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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승 Dec 11. 2017

아이폰 X와 픽셀 2

내 맘대로 사용기



나는 늘 왼쪽 바지 주머니에는 전화기를, 오른쪽에는 지갑을 넣고 다닌다. 근 10년간 변함없는 일상의 습관 중 하나이다. 둘 중에 하나만 챙기지 않아도 굉장히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건 습관에 관성까지 생긴 탓일 것이다. 현재 내 왼쪽 바지 주머니에는 픽셀 2 XL과 아이폰 X가 들어있다. 두 모델 모두 각 회사에서 내놓은 가상 상위 모델이다. 객관적인 스펙 따위를 무시하고, 주관적인 사용기를 기록해 볼까 한다. 



먼저 아이폰 X는 따뜻하다. 차가운 금속으로 마무리되었던 기존 모델들보다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화면을 켰을때 느낌이 참 좋다. 하얀 바탕 위에 그래픽이 올라와있는 페이지를 볼 때면 마치 고품질의 종이에 인쇄된 무언가를 보는 느낌이 든다. 



아이폰 X의 스크린. 두툼하고 무거운 고품질 종이 위에 그래픽이 올라와있는 느낌이다.



페이스 ID는 생각보다 편하다. 선글라스를 껴도, 깜깜한 밤에도, 인식이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터치 ID가 그리운 순간이 종종 생긴다. 책상 위 놓인 전화기를 들어 올리지 않고 무언가를 확인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기술이어서 그런지 지문인식만큼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은행 앱에 접속할 때 터치 ID는 지문을 갖다 대는 동작을 통해 무언가 인증을 하는 기분을 주었지만, 페이스 ID는 그냥 로그인이 되어버리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단계를 일부러 어렵게 할 수도 없을 테니, 디자이너로서 생각할 부분이 있는 지점이다. 


노치에 대해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어떤 이는 며칠 쓰면 안 보인다고 하지만, 그래픽을 다루는 디자이너라 그런지 쓸 때마다 매번 눈에 거슬린다. 노치로 인해 생기는 비정형 공간이 내 눈을 매 순간 불편하게 한다. 정렬의 깨짐은 운영체계가 미완성스럽게 보이게까지도 한다. 애플답지 않은 디자인이다. 오래전 매직 마우스 배터리 커버를 열어보고 감탄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까지 디자인하라 했던 리더, 그리고 그것을 기필코 만들어내었는 팀원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해왔다. 



오랜만에 꺼내본 애플 매직마우스. 두세달에 한번 볼만한 뒷면의 배터리 접지 부분까지 완벽하게 디자인 되어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노치는 다른 전화기들과 혹은 이전 세대 아이폰들과 X를 구분 짓는 중요한 디자인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다리고 있는 앞사람의 전화기를 슬쩍 보았을 때 위에 노치가 있다면 오. 이 사람 X 쓰네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 여기서 X는 텐이다..) 마치 밋밋해 보이는 가방 한쪽 귀퉁이에서 명품 브랜드 로고를 발견한. 그런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200짜리 무약정 전화기도 거대한 터치스크린을 가지고 있기에 차별화하기 어려워진 하드웨어 디자인에서 그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어쨌든 꽤나 인상적인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 낸 것이다. 남에게 과시하기 좋아하는 중국에서의 폭발적인 인기가 이해되는 부분이다.  



노치는 X같지만. 어째든 남들과 다른 느낌을 주기는 충분하다. 



픽셀 2는 정직하다. 아이폰 X처럼 노치도 없고, 갤럭시처럼 스크린을 굴리지도 않았다. 위아래로 화면이 가득 차지만, 픽셀 1과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길에서 내가 쓰는 폰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사실 픽셀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첫인상이 별로였다. 스크린 컬러의 기본값이 기대치와는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이것이 배터리, 디스플레이를 위한 최적화라 하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익숙한 후면 지문인식은 여전히 편리하다. 전화기를 들어 올릴 때 자연스러운 위치이기도 하고 굉장히 빠르게 인식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카메라는 놀라울 정도로 잘 나온다. 전체적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서 불편한 점이 거의 없다. 여기저기 보고되고 있는 버그들이 다행히 나에게는 나타나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픽셀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구글 생태계를 100% 적용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자주 쓰는 구글맵, 메일, 캘린더에 공짜로 나눠준 구글 홈까지 연결시켜 놓으면 완벽하게 그들이 만들어놓은 생태계 안에서 편리하게 각종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내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픽셀2는 모든것이 이전 세대와 유사하다. 그리고 후면의 지문인식은 여전히 편리하다. 


픽셀로 찍은 사진. 처음으로 DSLR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종합해본다. 


아이폰 X는 확실히 프리미엄 제품이다. 빛나는 스크린은 눈을 즐겁게 하고, 손에 쥘 때 느껴지는 촉감도 남다르다. X 같지만. 노치도 상황에 따라 오히려 그것을 뽐내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픽셀 2 역시 흠잡을 곳 없이 훌륭한 폰이지만 프리미엄보다는 레퍼런스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느껴진다. 


각 회사 홈페이지에서 아이폰 X는 $999 픽셀은 XL은 $849에 팔고 있다. 가격만큼의 차이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두모델 모두 단점을 찾기 힘든 좋은 제품임은 분명하다. 누군가 둘 중에 추천하라고 물어온다면 아마도 이전 사용했던 모델과 사용 성향에 따라 취향대로 결정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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