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Prime 회원이 된 지 7년째 되어 간다.
처음엔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데 왜 돈까지 내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컨셉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온라인 쇼핑을 경험하는 순간, 멤버십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섯 가지 사례를 통해 매일 경험하고 있는 아마존의 파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사례 1 - 무료 배송. 그리고 이틀 내 배송 보장
뉴욕에서 학교를 시작한 첫째 주, 교수가 추천한 몇 가지 책을 구하러 얼마 남지 않은 책방을 돌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온라인으로 주문하려고 하니 20달러짜리 책의 배송비가 15달러였다. 억울하지만 바로 다음 주 수업이기에 일단 주문했는데, 미국 중부에서 화물차로 각 도시를 거쳐 5일 만에 배송이 되었다. 결국 수업 하루 전에 밤새 읽고 겨우 에세이를 써갔었다.
일 년에 $99인 아마존 Prime 에 가입하면, 기간 내내 무료/이틀 내 배송이 보장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달에 한번 이상만 무료 배송을 이용하게 되어도 매번 배송료를 내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입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조마조마하게 5일간 책을 기다려본 경험을 떠올리면 배송비보다 이틀 만에 배송되는 시스템이 더 기대되는 혜택이었다. 물론 모든 제품이 이틀 내 배송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아마존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아마존에서 인증한 셀러가 파는 제품들에 제한된다.
사례 2 - Prime 마법의 딱지
Prime 딱지가 붙어있는 제품은 무료 이틀 혹은 하루 내 배송이 보장된다. 한국에서 다음날 배송 오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평범한 혜택으로 보이지만, 동에서 서로 차로 열심히 달려도 4-5일씩 걸리는 미국 땅 덩어리를 생각하면, 내가 사는 곳과 가까이, 각 동네마다 촘촘하게 물류 창고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물류 창고의 규모는 한정되어있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존은 주로 잘 팔리고, 반품률이 적은 제품들을 Prime 제품으로 판매할 것이다. 즉 Prime 딱지가 붙은 제품은 일종의 검증된 물건임을 뜻한다. 쇼핑할 때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는 고마운 역할도 하는 셈.
사례 3 - 일단 지르게 만드는 쉬운 반품 절차
아마존 쇼핑의 또 다른 장점은 환불이 쉽다는 것에 있다. 일단 뭐든지 구매를 하면 클릭 몇 번으로 반품을 할 수 있다. 물론 이유를 밝히긴 해야 한다. 잘 동작하지 않다거나, 잘못 주문했다거나 아니면 마음이 바뀌었다던가. 재미있는 건, 사이트를 통해 반품을 통보하고 우체국에 갖다 주면 그 순간 환불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고객이 보낼 것이 정상적으로 배송되었던 같은 제품임을 믿고 일단 환불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신용을 중시하는 이곳 분위기를 그대로 따르는 방식이다.
사례 4 - 원클릭 결제. 결제가 무서울 정도
아마존의 원클릭 결제는 말 그대도 한 번의 클릭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아마존이 나의 카드 정보를 이미 저장하고 있기에, 상품 페이지에서 구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결제 -> 배송 단계로 진행된다. 한국에서 물건 하나 사려면 각종 보안 프로그램을 깔고 결제정보, 공인인증서 등 각종 단계로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생활을 하다가, 클릭 한 번으로 결제 완료가 돼버리니 약간 섬찟할 정도였다.
누군가 나의 아마존 아이디와 비번을 알고 있다면, 카드 번호를 몰라도 물건을 마구 주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불안한 적은 없다. 나의 아이피, 사용하는 컴퓨터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아는 정도로는 물건을 주문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보안 기술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례 5 - 공짜 서비스들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각종 무료 서비스는 덤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알차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영화, 드라마, 클라우드 스토리지 등의 서비스들이 있으며, 특히 무제한 사진 백업 서비스는 고해상도 원본 이미지를 Fire TV을 통해 티브이로 감상하는 용도로 유용하게 쓰고 있다. 아마 다른 유료 서비스를 이용했더라면 이것 하나만으로도 일 년에 수십 달러어치는 될 것이다.
사례 6 - 삶을 깊게 파고들고 있는 Echo
Alexa로 호출하여 아무거나 묻고 시킬 수 있는 Echo는 집안의 중요한 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날씨를 묻고, 아무렇게나 누워서 집안 불을 켜고 끄고,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플레이시키고... 아마도 Echo의 기능을 10%도 채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없다면 꽤나 불편하겠구나 할 정도로 스마트 홈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례 7 - 감동을 주는 고객 서비스
아마존의 고객 서비스는 항상 기대 이상이다. 큰 맘먹고 꽤 좋은 브랜드의 블루투스 오디오를 구입했는데, 배송 중에 분실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에 주문을 취소하고 다시 주문했는데, 며칠 뒤 오디오 2개가 차례로 배송되었다. 하나는 배송 중 분실된 것이 중간에 제대로 자리를 찾아 배송되었던 것이고 하나는 다시 주문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 온 것을 반품하려고 하니 (무슨 이유에서 인지) 고출력 스피커가 달린 제품은 일반 배송 업체에서 배송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 내용을 아마존 고객 센터에 통보했더니 쿨하게 두 개 다 가지거나 로컬 기부 샵에 기부해 달라고 답장이 왔다. 공짜로 제품이 하나가 더 생겼으니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처리 과정이 빠르고 친절하여 그만큼의 금액보다 더 크게 감동했음은 물론이다.
사실 한국은 택배가 굉장히 빠르고 저렴한 편이어서, 배송이 빨라서 좋다는 것은 한국에서 보기에 대단한 장점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마존에 대적할만한 서비스는 거의 없다고 볼 정도로 독보적이다. 리테일 샵인 Target이나 Walmart 경우에도 온라인 쇼핑과 제한된 무료 배송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아마존처럼 다양한 제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송이 최소 일주일은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Ebay는 셀러에 따라 들쑥날쑥 하니 쇼핑할 때마다 신경 써서 봐야 할게 많아 편의성이 떨어지고, 각 백화점이나 여타 온라인 쇼핑몰 역시 제한된 제품과 배송을 위해서는 최소 금액 이상 쇼핑을 해야 하는 등 제한이 많은 편이다.
아마존은 촘촘한 그들의 물류 창고를 토대로 심지어 일부 지역에 한해 당일 1~2시간 내 배송을 보장할 정도로 미국의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훗날 아마존이 Prime 멤버쉽비를 일 년에 $1,000로 올린다고 하여도, 그들의 이틀 내 배송, 서비스 등을 따라잡는 회사는 단기간에 나올 수가 없기에 소비자들은 그 돈을 아깝지 않게 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