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서 Sep 07. 2023

감자 판매로 3개월 8000만원 매출을 내기까지

내 첫 세일즈 프로젝트

 삶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깊은 고민 끝에 선택이든 순간적인 선택이든 결국에는 내 선택에 의해서 내 인생의 길이 펼쳐진다. 물론 다시 돌아가는 것도 선택이고 옆길로 빠지는 것도 선택이다. 내가 감자를 팔아서 3개월 만에 8000만원 매출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어느 한 날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엄마는 진취적이었다. 나를 농사만 짓게 하려고 시골로 내려가자고 제안하지 않았다.


" 앞으로는 농업이란 산업을 무시하지 못할 거야. 우리 농산물을 값비싸게 사 먹을 날이 올 거고 먹거리 산업 중 농업이 그 뼈대를 이룰 거야! " 


엄마가 하는 말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니까 일단 해보았다. 중국에서도 졸업을 1년 앞두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제 와서 느끼는 거지만 정말 어려운 사업이었다. 1차(생산)도 내가 하고, 2차(제조)도 내가 하고, 3차(판매/체험)도 내가 하는 거니까.


 농사는 엄마와 꾸준히 짓고 있었고 이제 이 농산물을 판매해야 하니 온라인 커머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처음엔 카페에서 내가 생산한 옥수수와 감자만 판매했었다. 그러다 정말 우연한 기회로 네이버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신청을 했고, 그 안에서 입상을 하게 되어 나는 네이버 플랫폼을 이용하여 감자를 판매했다. 현직에 계신 멘토님과 여러 선생님들의 교육과 도움으로 나는 그 당시 엄마 친구분(지역 모임에서 만난 분)의 감자를 판매하여 3개월 만에 8000만원 매출을 낼 수 있었다. 

네이버 청년장사꾼 프로젝트 전국결선


 내가 직접 농업을 하니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고객 CS도 충분히 잘 이끌어 갈 수 있었다.(고객님들의 욕설에 운 나날도 많았다) 생산자분 상품의 품질관리도 좋았고, 농산물 판매시기를 잘 맞춰 높은 가격을 받고 판매하기 적절했다. 그동안의 교육으로 사진도 시키는 대로 찍었고, 상세페이지도 원하는 양식에 맞춰서 만들었다. 


 사진은 정말 날 것 그대로 찍었는데 이 콘셉트가 먹혔다. 그 뒤로 내가 판매하고 나서 다른 온라인 판매처에서도 나와 같이 흙에서 찍은 감자들로 썸네일 사진들을 바꿨다. 그때는 농산물 온라인 판매가 블루오션 끝자락이라 내가 막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했다면 별 의미가 없었겠지만 시기를 잘 타는 것도 하나의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많이 나갔던 하루 물량. 내 감자와 옥수수


가장 많이 나갔던 하루 물량. 내 감자와 옥수수. 택배차에 한가득!

 그 뒤로는 지역 내에 나오는 농산물을 판매해 보았다. 그리고 예전 어머니가 세일즈 했던 수산물까지도 판매를 시작했고, 엄마의 파트너였던 생산자분과 도루묵도 판매했었다. 도루묵은 그동안의 세일즈 경험을 바탕으로 포장법을 바꾸어 판매를 했고, 성공이었다. 판매한 지 1년 만에 매출을 2배로 올릴 수 있었다. 도루묵은 보통 11월~1월까지가 어업이 집중되는 시기인데 이 3달 동안에 3~4천만원 정도를 팔아치운 것 같다. 포장법과 판매법을 개선하여 그때그때 재고를 남기지 않고 판매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여전히 전화가 오신다.

 

" 이사장~ 뭐 팔래?! oo 좀 팔아볼까? "


 지금은 감자도 판매하지 않고 도루묵도 판매하지 않는다. 20대 초중반 초짜 사장님이었던 나는 회사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 몰랐다. 그저 배운 대로 세일즈만 해왔었다. 그래도 고민은 했다.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우리를 찾을까? 어떻게 하면 차별화할 수 있을까? 매번 생각했다. 그때는 엄마와 고민하며 고객들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판매만 했다.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내가 모르고 했던 세일즈 행동들이 타깃팅 기법이었고, 마케팅이었다. 


 위에 글에서는 잘 판매했던 케이스를 말했고 판매 실적이 저조한 농산물도 많아서 생산자분께 미안해하며 하루를 보낸 일도 있었다. 어쩔 때는 내가 잘 판매하는 것을 알고 직접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어 물건을 더 이상 주지 않던 생산자도 있었다. 잘 파는 것도, 못 파는 것도 쉬운 일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현재 나에게는 실적이 되었고, 판매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이 업그레이드되었다.


 내가 서울에서 시골로 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네이버 프로젝트에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감자를 판매하지 않았더라면?


 이 자리에 앉아서 이 글도 쓰지 않았겠지? 정말 인생은 예측할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온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