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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서 Sep 09. 2023

내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계기

중국유학 스토리

 내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이유이자, 내가 미니멀로 변한 이유가 있는데 조금 재미있는 이야기다.

때는 2014년 2월, 유학길을 떠나기 전에 짐을 챙기는데 그 당시 중국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서 생필품을 모조리 이민가방 안에 넣어뒀다. 엄마는 한심한 눈으로


" 가면 다 있어...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야... "


라고 했지만 불신으로 가득 찬 딸을 말리진 못했다.

그리고 나는 35kg나 되는 이민가방을 들고 중국으로 갔다. 공항에서부터 난관이었다. 비행기에 내려서 입국수속을 밟는데 중국 공안이 와서 데려갔다. 안에 있는 짐 3분의 1 정도를 꺼낸 뒤 확인을 하고 나를 보내줬다. 별거 가지고 온 것도 없으면서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또 문제는 유학원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가는데 버스에 짐을 싣고 내리고 할 때마다 아주 곤욕이었다. 버스가 학교에 도착하고, 기숙사 바로 앞에서 내려주는 줄 알았는데 80m 떨어진 곳에서 내려줬다. 당시에 나는 10kg 쌀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21살 애송이가 35kg 되는 짐을 들지도 못하고 질질 끌고 갔다. 나중에 보니 찢어져 있어서 이민가방은 한 번 사용하고 내 손을 떠났다. 어린 마음에 누군가 도와줄 거라 기대했지만 다들 유학 온 입장에 짐들도 많은데 누가 누굴 도와주겠나요. 흑흑


나중에 3개월 후에 룸메 동생이 말했다.


" 언니, 그 oo호 부부언니네 오빠가 언니 너무 안쓰러워서 들어주고 싶었는데 자기들 짐도 많아서 들어줄 수가 없었다고 미안했대 전해달라고 하더라 "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니지만 그때는 그게 왜 이렇게 창피했는지 그 언니네 부부만 보면 그냥 숨고 싶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방학마다 한국에 들어왔었고, 그때마다 짐을 옮기는 건 내 고통만 추가될 뿐이었다. 게다가 나는 서울에도 집이 있었고, 귀농준비를 했기에 시골에도 집이 있어서 계속 짐을 들고 다니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 그 이후로 어딜 가도 크게 짐을 가져가는 편이 아니다. 주거지를 많이 옮겨서 그런가 이제 집에도 크게 짐을 두지 않는 편이다. 언제 어디로 떠날지도 모른다! 챙길게 많아질수록 자유롭지 못하겠구나, 물건에 욕심을 버리자 생각했다. 



변한 나의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너무 짐이 없어서 친한 언니가 놀랐던 적이 있다. 

중국에서 적응을 할 때쯤, 반에서 1~2명을 뽑아 북경 외각으로 1박 2일 놀러 가는 캠프가 있었다. 1년 전 다녀왔던 선배언니한테 들어보니 숙소가 어느 것을 상상했던 최악일 거라고 했다. 벌레는 기본이고 녹물이 나와 양치와 세수도 되도록 마시는 생수로 하라고 했었다. 중국에서 살면서 이 정도는 뭐 일도 아니었다. 녹물이 나오면 어차피 머리 감는 건 불가능할 것이고, 그때 봄이었는데 땀도 안 날걸 생각해서 여벌옷도 챙기지 않았다. 벌레가 있는 숙소라고 하니 굳이 잠옷도 필요할까? 생각했다. 침대 자체에 대한 불신이 있기에. 진드기나 없길 바랄 뿐.


정말 가방에는 소소한 세면도구, 로션, 선크림, 수건, 충전기만 챙겨서 떠났다. 그때 중국에서의 엄마 같았던 소울메이트 언니와 처음 만나게 된 날이었다. 언니와 나는 룸메가 되었고, 언니는 내 짐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듣고 엄청 웃었다.


" 아니, 외적으로는 짐도 야무지게 챙겨 다닐 것 같이 생겨서 짐을 안 가져왔다기에 엄청 소탈한 애구나 했잖아. 근데 그게 더 너에게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 "


언니와 나는 나이차가 있어서 엄청 귀여워해줬다. 그 1박 2일이 언니와 나의 특별한 첫 만남이었을 것이다. 여행 오기 전에 들었던 선배언니 말처럼 화장실은 거의 초록색 물이 나와 양치와 세수를 생수로 할 수밖에 없었고, 방에는 내 손바닥만 한 벌레가 나타나서 언니랑 수다 떨다가 벌레 잡기 소동이 났었다. 그래도 잠은 푹 잤다. 그다음 날 등산도 했는데 아주 소박한 짐으로 가니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平谷
平谷




그 뒤로 무언가 사고 싶을 때는 꼭 4번을 생각한다.


1. 사고 싶다

2. 지금 꼭 필요한가?

3. 일주일이 지나서도 생각이 나는가?

4. 한 달이 지나서도 생각이 나는가?


이렇게 하니 콩만큼 남아 있던 물욕도 점점 없어진다. 솔직히 저 생각조차 귀찮을 지경이다.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지 크게 불편함이 없는 이유 같다. 어쩌면 시골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람이 눈에 보여야 아, 나 저거 필요했다. 아니면 필요한 것 같은데 하면서 살 텐데 그렇지 않으니 가끔씩은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도 모를 때가 있다.


이렇게 변한 내 모습에 만족하고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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