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첫 디자인 프로젝트를 공유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설계한 방향대로 사용할까?
내가 그린 아이콘을 잘 이해할까?
컬러에 숨어있는 문화적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 길러진 나의 디자인 기준이 이들의 그것과 같을까에 대한 의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모바일 UI 원칙을 공유해 볼까 한다.
영문은 좌측 정렬이 기본
한글도 그렇긴 하지만 모든 로마자 역시 좌측 정렬이 기본이다.
중앙 정렬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렸으나 상대적으로 화면이 작고 여기저기 메뉴가 들어가야 하는 모바일 기기 디자인이 대세가 되면서, 사람들이 적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긴장감을 위해 우측 정렬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의도적으로 특수한 상황을 만들 때뿐이다. 구글의 디자인 언어인 Material Design을 보면, 지나칠 정도로 좌측 정렬이 많은데, 이는 로마자 입장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긴가민가 할때는 좌측정렬을 하자.
핸드 라이팅 폰트는 자제
대표적인 핸드 라이팅 폰트인 Comic Sans는 그 존재로도 재앙으로 불린다.(그것을 풍자한 블로그링크)
Comic Sans 뿐만 아니라 다른 핸드 라이팅 폰트들도 미국인들 사이에서 조차 늘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나 우리는 영문 손글씨의 미묘한 자유로움/세련됨의 경계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주소는 하나의 입력창으로
미국의 주소는 보통 Street Number / Street Name / City / State / Zip 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예전의 경우 각각의 입력창을 요구했지만, 구글/애플 지도가 갈수록 똑똑해지면서 Street Number와 Steer Name만 작성해도 전체 주소가 완성되는 방식이 정착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 단계에서는 각 항목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입력창만 디자인되면 된다.
물론 주소 정보가 유저에게 얻어야 할 매우 중요한 정보 수단이라면 Zip->State 순으로 물어보는 방식도 자연스럽다.
버튼 영역은 충분히 확보
미국 사용자는 덩치만 큰 게 아니라 손가락도 크다. 버튼 사이즈와 간격이 작다면 이는 많은 사용자들에게 치명적인 오작동 요소가 된다. 이미 각 OS로부터의 최소 사이즈 정의가 되어있으므로 이를 따르는 것이 좋다.
스패니쉬 사용성을 고려
미국에서 은행이나 관공서 업무를 위해 전화를 하면 콜센터에서 가장 먼저 묻는 것이 바로 영어와 스패니쉬 중 앞으로 진행할 언어를 고르는 것이다. 디자인 단계부터 스패니쉬 사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같은 로마자라 기본적인 언어 법칙은 동일하지만, 일부 단어의 경우 번역될 경우 영문보다 길어지기 때문에 애초에 충분히 영역을 확보하자.
미국 사용자는 느리다. 옵션을 최소화
미국과 한국의 시계는 다르게 움직인다. 모든 삶의 속도가 느리고, 단순하다.
많은 옵션은 그만큼의 혼란을 증가시킨다. 같은 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의 은행 앱과 미국의 은행 앱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옵션을 최소화 하자. 그래야 사용자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위의 은행앱 말고 한국의 디자인 수준도 꽤 높기때문에 한국에서 좋다고 생각된 디자인은 이곳에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멋진앱들이 더 많이 미국에 진출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