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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음식은 다르지 않다

누군가를 위해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 일

by 민샤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에서 방영했던 <백종원의 골목식당>, 이 프로그램에 나온 사장님들은 참으로 대단했다.

전 국민적으로 보는 TV 프로그램에 자신의 사정을 알리고 솔루션을 받는다. 음식은 물론이고 매장 관리 상태, 손님 응대 방식 등 요식업 운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듣는다. 간혹 강도 높은 피드백을 받을 때는 자존심이 퍽 상할만하다고 느꼈다.


요리에 기본도 모르면서 요식업에 뛰어든 사장님, 솔루션을 이행하지 않고 과거로 회귀하는 사장님, 손님이 많아지자 초심을 잃어버린 사장님 등 다양한 분들을 볼 수 있었다. 건설적인 피드백과 수용적인 사람이 만나면 성장의 계기가 된다. 반면 건설적인 피드백일지라도 폐쇄적인 사람과 만나면 반감을 유발한다. 무슨 말을 듣는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듣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음식 참 맛있네요

누군가 나를 위해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음식을 만들고, 세련된 접시에 옮겨 대접해 줄 때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고가 들어간다. 그래서 음식을 대접받았을 때 맛없다고 하기가 참 어렵다.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은 맛이 없어도 맛있다고 해준다. 맛있는 음식 물론 맛있다고 한다. 결국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해준 사람은 대체로 한 가지 문장만 듣게 된다.


"음식이 참 맛있네요!"


#글을 참 못쓰시네요

누군가가 글을 완성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린 지 우리는 모른다. 가위바위보 하듯이 순식간에 글이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렇기에 글을 쓴 사람에게 '고생했어, 공감이 된다, 응원한다, 잘 쓴다'라는 식의 칭찬을 억지로 보낼 때가 있다.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이 웬만하면 듣지 않는 말이 있다.


"글 참 못쓰시네요!"


#이건 좀 애매한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사람이 쓴 글에 대해 피드백을 보내야 할 상황에 닥친다. 그럴 때 무작정 글이 괜찮다, 수려하다, 군더더기 없다, 술술 읽힌다 등의 무책임한 독려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독이 된다.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관계라면 분명 건설적인 담론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에 합의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골목식당>에서 과감한 일침을 날린 백종원 대표처럼, 원고를 검토해 주는 관계는 솔직한 피드백을 보내줘야 한다. 물론 상대방과 어색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쓴 법. 눈을 딱 감고 보내야 한다.


"전반적으로 글이 좋네요 :) 하지만 이건 좀 애매한 것 같은데요?"




이 세상에 글은 대체로 읽히기 위해 존재한다. 음식은 먹히기 위해 만들어진다. 음식을 만들고 마냥 둔다면 부패해 취식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린다. 글을 쓰고 마냥 둔다면 빛을 바라기 힘들다. 퇴고라는 연마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결과물로서 내놓아야 한다. 혼자 하는 퇴고도 의미 있지만 좋은 짝과 함께하는 퇴고는 부끄러우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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