료를 시작하는 것에 발걸음을 잡을 수 있어요. 마음의 감기라더니? 감기 걸리면 병원 가는데? 감기는 약 먹으면서? 이건 왜????라는 의문도 좀 가져보자고요.. 약을 먹다 보면 점차 생활이 잘 이어지는 게 느껴지실 거예요. (아 그러나 나의 상태와 맞지 않게 과복용하게 된다면 블랙아웃이 올 수도 있고 여러 문제가 따르기는 해요. 그러니 적은 양부터 천천히 내게 맞는 약을 찾아가면 되어요)


그럼 그때부터 내가 우울감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들을 해보면 돼요 . 약은 중독 된다 어쩐다 말도 많죠. 약에 대한 중독이 아닌 ‘의존’은 생길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그러니 생활이 좀 돌아오면 그때부턴 여러 가지 들을 해보자는 이야기예요. 우울증에 있을 땐 사실 뭘 할 의욕도 없거든요.



전기자전거 2대로 아이들 태워서 가족이 함께 라이딩하는게 정말 즐거워요. :)

저는 요즘 우울의 늪에서 걸어 나오면서 글을 적고 전기자전거를타며 사람들과 함께 감사일기를 매일 적어요. 큐티도 하고 찬양도 불러요. 그게 매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요. 아마 적절할 때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더한 나락으로 빠졌으리라 감히 짐작해봐요. 왜냐면 치료 전의 저는 생각보다 굉장히 더 엉망이었거든요.



그러니 당신,

꼭 살아있었음 해요.

너무 늦지 않게 치료를 시작했음 해요.


더불어, 주변사람들에게 기도를요청하세요. 그 힘이 당신을 더욱 빛나고 살아가게 만들어줄거에요. 그건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 우리 같이 이 험한세상 잘 살아내봐요.




우울증을 친구라 잘 맞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게 가끔 약으로, 마음으로, 유머로 달래 주시다 보면 친구를 통해 얻는 유익이 커 “반갑다 친구야” 할 날도 가깝다 싶습니다.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는 이재무 시인의 시집에는 같은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 이재무


어항 속 물을

물로 씻어내듯이

슬픔을 슬픔으로

문질러 닦는다


슬픔은 생활의 아버지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고개 조아려

지혜를 경청한다


* 추신- 사람이 살며 약 안 먹고 어떻게 사나요? 갓난아기 때부터 약을 달고 사는 인생이니… 하늘나라에 이르면 비타민이든 약봉지든 다 버리게 되겠지요. 그때까진 건강보조제든 약이든 잘 먹고 생명 다할 때까지 진실과 성실로 살기를 저는 기도하며 삽니다 ^^


from_이상억 목사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상담학 교수/




내가 나를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필요 없습니다. 하나님도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완전하지 못해서 곧잘 아프기 마련이지만 그때마다 가장 걱정하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입니다. 하나님과 이웃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우린 정작 스스로에게 줄 사랑이 부족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쳐버린 우리 몸은 그런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요? 우리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비워진 마음이 다시 차오르는 동안 스스로를 충분히 안아주고 사랑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from_서정태 전도사

/이태워웨이처치교회 담임사역자/



신앙이라는 영역, 믿음이라는 가치는  그리도 일상의 방법을 세상적이라고 말하며 분리시키려 할까요? 정확히 말하면 신앙과 믿음이 아니라 신앙생활을 한다는 자들, 믿음이 있다고 하는 자들이 경건한  분리시키는 것이겠지요.


위 글쓴이의 이야기처럼 우울증이 있다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치료가 원활히 이루지길 바라는 것이 믿음이고, 치료가 온전히 이루어지도록 싸우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착각이, 하나님이 믿음이라고 말씀하신 영역까지 아니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의학적인 진료와 치료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며 동시에  과정안에서 말씀하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만나길 바랍니다.


from_박진 목사

/예수를 말하고 예수를 말하게 하는 자/


***메일에 회신주신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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