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도대체, 나 뭐 해 먹고살아야 하냐.
오늘도 내가 앉은 의자의 밑은 어제보다도 땅이 푹 꺼졌다. 쉴 새 없이 쉬어대는 한숨 때문이다. 이 기세로 4층에서 1층까지 땅을 꺼트려 볼 생각이다. 그러고 나면… 답이 뭐라도 나오겠지. 친구들이랑 만나기만 하면, 다들 취업 걱정이다.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하며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해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걸 하겠다고 하면, 돈이 안 된다고 하고. 싫어하는 걸 하자니, 깜깜한 눈앞이 밝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쉴 새 없이 무언가 하긴 했다. 여태껏 맘 놓고 쉬어본 적이 있나. 없는 것 같다. 경쟁이 끝나면,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경쟁에 익숙해졌다.
익숙해졌다고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다. 경쟁에 익숙하다는 건, 갑갑하게 조여 오는 숨통에서 작은 숨을 쉬는 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 그뿐이다. 가끔 경쟁에 현혹되어 함께라는 느낌을 까먹을 때가 있다. 혼자서 하는 게 쉽고, 빠르고, 더 수월하다고 생각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혼자가 된다. 혼자 떠돌아다니다 보면, 금세 깨닫는다. 이 사회는 혼자서 살아남기는 어려운 정글이구나. 맹수는 무리 지어 다니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지만, 우리는 무섭기만 한 맹수는 아니니까. 가끔은 귀엽기도 하고, 어떨 땐 멍청하기도 했다가, 마침내 멋지기도 하니까. 무리 지어 다녀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필연인 듯 찾아오는 배신감에 왈칵 주저앉기도 한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난리통에서, 우리는 서로 경쟁자이기도 하다가, 동반자이기도 하다. 경쟁에 지쳐 진심을 놓치고 나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리저리 치여 구겨진 진심을 줍는다. 그러고는 서로의 가슴에 꿰매준다. 우리네 일상은 경쟁과 사랑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가, 흐른다. 좋은 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게 어렵다가도, 함께 견딘 네가 잘되어주어 고맙다고 생각한다. 고통의 시간이 있으면, 언젠가는 축복의 시간도 온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구겨진 진심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있는 힘껏 눌러 피어 본다. 함께라는 느낌, 그 좋은 느낌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우정이라는 게 생긴다. 우리의 우정은 별 것이 없다. 고만고만한 애들끼리 모였으니,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딱히 없다. 그저 네가 좀 더 낫다, 어쩌다 하면서 그 끝내 미숙한 결론을 내놓는다. 이 결론이 맞을지 안 맞을지는 알 수 없다. 다들 경험이 없으니까. 결론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는 뭐. 방법이 있나. 같이 민망해지는 거지. 우리의 공감은 그런 것이다.
‘그저 잔잔할 너울처럼. 너도 흐르고 있지만, 네 옆에는 내가 흐르고 있어. 우리는 같이 흘러가는 거야. 함께하고 있으니, 두려워하지는 마.’
그렇게 우리들의 브루스는 잔잔한 강물 위에서 시작된다. 느린 곡조로 강물 위를 흘러가는 너울처럼. 흘러간다. 언제 적이 될지, 편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믿어본다. 지독한 경쟁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은 싹틀 수 있을 거라 내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믿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