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다섯 -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일 것이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신하들은 반지 하나를 완성해 왕에게 바쳤고, 왕은 그 반지에 적힌 글귀를 보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그 글귀가 바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나는 이 문구를 내 다이어리에 대문짝만 하게 써놨다. 처음에는 꽤 문학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에, 적어놨었던 문구였다. 이러한 이야기가 숨어있었다니. 이후, 이 문구는 내 삶에서 꽤 유용한 녀석이 되었다. 지친 업무와 과제에 숨이 턱턱 막혀올 때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외쳤다.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어느 날, 다이어리를 넘기다 시험 기간이었던 페이지에 멈추게 되었다. 오호라. 도저히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시험 기간이면 교수님께서 던져주시는 각종 과제와 발표들. 나를 기다리는 엄청난 양의 시험 범위들. 내 하얀 다이어리는 어느새 검은 글씨가 가득한 검은 종이가 되어 있었다. 그 검은 종이들을 몇 장 넘기다 보니, 현재의 하얗고 예쁜 속지가 나타났다. 그때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뭘 해내긴 해냈구나. 그 결과가 좋았든 안 좋았든, 그 많고 많은 검은 종이를 넘겼구나.
다이어리처럼 인생의 페이지가 넘겨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인생에 ‘페이지’가 있다는 것이다. 몇 장의 페이지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끝이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다. 지금 자신의 삶이 검은 종이일지라도, 넘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버텨보자. 마음껏 그릴 수 있는 하얀 종이가 올 때까지. 검은 종이에 숨이 막혀, 눈앞이 컴컴해질 때면 외쳐보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잠깐. 그렇지만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혼자 있을 때만 외쳐라. 그렇지 않으면, 어디 부족한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다. 명심하길.
(ps. 시험 기간이다. 야.. 제발 지나가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