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혼자서 서울에 갔다. 내일 친구들과 3박 4일 삿포로 여행을 떠나는데, 같이 가는 친구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침 일찍 공항에 가기로 했다. 아내는 친구들과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이 얼마나 설렐까.
"막국수 먹고 갈래?"
"응. 메밀 전도 먹어야지."
아내가 떠나기 전 KTX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며칠은 못볼터라 밖에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여행 전은 속이 편한 게 좋아서 막국수를 먹으러 갔다. 삼교리동치미막국수는 유명한 맛집답게 비가 와도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동치미막국수와 메밀 전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려니 아내가 곧 여행을 떠난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가까이에 테라로사 본점이 있어 집에 떨어진 원두도 살 겸 커피를 마시러 갔다. 비 오는 테라로사는 아름다웠다. 이곳은 커피인들의 성지답게 순레를 떠나온 사람으로 가득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평일이나 주말이나 언제나 사람이 많다.
여행 얘기를 하며 커피를 마시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강릉역으로 가야 할 때가 되어 원두 한팩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 쉬다가 어젯밤 싸둔 캐리어를 챙겨 역으로 향했다.
"울지 말고 있어."
"벼리 끌어안고 울어야지."
비가 내리고 여행짐도 있고 해서 차로 역까지 배웅을 했다. 나는 열차에 아내의 캐리어를 실어주고 출발하기 전에 내렸다. 결혼 8년 차. 아내 혼자서 해외여행을 가는 건 처음이었다. 열차 창 너머로 보이는 아내에게 손 흔들어 인사를 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웃어 보이는 아내의 표정도 그랬다. 겨우 며칠일 뿐인데.
아내는 열차는 서울로 출발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조용한 집에 가만히 앉아 있고 싶지 않아서 다시 밖으로 나갔다. 펫클럽에 가서 벼리의 노즈워킹 간식을 구매하고, 꽃집에 들러 다가오는 결혼기념일 꽃다발을 예약했다. 강릉에서 유명한 판매점에 들러 로또도 한 장 샀다. 직장인은 늘 사직서 하나를 품고 살지만, 자영업자는 늘 로또 한 장을 품고 산다. 걸으며, 할 일을 만들어 처리하며 한 시간을 보냈다. 운동을 해서인지 기분이 나아졌다. 마지막으로 편의점에 들러 맥주 몇 캔을 산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니 허기가 졌다. 나는 아내가 만들어 둔 반찬들과 아침에 끓여 놓은 된장국으로 저녁을 먹었다. 혀에 닿는 반찬과 국은 맛있었지만 식사가 즐겁지는 않았다. 서울에 도착한 아내는 친구가 끓여준 국과 밥을 먹었다고 했다. 내일 삿포로에 가면 친구들과 재밌는 여행을 즐기고 왔으면 좋겠다. 나는 나대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지. 얼른 다시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