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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승 Feb 21. 2017

테슬라 시승기


테슬라를 시승해보았다. 


토요일 오전 11시 집 근처 서니베일 매장. 

테슬라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직원이 밝게 반겨준다. 

보통 미국의 자동차 판매점은 코를 베어가려는 사람과 지키는 사람과의 신경전으로 입구부터 긴장감이 감돌기 마련인데, 매장의 첫인상부터 비교할 수 없이 산뜻하다. 


이것저것 설명 듣고, 고속도로로 이동해서 총 1시간 정도 운전하게 된다. 직원에게 돌발적으로 테크니컬 한 질문을 던졌는데도 불구하고 막힘없이 대답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교육이 잘되어있다는 인상. 다시 생각해보니, 테슬라는 모두 직영으로 차를 팔기에 이들은 단순하게 한대 더 팔려는 장사꾼이 아니다. 고객을 대하는 태도와 깊이가 다를 수밖에..

 

시작하기 전에 먼저 대략적인 조작법을 듣는다. 

어떻게 충전하는지, 트렁크는 어떻게 여는지, 문은 어떻게 여는지 등.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는 부분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시동을 끄고, 키는 버튼이 없고 기능도 없다. (아무 버튼도 없는)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있으면 문이 열리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나갈 준비가 완료된다. 반대로 기어를 P로 넣고, 문 열고 나가면 저절로 전원이 차단된다. 기계적으로 엔진을 켜고 끌 필요 없으므로, 어쩌면 자연스러운 설계인 듯. (어딘가 리셋 스위치도 있겠지?) 근데 키는 재질이 약간 저렴한 플라스틱이라서 조금 실망. 뭔가 금속+묵직한 조합이었으면 좋았을걸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이제부터는 단편적인 감상평


- 예전에 매장에 있는 테슬라에 잠깐 앉아 보았을 때는 실내의 재질이 약간 저렴해 보이는 것이 아쉬웠었다. 하지만 시승차는 개선된 것인지, 촉감, 구성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게 느껴졌다. 실내가 별로야~라는 핑계 대시는 분은 다시 한번 시승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 터치 스크린은 여전히 압도적. 다만 조작법을 익히는데 시간이 필요한 건 분명. 탭/팝업/메인 정보가 있는 창의 기본적인 레이어 구성이 직관적이지 않았다. 이 기능 저 기능 쓰다 보면 길 잃은 느낌을 받게 한다.  


- 이번 시승에서 사실 가장 궁금했던 건 바로 오토 파일럿 기능. 

고속도로에서 바로 기능을 실행시켰는데,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법적으로 고속도로에서만 해당 기능을 사용 가능) 기본적으로 센서와 카메라가 좌/우측 차선과 다른 차들의 위치 읽어 (계기판에 꽤 정확히 표시된다) 차의 방향을 조종하고,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해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가는 것이 기본 설계 방향이었다. 

운전대에서 손을 놓는 순간 이미 속도가 70 MPH (112 KMH)를 넘어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약간 겁이 났다. 앞차와의 거리는 절대적이지 않고 운전자인 내가 조종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1~3은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고, 최대치인 5-6 정도 거리를 둬야 안정감이 느껴졌다. 


- 한번 앞차와 거리가 고정되고 나니 상당히 안정적으로 주행이 가능했다. 장거리 고속도로 여행을 할 때 정말 편할 듯.


- 옆에 앉은 직원이 총 4차선인 고속도로에서 2차선으로 가라고 강조해서 왜 그러지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했다. 딜러의 조언을 무시하고 고속도로 집입 순간인 4차선에서부터 오토 파일럿을 활성화했는데 얼마 후 나온 다음 출구 길에 (우측으로 빠지는 차선 때문에 직진 차선이 사라지자) 차가 중심을 못 잡고 애매하게 4차선과 출구 사이를 질주하게 되었다. 저 앞에는 길이 갈라지는 상황... 차는 중간 길로 계속 달리고.... 3초쯤 후에는 아마도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 다행히도 바로 핸들을 돌려서 4차선으로 다시 진입하여 위기를 모면했다. 그대로 두었으면 큰일 날 뻔. 참고로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오토 파일럿은 바로 해제된다.


- 위기를 넘기고 다시 보니 정보를 가져와야 하는 도로 사정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강렬한 캘리포니아 햇살 탓에 차선이 흐릿한 부분도 많았고, 울퉁불퉁 길 자체가 고르지도 않았다.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할 테니, 이 기술이 100% 안전 하기까지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나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 줄리 없는, 이 거대한 기계장치가, 나의 생명을 좌우할 수 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갑자기 불안감이 몰려왔다. 


- 오토 파일럿은 한적한 고속도로에서만 쓰는 걸로..


-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하면, 남은 배터리로 갈 수 있는지, 그 중간 어디에 충전소가 있는지가 표시된다. 또한 셋팅에 에어컨/전기기기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달리는데만 집중할 수 있는 설정도 있다. 이래저래 방전되는 상황을 피하는 설계가 잘 되어 있다.


- 소리 없이 빠른 가속감도 일품. 가속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이 멈춰졌다. 우와와아앙~ 소리를 내는 가속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기대감 있는 그것이지만, 이쪽은 아무 소리도 없다. 그래서 더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 시승을 마치고, 차를 바로 주문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옵션과 컬러를 선택하니 가볍게 매달 1,000불이 넘어간다. 휴우...




시승했던 모델S. 참 잘빠졌다.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디스플레이 조작부. 크고, 아름답다. 화려함에 압도되어 한동안  말 없이 한동안 바라보게 된다.


 계기판은 모두 LCD로 구성. 그래픽이 아름답긴 하지만, 적응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운전대에서 손을 놓는 순간 이미 속도가 70 MPH (112 KMH)를 넘어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약간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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