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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은 바다와 만날 수 없으니,

bgm : 최유리 - 숲

by 민서


너는 날 사랑한다.

너는 날 아껴준다.

너는 날 좋아한다.

너는 날 안아준다.


그 어려운 말을 듣고도 당신은 날 담아낸다.

담아내면 담아낼수록 거칠기만 한 나는. 더 큰 파도로 요동친다.

당신은 다시 그런 날 품어낸다.

품어내면 품어낼수록 욕심이 많은 나는, 더 큰 물결을 만들고 채워지지 않는 순간 부서진다.


자꾸만 산산조각이 나기만 하는 나는. 점점 더 뾰족해져만 가고. 그런 내게 생채기가 난 당신의 바다는 하얀 구멍이 난다. 그 수많은 구멍 사이로 보이는, 그대의 검게 물들어버린 마음이 다시 나를 아프게 한다. 부서지지 않으면 될 텐데. 파도로 살아온 내게, 부서지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소용돌이 정도일 때가 분명 있었을 텐데. 어차피 부딪힐 수밖에 없다면, 부딪히기도 전에 부서지는 게 낫다. 파도가 또다시 절벽에 부딪친다. 파도가 아팠을까. 절벽이 아팠을까. 잘 모르겠다.


당신에게 나는 쥐려면 부서져 버리고 마는 파도일까. 닿으래도 닿을 수 없는 절벽일까.


자꾸 위태로워지는 걸 보면, 파도인 줄만 알았던 난 절벽이었나 보다. 바다와 절벽은 닿을 수 없다. 고요한 바다와 위태로운 절벽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욕심을 내본다.


내가 당신을 안고.

내가 당신을 아끼고.

내가 당신을 좋아하고.

그렇게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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