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바다
아이야 나는 너를
그리고 우리의 모든 만남을
또 그린다
살랑살랑 봄내음 간지럽히던 아침
별처럼 작고 반짝이는 아이 하나를 보았다
엄마와 아빠 가운데 쏙 품어진 너는
토끼인형 꼭 쥐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세상이 온통 파랗던 날 우린 다시 만났다
여름 볕에 흠뻑 적셔진 너는
천방지축 아이들과 힘껏 물장구치며
태양보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메케한 잿빛 구름이 하늘을 가린 날
너는 혼자서 나를 찾아왔었다
새까만 우산에 얼굴을 파묻고서는
소나기처럼 서럽게 울었다
유난한 별들이 많았던 밤에는
커다란 아이 하나와 함께 온 너를 보았다
나란히 앉아 조잘거리던 너의 얼굴을
초승달이 수줍게 비추고 있었다
아카시아 향기 은은한 아침에
네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분홍색 토끼인형을 꼭 안아 든
반짝이는 작은 아이와 함께 말이야
나는 수십 번의 겨울을 버텨 냈음에도
더는 너를 볼 수 없었다
잊힘이 아닌 잊는 것이 두려워
혼자서 중얼중얼 되뇌고 또 되뇌었다
그런데 오늘, 마침내 네가 와주었다
나는 소리 없는 윤슬로 너를 반겼다
낡은 나무그네에 기대 책장을 넘기던 너는
스르르 파도 소리에 밀려 잠이 들었다
아이야 너는 나를
우리가 만났던 날들을
기억하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