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비가 끝났다. 오늘은 시내 버스를 탔다. 이마 위로 쏟아지는 에어컨 입김이 바깥 바람보다 시원했다. 창밖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따가워보였다.
하차 벨이 울렸다. 버스가 승객을 내려주려 잠시 멈추었을때, 텅 빈 정거장 벤치에 작고 하얀 플라스틱 바구니 하나가 보였다. 그 안에는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세개의 부채가 꽂혀있었다. 사람도 안내문도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누구라도 그랬다.
‘더우니까 이거 부치면서 기다려요.’
‘필요하면 가져가도 괜찮아요.’
뜨거운 각자도생의 사회. 그럼에도 누군가는 타인을 위해 자기의 몫을 나눈다.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바람을 부치며 함께 살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