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교육하고 있지만… 타 스포츠에 비해 부족한 현실
한국 프로농구에서 심판 문제는 하루이틀이 아니다. 일관성 없는 판정 기준, 권위주의적 불통 운영, 위축된 심리상태서 내리는 보상 판정, 플라핑(flopping)에 속아 생사람 잡는 판정, 홈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하는 홈콜 등 판정 논란으로 여러 시즌 동안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불통(不通)과 어긋난 형평성
지난 시즌, 심판이 팬과 선수 그리고 감독에게 판정을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불통 운영은 큰 논란이었다. 올해 1월 고양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볼 데드가 된 상황에서 옆에 있던 심판에게 U파울에 대해 질의했다. 이후 심판이 오리온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던 추 감독에게 테크니컬파울 경고를 줬는데 추 감독이 추가적으로 경고의 이유를 재차 묻자 테크니컬파울을 줬다. 경기 이후 KBL은 재정위원회를 열어 “(심판이) 테크니컬 파울 경고 부과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추일승 감독에게도 “지나친 항의”를 이유로 벌금 1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경기장의 판정은 심판의 몫이지만, 경기 후 사후 징계는 KBL의 몫이다. 지난 시즌에는 KBL에서 내리는 사후 징계에서도 공정성 논란을 빚었다. DB와 KCC 경기에서 하승진은 한정원에게 팔꿈치로 얼굴을 가격했다. 게다가 심판이 한정원의 반칙을 지적한 이후에 분풀이하듯 팔꿈치를 휘둘렀다. KBL은 하승진이 진심 어리게 반성한 점을 참작해 벌금 100만 원을 부과했다.
UFC에서 볼 법한 ‘백스핀 엘보(Backspin Elbow)’를 시연한 것 치고는 아주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비교 대상으로 원주 DB 벤슨이 있다. KBL은 퇴장 판정에 흥분한 나머지 자신의 유니폼을 찢은 사건에 벌금 500만 원이 부과했다. 상대 선수에게 해를 가한 행동과 유니폼을 찢어 구단의 명예를 훼손한 행동 모두 잘못됐다. 그러나 어느 행동이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질이 나쁜지는 깊은 고민 필요 없이 알 수 있다. 팔꿈치 가격 100만 원, 유니폼 찢기는 500만 원… 팬들은 어리둥절했다.
플라핑 사후 징계와 심판 교육으로 새 시즌 준비중
이정대 KBL총재는 2017-2018 시즌 돌입과 동시에 임기 첫 시즌을 시작한다. 지난 7월 2일 취임사에서 심판 판정의 신뢰 회복을 개선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취임 두 달을 맞은 이 총재는 터리픽 12 관람 후 마카오에서 취재진과의 대화에서도 “(심판 판정이) 공정해야 재미있는 경기가 되고 팬들이 즐길 수 있다”며 심판 관련 논란을 잠재울 의지를 재차 보였다.
KBL은 심판 능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 FIBA(국제농구연맹) 소속 심판 인스트럭터인 테리 무어를 초청해 두 달 동안 국내 심판 교육을 진행 중이다. 테리 무어는 NCAA 토너먼트를 17시즌을 보낸 베테랑 심판이며, 현재는 올림픽, 농구월드컵에서 경기감독관과 세계 각국의 심판 클리닉을 진행하는 인스트럭터 역할을 하고 있다. 테리무어 코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소통”이라며 감독과 선수, 본부석, 팬들, 심판 동료들까지 폭 넓게 소통하는 역량을 가르치고 있다. 테리 무어는 시즌 전 교육부터 정규리그 1라운드 경기까지 참관할 예정이다.
KBL은 이번 시즌부터 플라핑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플라핑(flopping)은 영어로 ‘털썩 주저앉는다’의 뜻으로 과한 액션을 통해 심판 판정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헐리우드 액션’이다. KBL은 이번 시즌부터 플라핑을 경기가 끝난 뒤에도 반드시 잡아낼 계획이다. KBL은 제24기 정기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경기 후라도 비디오 판독을 거쳐 경고 및 제재금을 부과하도록 규칙을 바꿨다. 팬과 심판을 기만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다. 선수들은 이제 진짜 경기만 해야 한다.
비디오 판독센터와 역할 필요
KBL에도 비디오 판독센터가 필요하다. 프로농구는 2014∼2015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을 시행했지만 아직 비디오 판독센터가 없다. 심판 출신 비디오 판독관이 경기본부석에 배치돼 현장의 심판과 함께 판독을 도울 뿐이다. 심판들이 판독할 때에는 현장 비디오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경기장 운영에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어느 한 심판에게 억울한 판정을 받았을 때에는 선수들과 감독들은 일종의 ‘피해 의식’이 있어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비디오 판독 센터를 통해 신속하고, 공정한 판독이 필요하다.
월드컵, 한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모두 비디오 판독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 프로야구는 판독센터에서 경기장 별로 3대의 전용 카메라를 설치하고, 여기에 방송사 중계화면을 더해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고 있다. (효과적 운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5분의 제한시간을 두어 원활한 경기 흐름에 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쓴다. NBA는 리플레이센터를 설치해 최대 47대 카메라에서 다양한 각도로 영상으로 돌려보며 심판의 판정을 돕고 있다.
비디오 판독센터가 경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신속한 판정이 가능하다면 비디오 판독 영역과 현재 감독이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힐 수 있다. KBL에서 발표한 <2015-2016시즌 비디오판독 시행 및 결과 요약>에 따르면 정규리그 270경기에서 총 157회의 비디오 판독이 있었다. 이 중 판정 유지가 64회, 번복이 93회였다. 전체 판독 건 중 59.2%가 심판의 오심이었고, 비디오 판독으로 93건의 오심들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비디오 판독은 현장에서 실질적 효과를 보았을 뿐 아니라, 이제는 세계 스포츠의 흐름이다. KBL이 심판 판정에 개선 의지를 보인만큼 통 큰 투자를 기대한다.
*바스켓코리아 객원기자로 활동하며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