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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무나 Dec 17. 2015

03. 감사

오늘은 평소에 내가 알던 청계천 그 길이 유독 예쁘더라.
차가운 바람도, 노란 불빛이 비치는 강도, 그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의 그림자도, 한 쪽 귀에 들리는 이적의 목소리도.
하나 하나가 모이니 짧으나마 행복이 푸근히 나를 감싸더라.  


감사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으니 크게 잃을 것도 없었다. 미소지을 수 있다. 돌아섰음에도 이젠 위로가 되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노래든, 새로이 예쁘게 보이는 길이든.
감사했다.

그리고 매번 감사할 것이다. 이젠 조금씩 모든 일에 덤덤해져가는 내 모습에, 아니 분명 크게 슬퍼하고 크게 기뻐할테지만

그것에 끝이 있음을, 이 순간조차 내 삶을 이루는 소중한 순간 중 하나임을 감사할 것이다.

배터리가 없지만 지금까지 들려준 노래만으로 고맙다. 오늘은 그렇게 감사하다. 오늘은.  


(Image by 찬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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