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포스퀘어 앱을 재미있게 사용했었다.
내가 다닌 장소를 체크인하고, 점수를 얻고, 그것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순위 경쟁을 한다.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게임화 하여, 참여를 이끌어낸 설계가 신선했다. 그 재미에 푹 빠져 여행을 가면 가장 먼저 실행하는 앱이 되었고, 집에서 뒹굴다가도, 괜히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점수를 쌓기도 하였다. 나에게 "실제" "무언가를" "하라고" 나의 행동을 이끈 첫번째 앱이 아닐까 생각한다.
포켓몬고가 유행하던 재작년. 캐릭터를 잡기 위해 점심 식사 후 회사 근처를 한 바퀴 도는 것은 나의 일과였다. 실제 지도 정보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한 게임의 요소였고, 제작자의 의도대로 사용자들은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데이터를 쌓아주었다. 이 게임 덕에 몇 달간 평소의 10배 이상은 걸은 것 같다. 마찬가지로 실제 무언가를 하게 끔 동기 부여를 유발한 앱이었다.
실내용 자전거에 혁신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스타트업인 Peloton이 화제다. 빨래 건조대로나 사용되던 가정용 운동기구를 실제 사용하게끔 만든 설계가 Peloton 의 핵심이다.
일단 커다란 스크린이 시선을 끌게 하고, 그에 어울리는 멋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밀려드는 저가 브랜드들 덕에 하향 평준화되었던 실내 바이크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 충분하다.
매력적인 디자인에 숨겨진 전략은 이렇다. 제품을 구입한 후 ($1,995) 매달 정기구독 ($39)하여 강사들과 함께 운동을 하게 한다는 것. 수천 개의 기존 수업들을 보고 따라 하거나, 거의 매시간 있는 라이브 수업에 강사 그리고 전 세계 인들과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다. 물론 강사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다른 이들과 경쟁하기도 한다. 행동하게끔 이끄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 놓은 샘이다. 제품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내 소유가 되고, 한 달에 $40불 정도는 피트니스를 다녀도 쓰는 돈이니 묘하게 설득되는 금액이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현존 최고의 실내 바이크" "매력적이고 중독적인 제품"이라는 각종 언론 찬사와 더불어 엄청난 사용자 호평을 받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고가임에도 현재까지 20만 대 이상 판매되었다. 이 회사의 가능성을 본 한 투자자는 "피트니스계의 애플"이라고 칭송하며, 최근에는 $1.3 Billion 이란 가치를 산정하고 $325 Million의 추가 투자를 하기도 하였다.
회사 피트니스에서 실제 사용해 본 경험 역시 기존의 다른 기기의 것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티비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혹은 힘든데 언제 까지 할까 라는 생각으로 겨우겨우 마치던 하던 유산소 운동을 누군가와 함께, 그리고 즐겁게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사람은 게으르다. 작심삼일은 명언 중의 명언이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특별한 보상도 없는 체크인을 하느라, 게임 캐릭터를 잡느라 평소보다 많이 돌아다니곤 했었다. 행동을 이끄는 디자인의 힘이다. 운동을 하게 하여 건강이라는 실제적인 이득까지 사용자에게 주는 이 제품의 방향은 매우 잘된 설계임이 분명해 보인다.
한대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