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냥’ 좋아하는 게 있다. 깊이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좋다. 강아지, 고양이, 나무, 구름, 음악, 돈, 운동장, 엄마의 목소리... 그 대상은 사람마다 다양하지만 반응은 비슷하다. 떠올리는 것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온몸의 근육이 이완된다. 작지만 은은한 행복감이 따라온다.
그런데 '그냥' 좋아한다 하기에는 그 마음이 아깝다. 좋아하는 마음은 따뜻하지만 그냥은 차갑다.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대상을 하나 골라 '이게 왜 좋을까?'를 가만히 떠올려 본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대상에 눈을 둔다. 형태와 촉감, 색상, 향과 소리, 쓰임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세세히 관찰한다. 대상에 닿았던 시선이 반사되어 돌아오면 다음은 자신을 살펴본다.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가 하면 절대 알리고 싶지 않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포인트에도 좋아하는 마음이 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밀가루로 빵 반죽을 만들 때처럼 생각을 조물조물, 과정을 반복한다.
좋아하는 마음의 이유들은 대게 모래알처럼 자잘하다. 그런데 한 곳에 모아 녹이고 굳히다 보면 커다란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춘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마구잡이로 흩날리던 가루들이 말랑말랑하고 동그란 덩어리의 형태를 갖추게 됐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동안의 ‘그냥’은 내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 그건 게으른 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위장 단어였을 뿐이라는 걸 말이다.
이렇게 만든 동그란 반죽을 조금 더 숙성시켜 뜨거운 오븐에 노릇하게 구워낸 빵이 <그냥, 경주가 좋아서>다. 내게 이 책은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내면의 솔직한 단어들을 찾아가는 과정의 묘사이고, ’그냥’에 가려진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마음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