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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콴 Apr 14. 2018

야구를 사랑한다면 읽어야 할 책 2선

출루율에서 수비 시프트까지

 영화 <머니볼>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야구 영화이다. 영화는 똑같은 이름의 책을 바탕으로 각색되었고, 이것은 2002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의 실화이다. 한 구단을 이끌어가려면 단장은 많은 사람을 고르고, 버리고, 만나야 한다. 게다가 그들에게 목표와 동기부여를 주어야 하며 팀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설득해야 한다. 영화 <머니볼>는 빵형님을 구단의 단장 '빌리 빈' 역에 맡겨 복잡하고, 때로는 고독한 이야기를 기교 없이 풀어나간다.


 책 <머니볼>에서 빌리 빈 단장은 아픈 과거를 지렛대 삼아 새로운 논리들을 올려놓는다. 과거에 빌리 빈 단장은 최고의 유망주였지만 실패한 선수였다.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고, 통념과 싸운다. 그렇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빌리 빈이 운영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손꼽히는 가난한 구단이었다. 2002년 시즌을 앞두고는 리그 MVP 출신 지암비, 자니 데이먼, 제이슨 이스링하우젠 등 팀의 주력 선수들이 떠난다. 좋은 선수들을 비싼 금액을 들여 영입하는 것은 구단 사정상 불가능했고, 시장에서 '좋은 선수'라고 평가받지 못하지만 팀에 필요한 선수들로 대체하기 시작한다.

빌리 빈은 이렇게 말했다. “양키스의 방식을 따라 해선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게 하다간 매번 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우리보다 세 배나 더 많은 돈을 가지고 구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175p
20연승을 결정짓는 굿바이 홈런(출처-영화<머니볼>)

 빌리 빈 단장은 '출루율'이라는 수치에 따라 선수들을 영입한다. 안타를 많이 치지는 못하더라도 볼넷을 자주 얻는 선수들의 가치를 높게 본 것이다. 출루를 잘하면 다음 타자로 이어져 팀 전체로 보면 경기당 타석에 들어서는 기회가 늘어난다.


 만약 팀 전체가 안타 칠 확률이 25%라면 타석에 100번보다 120번 들어서게 하는 것이 안타 개수, 나아가 득점까지 늘릴 수 있다. 안타를 칠 확률이 낮다면 시도 횟수를 높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덕분에 2002년에 오클랜드는 리그 20연승 기록을 세우고, 2003년에는 지구 우승을 차지한다. 빌리 빈 단장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킨다.


 책 <머니볼>은 야구가 주제지만 서점의 경제, 경영 섹션에서 볼 수 있다. 프로 야구를 운영하는 것이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프로 스포츠는 자본으로 좋은 선수를 모아 승수를 올려 팬들을 확보하고, 이익을 창출한다. 자본력이 강한 기업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듯이 말이다. 프로스포츠에서도 부자구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가난한 오클랜드는 이런 통념을 깨버렸다. 시장에서 외면받던 통계수치를 주목해 선전하고, 환경을 바꿔버렸다.


영화<머니볼>과 책<머니볼>

 경쟁자들은 좋은 전략이 입증되면 금방 따라 한다. 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의 사례를 보고, 출루율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붐이 일었다. 한 때, 출루율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 실패한 영입도 생겼다.


 <머니볼>로부터 10년이 지났다. <빅데이터베이스볼>의 주인공 피치버그 파이어리츠는 '수비'에 주목한다. 측정 장비가 발전하며 측정 가능한 데이터들이 쏟아졌다. 볼을 스트라이크로 둔갑시키는 포구 능력(프레이밍), 타구를 처리해내는 수비 능력 등 이전에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이 정량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빅데이터베이스볼>의 주인공 피치버그 파이어리츠는 강정호가 뛰었던 구단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한 구단이다. 2013년 피치버그는 20년 동안 루징 시즌을 기록하고 있었다. 20년 동안 승보다 패가 많았다는 뜻이다. 사실 이런 구단은 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이미 팬들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였고, 큰 변화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피치버그 파이어리츠는 먼저 포수 프레이밍에 주목한다. <머니볼>의 오클랜드 애스레틱과 <빅데이터베이볼>의 피치버그 파이어리츠는 소규모 구단이다. 당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구단인 뉴욕 양키즈와 1년 예산이 30배가량 차이가 나는 구단이었다.


 피치버그는 2013시즌을 시작하며 수비형 포수 러셀 마틴(Russell Martin)을 거금을 주고 FA 영입을 한다. 타율은 0.211로 낮았지만 피치 프레이밍은 리그 정상급이었기 때문이다. 피치 프레이밍(Pitch Framing)이란 캐쳐 프레이밍(Catcher Framing)이라고도 불리는데 포수가 투수의 공을 포구할 때 스트라이크 존으로 손질하는 것을 뜻한다. 피치버그는 포수를 영입해 투수들의 능력치가 올라가길 기대한 것이다. 피치버그는 투구 궤적 추적 시스템인'PITCHf/x'가 도입되어 프레이밍의 가치를 수량화할 수 있게 되자 가장 빠르게 프레이밍의 가치에 주목했다.

호세 몰리나는 '프레이밍'으로  여러 타자를 삼진 시키자 상대방 감독과 설전을 펼치다 2018년 첫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한다!

 두 번째로 피치버그 구단은 투수들에게 투심을 권유해 땅볼을 유도하기 시작한다. 투심은 직구의 한 종류로 속도는 포심보다 느리지만  가라앉는 특징이 있다. 우타자의 경우 인코스로 낮게 들어오기 때문에 땅볼 유도를 할 수 있다. 물론 투수가 어떻게 던져내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움직이게 된다.


 최근 야구 중계 광고 중에 삼진 없이 퍼펙트게임을 한 장호연 선수를 소개한다. '공 3개로 삼진을 잡느니 공 1개로 맞춰 잡겠다'는 그의 명언처럼 땅볼 유도는 효율적으로 아웃 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 피치버그 파이어리츠가 투심을 사용하자 시즌 중 땅볼 유도율이 53%로 리그 1위에 올랐다. 3년 전인 2010년에 44퍼센트로 15위에 올랐던 팀이었다.


출처-경향신문



 세 번째는 수비 시프트이다. '수비 시프트(shift)'란 말 그대로 야수들의 수비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자 타구의 방향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파이어리츠 분석팀은 데이터를 보여주며 허들 감독을 설득한다. 투수와 타자 성향 혹은 볼카운트마다 타구가 특정 지역으로 날아가는 경향성이 있다고 말이다. 그러자 허들 감독은 시즌을 준비하며 투수, 수비코치, 내야수들에게 시프트를 활용할 것임을 공언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처음에는 갸우뚱했던 선수들도 수비를 하며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됐다. 이전에도 수비 시프트가 있었지만 횟수가 적었다. 파이어리츠의 돌풍 이후 리그에 시프트 바람이 불게 된다.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 예시 https://youtu.be/xdmNKd0mg98)


 생각을 행동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시프트 성공의 팔할은 아마도 마이너리그에 주어야할 것 이다. 파이어리츠는 마이너리그에서 이미 시프트 수비로 재미를 봤었다. 마이너리그에서의 경험이 감독과 코치, 선수들에게 용기를 줬고, 위험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메이져리그 강타자 오티즈의 스프레이 차트(Ref-Brooksbaseball.net)


 <빅데이터베이스볼>은 5년 전 이야기다. <머니볼>에서 출루율처럼,  <빅데이터베이스볼> 수비 데이터처럼 모두가 알게 되면 더 이상 다른 팀과 비교우위가 없어진다. 현재에 주목해야 할 데이터는 무엇일까?


메이저리그에서는 2015년 미사일 추적 기술을 활용해 타구를 정밀 분석할 수 있는 '스탯캐스트'를 도입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구의 이상적인 발사각이 15~40도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홈런을 치게 되면 수비 시프트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타구 속도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평가, 예측도 가능해진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이, 빨리 데이터가 쏟아질 것이다. 데이터를 보고, 현상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재미.... 빵형님은 영화 <머니볼>에서 이렇게 말한다. "야구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 영화<머니볼> 中  


*이 글은 독서모임 '트레바리', 통계 클럽 '넘버스'에서 <머니볼>, <빅데이터베이스볼> 2권을 읽고, 쓰고, 이야기하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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