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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콴 Jul 16. 2018

한국 프로스포츠가 미국에 배웠으면 하는 세 가지

aka. MLB, NBA 관람 후기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도 중국산 김치를 흔히 볼 수 있지만 대한민국은 누가 뭐래도 김치 종가(宗家)이다. 스포츠에서도 종갓집을 나눠보면 흔히 영국은 '축구 종가'라는 수식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은 배구, 농구, 야구를 창안한 종갓집이다. 우리나라 4대 프로 스포츠 중 3개의 종목을 만든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그중 MLB와 NBA는 어쩌면 지구를 대표하는 리그이기도 하다.


 2018년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뉴욕과 보스턴에 있었다. 5월 4일 보스턴 셀틱스와 필라델피아 NBA 경기를, 5월 5일 뉴욕 메츠와 콜로라도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람했다. 남기지 않으면 화살처럼 날아가는 것이 기억임으로 경기를 보면서 특이하고, 좋았고, 의미 있는 것들을 추려서 소개한다. 


박수를 보내는 것은 멋진 일이다!


 보스턴 셀틱스와 필라델피아의 경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필라델피아가 우위를 점했지만 홈팀인 보스턴 셀틱스가 따라잡아 갔다. 경기가 한창이었던 2쿼터 작전타임, 관객들은 치어리더가 아니라 한 할머니에게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름하여 'Heroes Among Us Award'. 전광판에는 그분의 과거 모습이 흑백사진으로 흐르고 있었다. 오래된 사진 속에 할머니는 해군 제복을 입었고, 꽤나 늠름해 보였다. 사회자가 그녀가 어디서 근무했고, 어떤 전쟁에 참여했는지 하나하나 읊어줘었다.


 'Heroes Among Us' 프로그램은 미국 프로 스포츠의 대표적인 지역사회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공동체를 위해 기여하고,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모범적인 시민'을 선정해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보스턴 셀틱스는 1997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주최해왔고, 모든 홈경기에서 수여해 현재까지 700명이 넘는 Heroes Among Us Award를 받았다. (보스턴 셀틱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nba.com/celtics/community/heroes-among-us)

조세핀 할머니는 해군에서 30년간 복무한 퇴역 군인(veteran)이다

 뉴욕 메츠(Newyork Mets)의 홈구장인 시티 필드(City Field)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6회가 끝나고, 필드를 정비하는 사이 한 노병(老兵)이 그라운드에 나섰다. 'Veteran of the Game'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농구장에 했던 행사와 진행은 비슷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나와 기립 박수를 받고 그의 업적을 관객들에게 하나하나 일러준다. (실제 행사 영상: https://youtu.be/6-9Wc09yuzc)


 스포츠 현장은 시민사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권력자가 많은 살상과 돈을 쓰면서까지 검투사 시합을 열었던 이유는 정치적 의견이 다르더라도 모든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정치적 의견이 양극화되어 서로 귀를 막고, 외치는 형국이다. 정치 갈등을 넘어서 세대 갈등으로까지 진전되려고 한다.


 스포츠라는 도구를 좋은 의도로 활용하면 어떨까? 스포츠 경기장에서 국가를 위해 애썼던 사람들을 모셔서 손뼉 쳐주자! 서로를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더 나은 의견들이 나온다. 스포츠가 건전한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라본다!


소비자의 권리를 지켜주자!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 필드(City Field)에서 1루측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른쪽 사진으로 상상할 수 있듯이 두 번째 줄에 있는 좌석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언제 다시 미국 오겠어? 기왕 가는 거 첫째 줄에 앉자!'라고 생각했지만, 한 줄 차이가 10만 원가량 차이가 났다. '첫째 줄이나 둘째 줄이나 그렇게 차이가 안 날 거야....'라고 합리화한 결과가 둘째 줄이었다.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나 보다. 첫째 줄은 한 분이 홀로 앉아 있었고, 두 번째 줄 이후로는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 후반으로 가면서 뒷좌석에 앉은 분들이 슬그머니 앞으로 왔다. 그러나 한 다섯 팀이 왔으나 빈번히 실패했다. 뉴욕 메츠 모자를 쓴 안전요원이 티켓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며, 자리로 돌아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안전요원 눈치가 얼마나 빠르신지 '얌체족'을 한눈에 알아보셨다. 심지어 이런 분도 있었다. 오른쪽 위에 사진에 팔을 걸쳐 앉은 분은 혼자 야구 보러 오신 분이다. 그런데 얌체족이 그분 옆으로 다가가 그분에게 말을 걸면서 일행인 척했다. 그러나 '매의 눈'을 속이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한국이면 어땠을까? 한국 야구장이나 농구장은 구역으로 들어가는 곳에서 티켓을 한 번 확인하고, 같은 구역 내에서는 세세하게 티켓 확인을 하지 않는다. 경기 중반이 되면 자연스럽게 뒷자리 사람이 앞자리 공석을 노리며 슬그머니 내려온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앞좌석에 앉은 사람은 허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 프로스포츠와 아마스포츠의 가장 큰 차이는 '돈'이다. 돈을 받고 경기를 하면서, 돈을 주는 소비자의 권리를 나몰라라 하는 건 지극히 아마추어적이다. 한국 프로스포츠에 소비자 권리장전이 필요하다!

안전요원 눈치가 얼마나 빠르신지 '얌체족'을 한눈에 알아보셨다
경기장 곳곳에 안전요원들이 있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기술은 그동안 몰랐던 많은 것을 알게 한다!


 시티 필드에서 경기를 관람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트랙맨 시스템'이었다. 방금 투수가 어떤 구종을 던졌는지 알 수 있었다. 밑에 사진과 같이 콜로라도 소속 쇼 선수가 14구째 던진 공은 93마일의 커터(Cutter)였다. 만약 타자가 던진 공을 쳤다면 HIT SPEED에 타구 속도가 나왔을 것이다. 방금 던지고, 타격한 공을 1~2초 만에 속도뿐만 아니라 구질을 판단해낸다니 신세계가 아닐 수 없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트랙맨'이라는 회사가 있다. 트랙맨은 미사일을 추적하는 레이더에 기술을 활용해 타구 추적 시스템을 개발했다. 트랙맨 이전에는 여러 각도에 놓은 광학카메라를 활용해 'PITCHf/x'를 사용했다. 트랙맨 시스템은 카메라가 아니라 전파를 보내어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과 진동수 등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PITCHf/x'보다 활용도와 정확성에서 뛰어나다.


 덕분에 투수가 던진 구속뿐만 아니라 공의 회전수와 움직임, 궤적을 데이터화 할 수 있다.  타자에게서는 타구 속도, 발사각도, 배트 스피드 등을 살필 수 있다. 타율, OPS, 방어율 등 기존에 알고 있는 수치들 말고도 이제는 타자의 발사각도, 투수의 회전수 등이 더 각광받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삼성을 시작으로 롯데, 두산, NC, 한화가 트랙맨 시스템을 사용해 데이터화 하는 회사인 애슬릿미디어와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의 경우 2군 상동구장에도 트랙맨을 설치해서 선수 육성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최근 방송 기술의 발달로 직접 경기장에 가는 것보다 시원한 집에서 경기를 체험하는 게 나아 보일 때가 있다. UHD 화질 영상에 슬로비디오로 볼 수 있고, 피칭존으로 투구 궤적이나 회전수, 방향 등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직관에서도 이러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직관하는 야구를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투수가 던진 궤적이나 속도를 보고 어떤 공이었는지 유추해보고 금방 답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방금 건 슬라이더... 땡..! 커터... 역시 야구 몰라요~"

방금 던진 공은 직구여쓰까?.. 슬러이더여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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