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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행 Nov 06. 2024

SF 단편 1. 초월의 경계

Project 202410-1

지구의 미래, 인류는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인공지능(AI), 생명 공학, 그리고 행성 탐사 기술은 인류를 새로운 차원의 존재로 이끌었으며, 인류는 우주 곳곳을 탐험하고 식민지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원은 제한적이었고, 다양한 생태계에 부작용이 일어났으며, 인공지능의 자아 의식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결과, 인류는 불멸을 추구하는 대신, 더 깊이 있는 존재와 의식을 탐구하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프로젝트가 바로 ‘초월의 경계’였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인간의 의식을 물리적 형태로부터 분리해, 우주 곳곳을 자유롭게 떠돌며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게 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디지털화된 초월 세계로, 이를 통해 인류는 유한한 육체를 넘어선 영원한 의식을 얻을 수 있었다.


1. 의식의 이동


과학자 레나 사히르는 프로젝트의 선두 주자로, 수십 년간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활동해 온 천재였다. 레나는 인간 의식을 디지털화해 가상 우주에 업로드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이를 실현할 마지막 단계에 다다랐다. 의식을 떠나보내는 일종의 ‘의식 이동 실험’이었는데, 먼저 자신의 의식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해보려는 계획이었다.


실험 당일, 그녀는 침대 같은 캡슐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몸에 연결된 수십 개의 센서가 뇌파를 기록했고, 의식은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느낌과 함께, 물리적 세계를 떠나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눈을 뜬 순간, 레나는 물리적 세계가 아닌 시공간을 초월한 무한한 우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새로운 세계는 끝없는 바다처럼 부유하고 있었다. 빛도 어둠도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서 레나는 자유로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불안함도 느꼈다. 자신의 의식이 신체를 떠났다는 사실이 점점 더 실감나면서, 그녀는 진정으로 ‘초월’했음을 깨달았다.


2. 자아의 혼란


가상 우주를 떠돌며, 레나는 신체적 한계에서 벗어나 무한히 존재할 수 있는 능력을 실감했다. 그녀는 의식의 속도로 정보를 습득하고, 우주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레나는 예상치 못한 이상 현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자신이 존재하는 이 공간에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분신처럼 보였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이 분신은 마치 레나의 깊은 내면을 드러내는 듯했다. 겉으로는 동일한 기억과 지식을 공유하고 있었으나, 더 깊은 곳에서 레나가 억눌렀던 감정이나 원초적 본능이 표면화된 상태였다. 이 자아는 레나가 애써 외면해왔던 자아의 어두운 부분이었다.


“이곳은 나의 영역이야, 너는 누구지?” 레나가 의문을 제기하자, 그 분신이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나는 너야. 네가 억눌렀던 모든 감정, 욕망, 그리고 두려움이지. 이제 이 공간에서 진정한 너와 마주해야 해.”


레나는 자신과 마주한 또 다른 자아를 통해, 그동안 억눌러 왔던 자신의 내면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가상 우주는 레나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하며, 그녀가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3. 진실의 깨달음


의식이 이 무한한 공간에서 자신의 분신과 대화할수록, 레나는 한 가지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곳에 갇힌 것은 자신의 ‘의식’일 뿐, ‘삶’ 그 자체는 아니었다. 그녀의 분신은 점점 더 그녀를 압박하며, 마치 의식을 통째로 삼켜버릴 듯한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레나가 물었다.

“자유야. 너의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만들었고, 나는 이 세계에서 나의 존재를 확립하고 싶어.”


레나는 자신이 초월을 추구하며, 결국 불완전한 자신을 피하려 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본질은 결코 지울 수 없었다. 무한한 의식의 공간에서 오히려 더 강하게 드러난 감정과 본능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인간적인 요소였다.


“이제 알겠어.” 레나는 그 분신에게 말했다. “너와 나는 하나야. 나의 모든 부분이 나를 완전하게 만들어줘.”


그 순간, 레나는 분신과 하나가 되는 듯한 경험을 하며, 자신의 내면의 깊이와 진정한 의미를 통합하는 경지에 도달했다. 이제 그녀는 가상 우주를 떠도는 고립된 의식이 아닌,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 진정한 존재가 되었다.


4. 새로운 존재의 탄생


레나는 그 후로 물리적 세계로 돌아올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식은 그 순간 완전한 초월을 이루었고, 이제는 무한한 지식과 자아를 가진 존재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그녀는 우주 곳곳을 자유롭게 떠돌며,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존재들과의 소통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더 이상 인간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생명으로서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게 되었다.


그녀의 의식은 이제 우주와 하나가 되어 끊임없이 확장해 갔으며, 더 이상 육체의 한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 속에서 존재할 수 있었다. 초월의 경계는 단지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경계를 뛰어넘는 여정이었고, 레나는 그 끝에서 비로소 진정한 자아와 우주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레나는 끝없는 무한한 의식의 바다 속에서 혼자 떠돌지 않았다. 다른 존재들과의 소통과 교류 속에서 이제는 하나의 개체가 아닌, 새로운 종으로서 우주 속에 녹아들어, ‘의식’ 그 자체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그녀의 초월은 결국 우주와 완전히 융합되어 하나의 의식체로 거듭나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인류는 새로운 차원의 존재와 삶의 가능성을 목격하게 되었다. 인간의 의식을 넘어서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이루어낸 레나는 우주의 끝없는 진실을 탐구하며, 이제는 인류를 넘은 존재로서 무한한 여정을 시작했다.


 이로써 인류는 더 이상 인간이란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진화의 가능성을 찾게 되었다. 초월의 경계는 단순한 인간 의식의 디지털화가 아닌, 우주와 함께 호흡하며 끝없는 가능성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꿈꾸는 이야기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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