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한테 밑반찬처럼 생겼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동생이 맞받아쳤다.
‘언니는 된장찌개처럼 생겼어.’
어딘가 기분이 나쁘다. 밑반찬처럼 생겼다는 건, 알록달록하다는 뜻이었는데. 된장찌개 같다? 이 시키 이거 무슨 뜻으로 말한 거지. 잠시 고민하는 척했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따흑. 솔직히 듣자마자 이해해 버렸다. 어떤 느낌인지 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좀 구수하게 생기긴 했다. 날렵한 곳 하나 없이 둥글둥글한 눈매. 수제비를 반 접어 눌러놓은 것 같은 콧대. 나만큼 구수하게 생긴 사람, 찾기 어려울 거다.
엄마는 된장찌개에는 고기가 들어가면 느끼하다면서, 애호박이랑 두부, 팽이버섯만 넣어서 끓여줬다. 나는 그 된장찌개가 참 싫었다. 짭짤하기만 하고, 별맛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긴 어릴 때는 피자나 치킨이 최고였지. 그런데 지금은 그 별맛 없는 된장찌개를 찾으러 다닌다. 짭짤하고 고소한 된장이 풀어진 탕에, 은은하게 단맛을 풍기는 애호박과 담백한 두부. 그리고 쫄깃한 팽이버섯까지. 여러 재료가 한데 모여 구수한 맛을 만들어내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
요즘 유난히 한국인들의 입맛이 매워진 것 같다. 특히 ‘마라맛’이 엄청난 유행을 타고 있다. 나도 마라탕을 좋아하긴 한다. 가끔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마라탕만큼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은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식감과 얼얼하고 매운맛에 정신을 잃고 먹다 보면 하얀 국물 위로 고추기름만이 둥둥 떠다닌다. 중독성이 있어서 자주 먹고 싶긴 하지만, 자극적인 것들은 다 유효기간이 있다. 맵고 달고 짠 음식은 오래 먹을 수가 없으니까. 좋다고 오래 먹었다간 응꼬와 사이도 나빠진다. 계속해서 기름지고 매운 음식들을 먹고 나면, 금세 질려서는 다시금 된장찌개를 찾게 된다. 된장찌개의 구수한 향기에는 여름 저물녘의 향과 그리운 맛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에 찌들어 자극적인 맛을 찾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된장찌개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옆집에서 풍기는 구수한 향기에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 그런 추억의 맛을. 더 오래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된장찌개에게 추억의 맛을 불러오는 힘이 있다면, 된장찌개 같은 내 얼굴에도 비슷한 힘이 있지 않을까? 흥! 다들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하고! 주먹만 한 얼굴에 환호해도! 비슷한 원리로 어딘가 밋밋하지만, 고소하게 생긴 얼굴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오래된 추억을 향한 그리움은 예쁘고 아름다운 것보다 더 진한 풍미를 지니고 있으니까. 마라탕은 재료를 다양하게 넣어봤자, 푸짐한 마라탕이지만. 된장찌개는 우삼겹을 넣으면 우삼겹 된장찌개. 달래를 넣으면 달래 된장찌개. 넣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구수함을 지닌 소박한 음식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화려한 얼굴은 화장을 진하게 하면 할수록 어색하거나 너무 인상이 강해지는 경우가 있지만. 밋밋한 얼굴은 뽀얀 쌀뜨물처럼 맑아서 칠하면 칠할수록, 느낌이 확확 바뀐다. 마치 조금만 변형해도 다양한 맛을 내는 된장찌개처럼. 다들 언젠가 나처럼 구수한 얼굴의 맛을 보고 나면, 그 매력에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구수한 추억을 담은 소중한 얼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