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만큼 핸드폰만 부여잡고 있다보니 하루에도 두세번씩 이 곳에 들어와 글을 쓰려 한다.
허공에 대고 속삭일 이야기지마는, 하얀 화면과 깜빡거리는 커서를 보고있노라면 마치 책상 앞에 앉은 작가마냥 고심하고 또 고심한다.
거기다 무엇이든 금방 질려하는 내 성격이 오늘 저녁이 마감인 듯 스스로를 초조하게 만드니 좋은 글이 나올 리 없다. 최인호 작가의 말처럼 좋은 글이란 오래 오래 두고 쓰는 원고지 위의 글자인 것이다.
태생이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호불호가 분명하지 못하며 줏대가 없어 좋은 글이 나올리 만무하지만, 괜히 프로필에 써놓았듯 '무의미한 시간을 유의미하게 바꿔'보려고 깊은 모래무덤 한가운데서 발버둥을 친다.
그래도 글을 쓰며, 아니 핸드폰 화면의 버튼을 누르면서 조금은 스스로의 달라짐을 느낀다.
깊은 자괴감과 상실감에 빠지기 전에 이 곳이 나를 걸러주고 너무 큰 쾌락과 자만을 느끼면 이 곳이 나를 탁탁 털어준다. 심지어는 이렇게 무어라 읊조리며 하나의 짧은 글까지 남길 수 있으니 쪼매난 보람까지! 이런 느낌 때문에 작가가 되는 걸까?
내가 계속 글을 쓴다면, 조금은 먼 훗날엔 다른 이의 감정을 끌어내거나 위로해주거나 혹은 짧은 글로도 심장을 조이고 또 움직이게 만드는 필자가 되고 싶다.
헤밍웨이의 내기가 문득 생각이 난다. 6단어로 소설을 써 사람들을 울릴 수 있다면 이길 것이라는 내기.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