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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승 May 14. 2019

내가 겪은 미국에서 한류

강남스타일부터 BTS 그리고 Baby shark까지..

미국에서 BTS의 인기가 대단하다. 방탄이 뭔지도 모르던 작년 여름 회사 피트니스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어가 들려서 찾아본 게 그들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다. 참고로 회사 피트니스 플레이리스트는 누군가의 취향을 배제한 유행가만을 틀어놓는 편으로 브리티쉬 팝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처럼 미국에 살면서 예상치 못한 곳? 에서 한국을 경험하곤 했었다. 몇 가지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해본다.




미국에 처음 와서 Ikea에 들렀을 때였다. 익숙지 않은 공간 탓에 이리저리 헤매다 겨우 직원을 만나게 되었는데, 대뜸 나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어 왔다. 그러더니 요즘 한국 드라마를 매일 본다며 한국에선 왜 가족끼리 서로 때리냐고 물어왔다.... 아.. 현실과 다르니까.. 드라마에 나오는 거라고.. 대답하고 자리를 피했다. 


미국에서의 첫 직장에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대만계 직원이 내 책상에 오더니 송승헌을 아냐고, 아는 사이냐고 물어왔다. 내 이름을 조회해보고는 송승헌과 사촌지간 정도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때쯤 강남스타일이 히트 쳤다. 금요일에는 보통 음악을 틀어놓고 일했는데, 하루에 10번 이상씩 재생되었다. 물론 회사에서 파티를 하게 되면 배경 음악은 당연히 강남스타일이었다. 회사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나는 덕분에 꽤나 주목을 받는 새 얼굴이 되었다. 그해 한국과 북한을 동시에 여행하고 온 동료가 있었는데 주체 사상에 대해 아는 게 있냐고 물어봐 꽤나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전지현이 나오는 드라마가 대유행이었을 때다. 가족들 보러 한국 가는 일정을 잡고 있는데, 중국 친구가 오더니 한국에서 xx브랜드 지갑을 사다 줄 수 있는지 물어왔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였다. 알고 보니 전지현이 광고하는 제품으로, 본인 와이프가 꼭 갖고 싶은 제품이라고... 돌아오는 길에 사다 주었고, 나는 정말 고마운 친구가 되었다. 


음악 스트리밍 앱 Spotify에는 Kpop이 하나의 주요 장르로 자리하고 있다. Spotify는 플레이리스트 큐레이션에 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렇게 나라 이름을 단 플레이리스트는 Kpop이 유일하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옆 동료가 한껏 멋을 부리고 왔다. 또 다른 동료가 그 동료를 보더니, 야! 너 케이팝 스타 같다고 칭찬? 하는 것을 들었다. 


지난겨울 하와이로 휴가를 갔었다. 마우이 섬으로, 공항 사정상 미국 본토에서 휴가로 많이 가는 곳이다. 리조트에서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데, 누군가 한쪽에서 아기 상어송을 부르기 시작하였고, 어느 순간 수영장에서 놀던 수십 가족이 다 같이 웃으며 따라 부르게 되었다. 서로 모르는 수십 가족이 하나의 노래를 부르는 그 광경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아이 학교에서 달리기 행사를 하는데 아기 상어송과 강남스타일이 연이어 나왔다. 뛰던 아이들이 멈춰서 춤추는 통에 대회가 잠시 파티 분위기가 되었다.




미국은 큰 나라다. 다양한 인종, 문화가 공존하기에, 한국에서의 유행처럼 전 국민이 동시에 알게 되고, 즐기게 되는.. 대유행? 같은 쏠림 현상이 덜한 편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류는 한국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긴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든 문화 컨탠츠들이 생각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미국의 곳곳을 파고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나 억지로 광고하고, 세계화시킨 것이 아니란 것이 고무적이다. 


한때 뮤직비디오 감독을 꿈꿨었다. 어린 나이에 현장에 나가 몇 달 일을 해보면서 나는 꿈의 방향을 접었다. 배운다라는 명목에 금전적인 보상은커녕, 집에 들어간 날이 손꼽을 정도로 고되었다. 그때 만난 인생 선배들 역시 하나같이 나를 말렸다. 티비에 나오는 화려한 영상물들이 만들어지는 뒷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둡다란 생각을 했다. 여전히 한국에서 창작의 세계는 어렵다는 말을 듣곤 한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컨탠츠를 만들어내는 모든 제작자들이 그 결과만큼 좋은 대우받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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